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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1400억원...우리동네 공무원 5만2946명 '세금 여행'

중앙일보 2018.12.19 01:00
1년간 전 직원 43%가 해외 출장을 간 조직이 있다. 외국계 회사 혹은 무역 업체? 틀렸다, 정답은 강원도 화천군이다. 인구 2만6000명의 강원 화천군에는 433명의 지방공무원이 있다(2017년 말 기준). 그중 43%(185명)가 지난해 중국·일본·독일·미국 등에 출장을 다녀왔다. 물론 비용은 세금에서 나갔다. 
 
[탈탈 털어보자 시즌 2] 연재 순서  
'고무줄' 공무원 재산신고  
'투잡' 뛰는 의원님들 
③ 너도나도 '세금 해외여행' 
 
중앙일보가 전국 243개 도·시·군·구의 2017년 재정공시와 결산서, 국외 출장보고서, 세출 현황을 대조·검증한 결과, 전국 지방 공무원 현원 31만 555명 중 5만 2946명(17.1%)이 지난해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예산 1389억 원을 써서다. 전국 지방공무원의 해외 출장을 전수 분석한 것은 중앙일보가 처음이다.
 
이번 집계에서 포상금이나 급여 예산으로 보내는 해외 시찰, 공무직·기간제·청원경찰 등 공무원이 아닌 이들의 해외 출장은 제외했다. 순수하게 '지방직 공무원' 신분인 이들이, 지자체의 국외 출장비 예산으로 가는, 공무 출장만 따졌다. 출장자 숫자는 각 출장에 참여한 인원을 합해 계산했다(연인원). 한 사람이 여러 차례 출장을 갔을 경우 중복 집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자체 업무 특성상, 시장·구청장 등 단체장을 제외하면 한 해에 1회 이상 해외 출장을 가는 공무원은 극소수라 연인원을 기준으로 했다.
 
울산 남구, 해외 출장 절반은 '배낭 연수' 
지방공무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출장국은 일본이었다. 일본 홋카이도 겨울 풍경.  [중앙포토]

지방공무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출장국은 일본이었다. 일본 홋카이도 겨울 풍경. [중앙포토]

울산 남구는 2017년 재직 공무원 724명의 42%(301명)가 해외 출장을 갔다. 강원도 화천군에 이어 출장자 비율 전국 2위다. 이 중 150명의 출장 목적은 '해외 배낭 연수'였다. 55명은 '(선진지) 정책연수'가 목적이라고 썼다. 합하면 전체 해외출장의 68%(301명 중 205명)는 실무가 아니라 견학용이었던 셈이다. 
출장자 비율 전국 3위는 재직 공무원 994명 중 390명(39%)이 출장을 간 경기도 광명시다. 광명시의 출장 목적 1위도 '배낭여행'(98명)이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선진지 견학' 목적으로 소속 공무원의 해외 배낭여행을 지원한다.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서울 성북구는 30명을 해외연수 보내면서 1인당 60만원씩 출장비를 지급했다. 나머지 금액은 자부담이었다. 구로구는 1인당 90만원씩 배낭 연수를 지원했다. 반면 울산 울주군은 172명에게 400만원씩 출장비를 줬다.
 
지방 공무원들의 해외연수는 대개 '선진지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앞세운다. 하지만 실제 출장자 규모를 보면 과천시는 슬로베니아, 용인시는 이탈리아, 충남 홍성군은 오스트리아, 경북 울진군은 호주, 전남 담양군은 체코를 가장 닮고 싶어하는 '선진지'로 보는 듯하다. 지자체별 출장지 상세 내용은 디지털 스페셜 '탈탈 털어보자 우리 동네 세금출장'(https://news.joins.com/Digitalspecial/336)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출대상국 54위 오스트리아, 출장은 4위
티롤 주도인 인스부르크 마리아테레지아 거리. 3000m가 넘는 고봉이 도시를 두르고 있다. [중앙포토]

티롤 주도인 인스부르크 마리아테레지아 거리. 3000m가 넘는 고봉이 도시를 두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전국 지방공무원이 가장 많이 출장 간 나라는 일본이다(총 1만 205명). 이어 미국(5280명)·독일(4690명) 순이다. 출장국 1~20위 중 13개가 유럽 국가였다.

 
출장 선호국을 '2017년 한국의 100대 수출대상국'(한국무역협회)과 비교해 봤다. 출장 1, 2위인 일본과 미국은 우리나라가 수출한 금액으로 각각 5위, 2위 국가였다. 한데 수출대상국 54위에 불과한 오스트리아가 출장 순위로는 4위(4245명)를 차지했다.
수출 대상국 29위·27위·31위인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도 각각 4000여 명이 찾아가, 각각 출장선 호국 5위·7위·8위를 차지했다. 이들 3개국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관광경쟁력 지표에서 각각 2위·8위·1위를 차지한 대표적인 관광 강국들이다.
 
