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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오는 중국 QR 결제 서비스…유학생 등록금도 낼 수 있다

중앙일보 2018.12.19 01:00 종합 29면 지면보기
[남정호 논설위원이 간다] 빠르게 확산 중인 중국 QR 결제 서비스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제주 연동의 누웨마루 거리. 이곳의 거의 모든 상점에서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 QR 결제 서비스로 지불이 가능하다. 남정호 기자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제주 연동의 누웨마루 거리. 이곳의 거의 모든 상점에서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 QR 결제 서비스로 지불이 가능하다. 남정호 기자

 

알리페이·위챗페이, 빠르게 확산
국내 편의점서 유커의 98%가 써

중국 유학생 등록금도 낼 수 있어
설렁탕, 성인용품 구매도 가능해

중국서 결재 이뤄지면 탈세 위험
최근 급증한 역직구도 잘 살펴야

 
 한국에 유커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중국의 QR 결제시스템이 대세가 됐다. 중국 관광객이 찾는 웬만한 곳이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다. 제주도나 서울 명동, 동대문 시장을 돌아다녀도 대부분 가게엔 중국 결제시스템을 갖췄다는 표시가 붙어있다. 특히 중국 쇼핑객이 많은 대형 화장품 대리점은 물론이고 구두 및 여성복 가게 등에도 이런 안내문이 많았다. 또 인삼 판매점과 갈빗집, 그리고 CU·세븐일레븐 등 유명 편의점에서도 QR 결제 시스템을 쓸 수 있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중순부터 알리페이를 받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명동의 한 성인용품점에서도 위챗페이를 쓸 수 있을 정도다. 이런 현상이 얼마나 확산됐는지, 이에 따른 문제는 없는지, 현장을 살펴봤다.  
지난 4월까지 중국 제약회사 이름을 따 바오젠 거리로 불렸던 제주 연동 누웨마루 거리. 중국인 거리로 알려져 제주도로 관광오는 유커들이 많이 찾는다. 남정호 기자

지난 4월까지 중국 제약회사 이름을 따 바오젠 거리로 불렸던 제주 연동 누웨마루 거리. 중국인 거리로 알려져 제주도로 관광오는 유커들이 많이 찾는다. 남정호 기자

 
 
지난 12일 오후 제주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연동 누웨모루 거리. 지난 4월까지도 중국 제약회사의 이름을 따 바오젠(寶健) 거리로 불렸던 이곳은 여전히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영토다. 한눈에 봐도 중국인이 틀림없는 관광객들이 신기한 듯 이곳저곳의 쇼윈도를 들여다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제주 누웨모루 거리의 선물가게. 알리페이를 받는다는 표시가 선명하게 붙어있다. 남정호 기자

제주 누웨모루 거리의 선물가게. 알리페이를 받는다는 표시가 선명하게 붙어있다. 남정호 기자

이곳의 상점들은 유커를 상대로 한 가게답게 거의 모두가 중국어로 된 간판이나 안내문을 달고 있다.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모든 가게 유리문에 QR 코드와 함께 중국어로 된 안내문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2~3년 전부터 놀라운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중국 결제서비스 알림판이다. 여기서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으로 결제할 수 있다는 광고인 셈이다. 심지어 거리 중간에 자리 잡은 설렁탕집에서도 중국 간편 결제 서비스 안내문이 붙어있다.  
제주 누웨모루 거리에서는 설렁탕집에도 중국 QR 결제 서비스를 쓸 수 있다는 표시가 붙어있다. 남정호 기자

제주 누웨모루 거리에서는 설렁탕집에도 중국 QR 결제 서비스를 쓸 수 있다는 표시가 붙어있다. 남정호 기자

 누웨모루 거리를 걷다 보니 중국 관광객들이 즐겨 사는 화장품 가게 4곳이 잇달아 늘어서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 중 한 곳의 종업원은 "중국 손님 중 절반이 알리페이 또는 위챗페이로 물건을 사 간다"고 귀띔해 줬다. 한국 사회의 세계화로 우리가 중국 경제권에 얼마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 절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중국 간편 결제 서비스는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이뤄진다. 중앙포토

