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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로 가장 많이 죽는 동물은 고양이, 왜?

중앙일보 2018.12.17 01:04 종합 25면 지면보기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12)
동물심리학자에 의하면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 중 으뜸이 고양이라고 한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빠른 줄 알고 차가 와도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동물심리학자에 의하면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 중 으뜸이 고양이라고 한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빠른 줄 알고 차가 와도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오래전부터 친구들이 붙여줬던 별명을 버리고 나 스스로 별명을 지었다. 바로 ‘고·깨·방’이다. 고양이심리에 빠지지 말자,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명심하라, 방어운전을 하라의 앞글자를 따서 지은 별명이다.
 
동물심리학자에 의하면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 중 으뜸이 고양이라고 한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빠른 줄 알고 차가 와도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서도 고양이심리에 빠진 사람들이 사고뿐만 아니라 모든 경우에도 자신들은 아니라고 여기며 파멸과 나락으로 빠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된다.
 
일종의 내로남불이랄까?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범죄의 소굴이 된다는 심리학 용어로 오래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기초질서 위반범을 강력하게 처벌한 결과 뉴욕시의 강력범죄가 상당수 줄어드는 결과를 낳게 해서 증명된 법칙이다. 방어운전은 군대 용어로 운전 시 발생 가능한 위험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며 운전하라는 원칙인데 이 논리는 교통사고를 상당히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봉사를 통해 후천적 장애를 입은 이웃을 보고 깨달은 바이고, 내 별명이 고깨방이 된 이유다. 나도 사고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사고의 빌미를 주지 말자, 예측하고 행동 하자에서 따 온 별명이다.


장애의 90% 이상이 후천적인 요인
직장생활시 아내와 함께 한 휠체어 장애우의 남산 나들이 봉사활동. 봉사를 통해 장애를 겪는 이웃의 상당수가 후천적 요인에 의함을 알 수 있다. [사진 한익종]

직장생활시 아내와 함께 한 휠체어 장애우의 남산 나들이 봉사활동. 봉사를 통해 장애를 겪는 이웃의 상당수가 후천적 요인에 의함을 알 수 있다. [사진 한익종]

 
대부분의 사람이 장애를 겪으며 살아가지만, 자신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장애는 다른 사람의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 장애인복지법상에 규정된 장애의 유형은 모두 15가지이다. 그러나 그는 복지법상에 규정된 장애일 뿐 실제 장애는 무수히 많다. 오죽하면 한국 사람들은 나이에 맞는 숫자의 장애를 안고 산다고 할까. 40대는 4가지, 50대는 5가지, 60대는 6가지. 우리가 모두 장애를 지니고 산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신의 장애를 장애라고 인정하지 않고 눈으로 보이는 장애를 지닌 사람들만을 장애인이라 칭하며 그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언행을 보낼까? 그것은 나는 아니며 선천적인 장애만을 장애로 치부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등록된 장애인 중 선천적 장애를 겪는 경우는 불과 4.9%이고, 90% 이상이 질병이나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안고 산다는 사실을 아는가? 나는 장애를 겪지 않고 있고, 장애는 다른 사람들이나 겪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애우에 대한 편견과 그릇된 언행을 하고 있다. 나는 예외라는 고양이 심리에 빠진 결과다.


잘 나가던 친구가 질병으로 장애인 되다
춘천역에서 응급처치시범 봉사를 하는 춘천여성의용소방대원들.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장애는 누구라도 겪을 수 있다라는 걸 아는 이들의 봉사활동이다. [사진 한익종]

춘천역에서 응급처치시범 봉사를 하는 춘천여성의용소방대원들.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장애는 누구라도 겪을 수 있다라는 걸 아는 이들의 봉사활동이다. [사진 한익종]

 
친구 중 한명이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50대 초반까지 건강하게, 멀쩡했던 친구가 시력상실이라니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그럴 수 있다. 세상 부러울 것 없던 사람이 일순간의 사고로 혹은 질병으로 장애를 겪는 일을 수없이 보아왔다.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겪다가 사망에 이르기 직전 대부분의 사람이 후회하는 바가 ‘더 열심히 일할 것을’이나 ‘돈을 더 많이 벌걸’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생의 마지막에 돌이켜 후회하는 것이 함께 나누고 즐기지 못했던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왜 그를 일찍 깨닫지 못하고 마지막에 가서야 후회할까?
 
모두가 고양이심리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자신은 그런 불행을 겪지 않을 것이고, 자신의 생은 누구보다도 행복하다는 생각, 장애는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장애를, 다른 이가 겪는 불행을 등한시하게 하는 것이다. 멀리 보지 말자. 지금 이 순간 자신도 장애를 겪고 있으며 불행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가족, 친척, 지인들도 고통을 받고 있다. 봉사현장에 나가 보면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내가 어떤 자세로 봉사할 것이며 어떤 봉사를 더 할까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본 것만 믿고, 겪은 것만 깨닫는다고 한다. 그런데 보게 되면, 겪게 되면 늦다. 보고 겪기 전에 주의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그게 고·깨·방의 자세이다. 어떻게 고·깨·방을 내 생활신조로 삼느냐고? 봉사현장에 나가 보라. 봉사해 보라.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누구도 불행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누구도 질병과 사고의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를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고·깨·방의 자세이며 고·깨·방은 봉사를 통해 깊이 인식할 수 있다. 봉사는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장애를 당했을 때 심리적 안정을 찾는 대책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봉사는 결국 나와 다른, 다른 세상의 사람들만이 겪는 불행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하고 나도 똑같은 장애를 겪고 있고,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니 봉사는 남을 위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이 맞지 않나?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immagic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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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종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필진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 봉사는 자기애의 발현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만이 남에게 봉사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연대가 줄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봉사는 나를 필요로 하는 대상을 찾아,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다. 내 존재를 확인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봉사다. “봉사하라, 봉사하라! 오래 가려면 함께 하자”고 외치는 필자의 봉사 경험을 통해 봉사가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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