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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작은 정원? 요즘 뜨는 일본식 카페

중앙일보 2018.12.18 00:01 종합 21면 지면보기
가배도의 2호점. 신논현역 인근의 매장 내부. [사진 가배도]

가배도의 2호점. 신논현역 인근의 매장 내부. [사진 가배도]

지난 12일 오후 3시 서울숲 인근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카페 이이알티(eert). 평일 오후인데도 앉을 자리가 없어서 발길을 돌릴 만큼 사람들로 북적였다. 8월에 문을 연 이곳은 인스타그램에서 '일본 분위기' 카페로 알려지면서 인기다. 실제로 카페 내부는 자갈과 모래로 꾸며진 일본식 정원과 다다미,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어 마치 일본의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일본의 오래된 책에 적힌 메뉴나 나무로 만든 3단 도시락(박스) 역시 일본 분위기를 더한다. 이이알티의 강동우 대표는 “일본 여행에서 도심 속 공원을 찾은 적이 있는데 나무 아래에 앉아 평화롭게 책을 읽는 사람을 보며 영감을 받았다”며 “잠시 들러 SNS용 사진만 찍고 가는 곳이 아니라 편하게 앉아 창 너머 보이는 나무와 카페 안의 정원을 보며 여유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카페 이이알티엔 돌과 모래로 꾸민 일본식 정원과 다다미가 있다. [사진 eert]

카페 이이알티엔 돌과 모래로 꾸민 일본식 정원과 다다미가 있다. [사진 eert]

지난해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송리단길에 문을 연 ‘가배도’는 일본 분위기 카페로 일찍이 소문난 곳이다. 나무 창살과 칸막이, 대나무 등으로 꾸며져 있고 커다란 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와 따뜻한 분위기다. 최근엔 이러한 인테리어를 따라 한 카페들이 속속 생겨날 정도다. 송리단길의 대표 카페로 이름을 알린 가배도는 올해 9월 신논현역 인근 상가 2층에 2호점을 열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강남역의 번잡한 분위기와는 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창살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과 널찍한 간격의 테이블 덕분에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3층엔 커피와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바도 있다. 정호원 가배도 대표는 도쿄와 오사카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골동품 플리마켓을 찾아 다기나 소품 등을 직접 사 온다. 

자갈·대나무·다다미로 인테리어
주택가·강남·호텔 등에 속속 생겨
차 한 잔 즐기며 나만의 휴식 찾아
일본여행 늘며 문화차이 좁아져
와가시 등 일본식 디저트도 인기

일본 책에 판매하는 음료의 종류를 적어놓은 이이알티의 메뉴. 송정 기자

일본 책에 판매하는 음료의 종류를 적어놓은 이이알티의 메뉴. 송정 기자

일본풍 분위기와 일본식 디저트를 파는 카페는 이외에도 일본 말차를 파는 성수동 ‘맛차차’, 슈밍화미코의 신동민 셰프가 문을 연 일본 디저트 전문점 ‘당옥’도 인기다.
JW메리어트 서울의 일식당 타마유라에 있는 티 바의 차와 디저트. [사진 JW메리어트 서울]

JW메리어트 서울의 일식당 타마유라에 있는 티 바의 차와 디저트. [사진 JW메리어트 서울]

일본식 카페나 다도 인기는 호텔에서도 엿볼 수 있다. JW메리어트 서울은 8월 레노베이션 후 재개관하며 2층 일식당 타마유라 입구에 티바를 열고 일본 정통 다도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 교토에서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이 많은 기온거리의 티바를 그대로 옮겨온 듯 바닥은 돌로 꾸미고 벽은 나무를 사용해 일본의 전통적인 느낌을 살렸다. 이름 그래도 바 형태로 꾸며져 있는데 일본에서 차 관련 교육을 이수한 티 스페셜리스트가 직접 눈앞에서 교쿠로·호지차·센차·맛차 등 일본 차를 우려 주고 차에 어울리는 일본식 수제 화과자인 와가시를 제공한다. 차와 와가시를 제공하는 단품의 경우 3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일반 찻집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평일엔 80%, 주말엔 만석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내년 1월부턴 직접 차선 등의 도구를 사용해 맛차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소규모 티 클래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타마유라의 김현정 매니저는 “일본 다도는 손님을 접대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작가의 손끝으로 완성된 다기들과 계절을 느낄 수 있는 화과자, 다도 퍼포먼스를 즐기는 종합예술”이라고 소개했다.
티 바에서 티스페셜리스트가 고객에게 낼 차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JW메리어트 서울]

티 바에서 티스페셜리스트가 고객에게 낼 차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JW메리어트 서울]

식당과 술집에 이어 카페까지 일본풍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경험' 때문이다. 관광지뿐 아니라 일본을 속속들이 경험한 이들이 늘면서 이러한 일상의 문화를 경험한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 저자인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는 “자유 여행으로 일본을 다녀온 젊은 층이 늘면서 패키지에 포함된 관광지가 아닌 일본을 보다 더 깊숙하게 경험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차를 한 잔 마시더라도 일본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꾸며야 일본에 다녀온 사람은 물론 새로운 고객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드 콘텐트 전문가 김혜준씨도 “새로운 컨셉트의 부재 속에서 일본 도쿄나 교토를 다녀온 사람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풍의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식 카페를 친숙하게 느끼는 건 고객뿐 아니라 카페를 운영하는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가배도의 정호원 대표는 처음부터 일본 교토를 떠올리며 가게를 꾸미진 않았다. 정 대표는 “일본 교토에서 컨셉을 가져온 것은 아닌데 일본을 좋아해 1년에 5~6번씩 방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녹아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화 대표는 “옷을 살 때 자신의 취향대로 사듯, 카페를 열 때도 목표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오너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무 창살과 대나무 등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낸 가배도 신논현점. [사진 가배도]

나무 창살과 대나무 등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낸 가배도 신논현점. [사진 가배도]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는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이들 카페를 다녀온 사람들은 SNS에 ‘일본 여행’ ‘일본 인테리어’ ‘일본 감성’ 등의 해시태그(#)를 즐겨 사용한다. 직장인 김주아(35·잠실)씨는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데 평소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친 날 일본풍 카페를 찾아 차를 마시다 보면 마치 여행 온 듯 기분이 좋아질 뿐 아니라 마음도 편안해져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이들 카페서 맛보는 일본식 차와 디저트도 인기 비결이다. 가츠산도·타마고산도 등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는 일본식 샌드위치나 말차를 넣은 푸딩이나 케이크 등은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으로 젊은 여성에게 인기다. 게다가 일본식 말차가 유행하면서 이를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일본풍 카페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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