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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국가부도 일어난다면, 당신의 선택은?

중앙일보 2018.12.16 15:00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32)
영화 '국가부도의 날' 한 장면.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20년 전 우리를 힘들게 했던 시간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국가부도의 날' 한 장면.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20년 전 우리를 힘들게 했던 시간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은 20년 전 우리를 힘들게 했던 시간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영화를 보는 2시간 내내 마음은 불편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고, 두렵다. IMF 경제위기가 영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그리 단순한 사건은 아니지만 무능하고 부도덕한 정부, 무책임했던 금융회사들과 감독기관, 대책 없는 낙관에 취해있던 기업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국가부도의 사태’가 그린 세 가지 인간 군상
영화는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부류의 전형을 보여준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인 한시현(김혜수 분)은 국가부도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국민의 피해를 줄이려고 하는 좋은 사람이다. 늘 자신을 희생하면서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 참 다행이지만 영화처럼 이런 사람은 실패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고려 종합금융 윤정학 과장(유아인 분)은 다양한 위기 징후를 감지하고 그 위기를 이용해 계급과 신분 상승을 꿈꾸고 그것을 이루어낸다. 많지는 않지만 위기의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이들의 성공 스토리가 들려온다.
 
마지막으로 그릇공장 사장 한갑수. 그는 백화점의 부도로 빚더미에 앉게 되는 위기의 피해자이자 보통사람의 고통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런 사람은 영화에서처럼 위기에서 살아남기도 하고 더러는 실패하고 세상을 저버리기도 한다.
 
크고 작은 위기는 늘 우리에게 왔다가 가곤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그랬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위기를 이용해 인생을 바꾼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서민은 IMF 때처럼 힘들어했다. 회사를 접고, 일자리에서 쫓겨났고, 집을 잃었다. IMF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벤처버블붕괴, 신용카드 대란, 북핵 위기 등 우리를 힘들게 했던 수많은 위기는 왔다 갔고 또 오고 갈 것이다.
 
그런 위기의 시간을 계속 살아내야 한다면 단순히 20여년 전 있었던 사건을 분노와 두려움 속에서 회상해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또다시 우리에게 다가올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없을까.
 
영화 국가부도의 날 한 장면. 우리는 금융 시장의 전체 흐름을 볼 수 없고 위기를 이용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낼 수도 없다. 하지만 대책 없이 당하지 않으려면 미리 위기에 대비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국가부도의 날 한 장면. 우리는 금융 시장의 전체 흐름을 볼 수 없고 위기를 이용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낼 수도 없다. 하지만 대책 없이 당하지 않으려면 미리 위기에 대비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우리는 한시현 통화정책팀장처럼 금융 시장의 전체 흐름을 볼 수 없고 윤정학 과장처럼 위기를 이용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낼 수도 없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대책 없이 당하지 않으려면, 고통의 시간을 조금 쉽게 넘어가려면 미리 위기에 대비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위기에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든다고 난리를 피울 게 아니라 상시 점검 시스템을 통해 위기에 대비하는 것이 지혜롭다. 영화 속 보통사람 한갑수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버티고 살아남는 세 가지 지혜를 정리해 보자.
 
첫째, 위기의 징후들을 무시하지 말라. 하나의 큰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30여개의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고, 그 전에 300여개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은 금융위기에도 적용된다. IMF 금융위기가 오기 전 누구라도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감지할 수 있는 경고가 여러 번 있었다.
 
영화처럼 한국은행 정책금융팀장 정도가 알 수 있는 위기를 정부 모든 전문가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내부적으로 금융개혁을 위한 준비가 돼 있었고, 금융위기를 예고한 보고서도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정책결정자들이 그것을 무시하고 있었고, 보통 사람은 감지되는 징후를 잘 몰랐고 듣기 싫어했다. 그리고 위기는 현실이 됐다.
 
영화에서 윤 과장은 라디오 방송 뉴스와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는 외국금융기관의 반응을 보면서 위기를 감지한다. 하지만 갑수는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경고가 듣기 싫다며 신나는 음악에 주파수를 맞춘다.
 