이들보다 수출금액 순위가 더 낮은 체코(33위)와 스위스(71위)도 출장국 순위로는 상위권인 6위(4010명)·11위(3402명)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 수출 대상국 1·3위인 중국과 베트남은 출장국 순위로는 각각 9위(3841명)·10위(3644명)에 그쳤다. 
 
'퇴직예정자 해외연수', 출장인가 복지인가  
국민권익위원회는 2015년 12월 "여비(출장비) 예산으로 장기근속∙퇴직 기념 해외여행을 보내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전국 지자체에 권고했다. 업무상의 출장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에, 꼭 필요할 경우 공무원 후생복지를 위한 '맞춤형 복지 예산'에서 쓰는 게 옳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전북 군산시는 퇴직예정 공무원 53명을 유럽에 보내며 1인당 440만원씩 총 2억3320만원을 출장비로 지원했다. 이와 별도로 장기 재직 공무원 31명도 1인당 150만원씩 세금을 써서 해외문화시찰을 보냈다. 수원시는 장기근속자 64명에게 인당 500만 원짜리 해외문화탐방을 보내줬다. 
충북 청주시는 장기근속 및 퇴직예정자 69명을 프랑스·스위스·호주 등지로 해외 연수 보냈다. 
 
지자체들이 권익위의 권고를 따르지 않는 것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선심성 출장' 관행이 계속되자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 기준'(예규) 2018년 개정안에 아예 다음과 같이 못 박았다.

 

법령 또는 조례에 근거 없이 장기근속공무원, 퇴직 예정 공무원 등에 대한 관광목적의 선심성 국외 여행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러자 지자체들은 선심성 출장을 자제하기보다, 합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고 있다. 충북 영동군과 경상남도는 각각 지난 4월과 5월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장기근속·모범·우수 공무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국내·외 시찰을 보낼 수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공무원뿐 아니라 가족까지 세금으로 해외출장을 보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경기도 부천시 '2017 장기근속 공무원 해외연수' 국외출장 결과보고서 부분.

경기도 부천시 '2017 장기근속 공무원 해외연수' 국외출장 결과보고서 부분.

 
지방공무원의 해외출장은 관리·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불허가' 판정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해당 지자체가 '셀프' 관리·감독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자체의 국외 여행 심사위원회는 대개 소속 공무원으로만 구성된다. 
 
누락된 공시만 235억원 어치… 엉터리 출장내역
지방재정법에 따라 각 지자체는 한 해 결산 내용을 이듬해 가을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재정공시 결산에선 1년간 다녀온 모든 국외출장의 기간·목적·인원·비용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중앙일보는 243개 지자체 해외출장 공개 목록을 결산서·세출운용공개·국외출장보고서와 각각 대조해 봤다. 그 결과 출장을 다녀오고도 공시하지 않은 지자체가 많았다. 공시에 누락된 출장은 모두 5432명 분, 235억원어치에 달했다.
 

충청남도는 22억원의 해외출장비를 지출하고도 재정공시에는 8억원만 지출한 것처럼 적었다. 담당자는 "실수로 다수의 출장이 누락됐다"면서도 "다시 작업하는 것은 곤란하다. 내년부터 잘 반영하겠다"며 공시를 수정하지 않았다. 정보공개청구 사이트를 통해 국외 출장 지출 전체 내용을 공개하라고 청구하자, 그제야 반영했다.

 
대전광역시는 해외출장비로 18억원을 지출하고도 재정공시에는 7억원 어치만 적었다. 전화를 걸어 공시가 잘못됐다고 알렸지만, 두 달이 지나도 수정되지 않았다. 용인시는 7억원 어치 출장을 누락했다. 용인시에도 역시 잘못된 사실을 알려줬으나,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정정하지 않았다. 수원시와 서울 구로구는 역시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잘못된 공시를 바로잡지 않았다.  
 

공무원은 국외출장 후 출장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인사혁신처가 관리하는 국외출장보고서 사이트에도 올려 일반에 공개한다. 그런데 서울시 종로구∙중구·용산구·중랑구·서대문구·양천구·강서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 부산 서구, 광주 북구, 경기 성남∙고양·파주∙김포, 충남 공주·아산∙당진∙예산, 전북 정읍, 전남 보성, 경북 구미∙고령 등 32곳의 지자체는 2017년 보고서 사이트에 단 1건도 보고서를 올리지 않았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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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서현 심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