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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용균씨의 슬프고 억울한 죽음이 남긴 교훈

중앙일보 2018.12.18 00:17 종합 30면 지면보기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컨베이어 운전원 김용균씨의 죽음은 쓸쓸했다.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지만 이 광경을 보고 비상정지 스위치를 눌러 줄 동료는 옆에 없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장기 검사를 받을 정도인 위험시설인데도 그랬다. 숨진 김씨 곁에는 식사용으로 준비한 컵라면이 놓여 있었다. 2년 전 구의역 사고 때와 똑같은 풍경이다.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또 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희생시킨 것이다. 발전소 측은 또 사망한 김씨를 발견하고서도 5시간 동안 경찰과 병원에 알리지 않고 대책회의를 했다고 한다.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시 피해자의 손해를 복구하는 것보다 중요한 대책이 뭐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사고를 수습하는 도중에도 바로 옆 컨베이어 벨트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태안화력 소속사인 한국서부발전이 보고한 최근 몇 년간 사상자 자료에 여러 명의 사고 사망자가 빠져 있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인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1위 경제국이지만 산재 사망률만큼은 독보적 1위다. 지난해에만 964명이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중 41%가 하청 노동자다. 그래서 ‘위험의 외주화’가 만연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험하며 더럽고 힘든 3D 일은 대부분 하청업체 비정규직이 맡는다. 산재 위험이 큰 대형 건설현장과 조선업종은 산재 사망자 중 십중팔구가 하청 노동자들이다. 이래선 젊은이들에게 힘든 일을 하라거나 중소기업에 가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위험한데 누가 기꺼이 그 일을 맡겠는가. 위험작업에 2인1조 근무를 의무화하고 사고를 방치한 원청기업을 엄단하지 않고선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안전한 선진국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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