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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 사고···김용균씨 교육 3일만 받고 현장 투입

중앙일보 2018.12.18 16:18
18일 오후 1시 충남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정문 너머로 커다란 굴뚝에서 하얀 수증기가 연신 뿜어져 나왔다. 굴뚝 옆에는 ‘무재해’라고 쓰인 녹색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가 일했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맨 왼쪽 굴뚝은 9·10호기로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돼 수증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가 일했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맨 왼쪽 굴뚝은 9·10호기로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돼 수증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신진호 기자

 

발전소 정문에 '더이상 죽이지 마라' 플래카드 걸려
빈소에는 영면 기원하는 조화… 동료들 여전히 침통
경찰·근로감독관, 서부발전·발전소 오가며 수사속도

유독 담장과 가장 가까운 굴뚝에서는 수증기가 나오지 않았다. 일주일 전인 지난 11일 발생한 고 김용균(24)씨 사망 사고 현장인 9·10호기이다. 사고 이후 9·10호기는 가동이 중단된 채 경찰 수사와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을 받고 있다.
 
발전소 앞 도로변에는 ‘더이상 죽이지 마라 죽음의 외주화 즉각 중단!’ ‘상시지속 비정규직 근로자를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 10여장이 걸려 있었다. 정문 바로 앞에는 한국서부발전이 설치한 ‘故 김용균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가 일했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앞에 김씨를 추모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가 일했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앞에 김씨를 추모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이날 태안화력 정문 근무자들은 유독 바빴다. 오전부터 경찰과 고용부 근로감독관(조사관)이 수시로 발전소를 오가면서 문을 여닫았다. 이날 오후 1시쯤에도 고용부 근로감독관이 흰색 아반떼 승용차를 몰로 발전소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도 오전부터 현장에 머물며 서부발전과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안전관리 책임자 등을 상대로 집중 수사했다. 이미 김씨 동료들로부터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받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회사 측 관계자에게 사실 여부를 조사했다.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가 일했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앞에 김씨를 추모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가 일했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앞에 김씨를 추모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점심을 마치고 발전소 안으로 들어가던 한 직원은 “(사고 이후)달라진 게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모릅니다”라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옆에 있던 직원은 “우리도 힘들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군청 소재지인 태안읍에서 발전소까지 이어지는 20㎞가량의 도로에는 김씨를 추모하는 플래카드 수십여 개가 내걸렸다. 지난 14일부터 매일 저녁 태안터미널 사거리에서 이어지는 촛불문화제를 알리는 내용도 있었다.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가 일했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맨 왼쪽 굴뚝은 9·10호기로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돼 수증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가 일했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맨 왼쪽 굴뚝은 9·10호기로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돼 수증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신진호 기자

 
원북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들 같은 젊은 청년이 컴컴한 데서 혼자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며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만 해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의 빈소가 마련된 태안의료원 상례원(장례식장) 2층에는 입구부터 그를 추모하기 위해 보내온 조화가 길게 놓여 있었다. 그의 명복을 빌고 하늘에서 영면하라는 글이 담긴 조화였다.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빈소가 마련된 태안의료원 장례식장. 신진호 기자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빈소가 마련된 태안의료원 장례식장. 신진호 기자

 
빈소 입구에는 김씨가 근무했던 한국발전기술 동료와 공공운수노조, 태안화력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김씨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그가 입사 이후 제대로 된 사전 실무교육을 받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태안화력 9·10호기에 석탄을 공급하는 컨베이어 벨트를 숨진 김씨를 포함한 운전원 6명이 관리했다고 한다. 9·10호기는 각각 1050MW 용량의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로 컨베이어 벨트 길이만 6.4㎞에 달한다.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빈소가 마련된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김씨를 기리는 조화가 놓여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빈소가 마련된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김씨를 기리는 조화가 놓여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고용된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이 2016년만 해도 교육 2주를 포함해 3개월간 업무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교육 기간이 한 달로 줄었고 숨진 김씨는 단 3일만 교육을 받고 현장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근 3년간 한국발전기술이 인건비 문제로 현장 운전원을 3명이나 줄이면서 교육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각계각층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태안화력 운송설비 점검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 씨를 추모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각계각층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태안화력 운송설비 점검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 씨를 추모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 결과 한국발전기술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안전 보건교육도 부실하게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회사 측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교육 시간을 지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발전기술이 직무교육 기간을 줄인 이유와 형식적인 안전교육 실태를 조사한 뒤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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