중국 간편 결제 서비스는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이뤄진다. 중앙포토

현재 중국의 QR 결제시스템을 사용 중인 상점은 제주에서만 1000여 곳. 제주도청 측에서는 중국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중국 간편결제 보급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제주도청은 지난 10일 위챗페이를 운영하는 중국 회사 텐센트와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협약에는 위챗 플랫폼을 활용해 할인 이벤트 등 관광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동시에 제주도를 소개하는 공중계정(일종의 블로그)을 마련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위챗페이로 얻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한 자료도 공유키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잉(張穎) 부총재를 비롯해 텐센트 그룹 관계자 7명이 참석했다. 한데 장 부총재는 행사 때 "한국에 오면서 달랑 핸드폰만 들고 왔다"고 밝혔다고 한다. 현금과 신용카드 없이 위챗페이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음을 직접 보여준 셈이다. 이와 관련, 제주도청의 윤창호 관광마케팅담당은 "제주도 내 재래시장에서도 위챗페이가 보급되면 중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와 상품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도청 윤창호 관광마케팅담당은 "제주도 내 재래시장에 위챗페이가 보급되면 중국 관광객들에게 한국 문화와 상품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호 기자

제주도청 윤창호 관광마케팅담당은 "제주도 내 재래시장에 위챗페이가 보급되면 중국 관광객들에게 한국 문화와 상품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호 기자

 이런 움직임은 한국에 와서도 간편 결제를 이용하려는 중국 관광객이 많이 늘어난 때문이다. 실제로 CU가 올 상반기 동안 결제 내용을 조사한 결과 중국에서 온 고객의 87.2%가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같은 모바일 결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련카드 등 중국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는 경우는 12.8%에 불과했다. 2016년만 해도 신용카드 결제 비율은 65.0%에 달했었다. 2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중국 관광객들의 지불 패턴이 급격하게 변한 것이다.  
 대세가 이런 터라 여러 분야에서 중국의 QR 결제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부터는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위챗페이로 등록금을 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900여 개에 달하는 전국 철도역사 내 편의점과 음식점 등에서도 위챗페이가 사용되고 있다.  
 QR 결제시스템을 쓰게 되면 현금을 사용할 때보다 아무래도 씀씀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핸드폰으로 처리하는 터라 돈을 쓴다는 느낌이 적을 뿐더러 계좌에 잔액이 남아 있는 한 수중의 현금이 떨어지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명동의 밤거리. 이곳에서도 중국 간편 결제가 잘 통용된다. 남정호 기자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명동의 밤거리. 이곳에서도 중국 간편 결제가 잘 통용된다. 남정호 기자