요즘 가계부채위기, 부동산 버블,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이야기가 계속 들리고 있다. 이들 뉴스 때문에 하던 일을 중단할 수 없겠지만 무시하지 말고 위기가 현실화될 수도 있으며, 그때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안정성을 확보하라. IMF 외환위기는 과도한 부채 때문에 발생했다. 자본축적이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공장을 설립하고 사업을 일으키려면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은 주로 외국에서 들여온 차관과 부채였다. 세계가 부러워했던 대한민국의 성장은 부채로 쌓은 사상누각이었다.
 
IMF 외환위기는 과도한 부채 때문에 발생했다. 지나치게 외채를 많이 들여와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도 도미노 현상이 나타났다. [중앙포토]

IMF 외환위기는 과도한 부채 때문에 발생했다. 지나치게 외채를 많이 들여와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도 도미노 현상이 나타났다. [중앙포토]

 
문제는 이 부채를 다루는 태도였다. 금리를 낮추기 위해 단기적인 외채를 지나치게 많이 들여왔고, 위기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상환 부담이 커져 버렸고 달러는 급속하게 빠져나갔다. 기업들은 문어발식 확장을 하며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이는 경기 침체가 나타나자 부도 도미노 현상을 불렀다.
 
영화에서 백화점에 그릇을 납품하던 한갑수가 납품대금으로 어음을 받지 않고 현금 거래 원칙을 그대로 지켰다면 위기는 훨씬 가볍고 견딜 만했을 것이고, 자신을 믿어 준 정사장을 죽음으로 모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앞으로 금리가 더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이 내려간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힘들어질까. 집을 살 때 대출이 없어야 한다는 멍청한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면 위험하고 그 위험이 현실화하면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위기에는 늘 부동산 때문에 힘들어하는 소리가 들린다.
 
IMF 때도, 2008년 금융위기에도 그랬고 또 그럴 수 있다. 그래도 견뎌야 한다. 견뎌내려면 부채상환금액이 과하지 않도록 유지하고, 금리가 조금 올라가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소득이 안전한지, 지출은 줄일 수 있는지, 대출은 변동금리인지 고정금리인지 잘 살펴볼 시기다.
 
셋째, 사람이 재산이자 안전판이다. 한갑수는 한국은행에 근무하는 힘 있는 동생 한시현을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나 감옥 가도 돼. 너 은행에 높은 사람들 많이 알잖아. 대출 한 번만, 딱 한 번만 오빠 좀 도와주라’고 말한다.
 
사고가 나기 전 평소에, 아니면 너무 늦기 전에 조금 일찍 동생을 찾아와 현재 상황이 어떤지, 대출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대화를 나누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영화에서 가장 생뚱맞으면서 안타까운 것이 한갑수와 헤어진 한시현이 창문가에서 울먹이는 장면이었다. 국가부도도 막지 못하고, 오빠의 사업도 지켜주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을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 늘 대비하고 있어야
위기에서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늘 준비하기 위해선 금융전문가와 공부하고 대화하고 금융지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위기에서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늘 준비하기 위해선 금융전문가와 공부하고 대화하고 금융지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주위에 돈에 대해 알고 공부하고 투자하는 사람을 찾아보자. 그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같이 공부도 해 보고, 투자도 해 보자. 벤처 주식투자로 대박을 터뜨리고, 갭투자를 통해 엄청난 아파트를 소유하고 비트코인으로 인생을 바꾸는 이야기가 아니다.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공부하고 대화를 나눠 금융지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 공부를 우리가 모두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주위에 사람을 찾아보라. 대한민국에는 괜찮은 금융전문가가 생각보다 많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개인적인 위기, 국가적인 위기, 글로벌 위기 무엇하나 만만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개인적인 위기조차 개인이 혼자 컨트롤할 수 없다. 그러니 위기의 순간에도 호황에도 늘 깨어, 위기에서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늘 준비하라. 한 팀장이 말한다. “위기는 반복된다. 그리고 두 번 지면 안 된다고.”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ruth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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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진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필진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 같은 환경, 같은 조건인데도 누구는 부자가 되고 누구는 가난해진다. 그건 돈을 대하는 마음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른바 재무심리다. 오랜 세월 재무상담을 진행하고 강의도 한 필자가 재무심리의 신비한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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