그럼에도 거의 모든 가게에서 사용되는 중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도 보급될 여지가 많다.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특이한 길거리 음식을 파는 명동의 노점상들은 아직도 현금만 받지 QR 결제 시스템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한 노점상이 이를 받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쓸 게 틀림없다. 중국 QR 결제 서비스가 명동 노점상까지 진출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얘기다. 
 이렇듯 국내에서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QR 결제 서비스이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 시스템을 쓰다 보니 자금 추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중국 QR 결제 시스템 설치 사업을 수년째 해온 이 모 씨는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한국 업소가 사용할 경우 국내 금융기관의 계좌에 입금될 뿐만 아니라 금융 거래 내역을 관계 당국에 신고하게 돼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얼마든지 허점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중국 기업이 한국에 지점이나 대리점 등을 차려놓고 결제용 단말기를 본국에서 가져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금 결제가 모두 중국에서 이뤄지는 까닭이다. 이럴 경우 국내 금융 당국은 정확한 수입 규모를 알기 어렵다. 세금 포탈의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지난 6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유명 관광지인 하롱시에서 20만 위안(3300여만원)이 결제됐음에도 베트남의 현지 금융기관을 전혀 거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베트남뿐 아니다. 2016년에는 태국에서 비슷한 탈세가 사회 문제화된 적이 있었다. 당시 태국 정부는 중국인들이 QR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한해 수천만 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줄 것을 우려해 여행사들을 처벌하는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2016년 QR 결제 시스템은 아니지만, 중국 신용카드 단말기를 가져와 거액을 탈세한 사건이 적발된 적이 있다. 당시 서울 논현동에서 잘 나가던 성형외과 원장이 중국인 환자로부터는 현금 또는 중국 카드만을 받아 현지에서 가져온 단말기로 결재함으로써 1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병원 매출의 70% 이상은 중국 환자들이 올려줬다고 한다. 그러니 신용카드 대신 QR 결재가 훨씬 많아진 지금 상황에서 이를 통한 탈세가 이뤄지지 말란 법이 없다. 
또 다른 블랙홀은 역직구다. 역직구란 외국 소비자가 수출입업자를 거치지 않고 국내 업체로부터 직접 물품을 사는 걸 의미한다. 구입한 물건은 해외 배송업체를 통해 배달되고 대금 거래는 신용카드 또는 결제시스템으로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일본·중국 등지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행태를 '직구'라고 부르듯, 반대로 외국인이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서 바로 물품을 사는 걸 '역직구'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역직구는 최근 수년간 직구 못지않게 빠르게 성장해 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3년 6만7000여 건이던 역직구 건수는 지난해 705만5000여 건으로 늘었다. 10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주요 역직구 국가 중에선 중국이 가장 큰 고객이었다. 그중에서도 화장품을 위시한 K-부티의 판매가 놀라운 속도로 뛰었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1조9800여억원어치의 화장품이 역직구로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2035억여원 어치가 팔렸던 2014년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렇듯 역직구가 활발해지자 중국 QR 결제 서비스가 지불 시스템 분야에 진출했다. 알리페이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중소 수출업체들을 상대로 결제 시스템은 물론, 배송 서비스 등도 지원하고 있다. 
 역직구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레 국내 수출업체들의 탈세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재작년 10월에는 이혜훈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한류(韓流) 붐 속에서 역직구가 급증한 틈을 타 어마어마한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국세청 종합감사에서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QR 결제 시스템의 이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제주도청 윤 담당은 "탈세와 같은 부작용을 억제면서 중국 결제 서비스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날개 돋힌 중국 QR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Alipay·支付宝)·위챗페이(WeChat Pay·微信支付)와 같은 중국의 QR 결제 서비스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한국·베트남·태국 등 이웃 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유럽의 백화점과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 등 중국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마다 이들 결제 서비스를 받아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알리페이 로고

알리페이 로고

이같은 간편 결제 서비스는 QR 코드를 이용한다. QR 코드는 정사각형 모양의 공간에 검고 흰 격자무늬 패턴을 인쇄한 2차원 인식표다. 굵거나 얇은 선으로 표시하던 기존의 1차원 바코드보다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 월등히 많다. 2차원으로 인쇄된 터라 전후좌우 어느 쪽에서 스캔해도 잘 인식된다. 이런 장점을 가진 QR 코드를 지불 수단으로 활용한 게 중국의 알리페이·위챗페이다.  
위챗페이 로고

위챗페이 로고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불과 10~20초 이내에 결제를 마칠 수 있다. 돈을 내려면  해당 앱을 열어 상점에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가게 주인이 입력한 액수가 휴대폰에 뜨고 숫자가 맞을 경우 확인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중국 인민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의 78.5%가 QR 결제 서비스로 돈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나 현금을 쓰는 경우는 21.5%에 불과하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일반 상점은 물론, 구멍가게와 노점상, 심지어 거지도 QR 결제로 돈을 받을 정도가 됐다. 지난해 말 중국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식당을 갔다 깜짝 놀란 것도 이런 QR 결제 서비스의 놀라운 간편함 때문이었다.
 
중국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 규모

중국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 규모

유독 중국에서 서비스가 발전한 것은 열악한 통신 인프라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통신망이 워낙 모자라고 불안정해 이를 바탕으로 한 신용카드 서비스가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인들은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핸드폰으로 쉽게 쓸 수 있는 QR 결제 시대로 넘어간 셈이다.    
중국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

중국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

 
현재 중국의 간편 결제 서비스 업체는 양분돼 있다. 알리바바닷컴이 운영하는 알리페이와 한국의 카톡과 비슷한 위챗을 선보인 텐센트의 위챗페이가 그것이다. 처음엔 2004년 시작한 알리페이가 독보적이었지만 최근 후발주자인 위챗페이가 많이 따라잡았다. 중국 조사업체인 i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페이가 중국 간편결제 시장의 54%를, 위챗페이가 4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챗페이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인스턴트 메신저 위챗을 기반으로 한 결제 서비스여서 앞으로 사용자 수가 더 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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