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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우윤근 감찰했다면 민간인 사찰, 첩보는 인사서 검증"

중앙일보 2018.12.15 15:14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비위 의혹 당사자인 김모 수사관이 일부 언론을 통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한 첩보를 작성했다가 쫓겨났다. 이 내용은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에게도 보고됐다”고 주장하고 나선 건과 관련해 청와대는 15일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윤영찬 국민소통수석)”며 관련 사실을 반박했다.

조국 민정수석(가운데) 등 참모진들이 1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민정수석(가운데) 등 참모진들이 1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지난해 8월 해당 수사관으로부터 우 대사 관련 첩보를 보고받은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당시 국회 사무총장이던 우 대사는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특감반 대상이 아니라 감찰을 중지시켰다. 첩보 내용은 인사라인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무원과 친족 및 특수관계인만 감찰하게 돼 있지, 국회 인사는 고위직이라고 하더라도 감찰할 수 없고 만약 했다면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며 “그러나 당시 우 대사가 주러시아 대사로 거론되고 있었고 관련 내용은 확인해야 돼 인사 라인으로 보내 소명을 받도록 했고, 문제가 없어 러시아로 발령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이 해당 첩보를 생산할 당시는 정부 출범 초기로, 감찰 대상 유무와 관계없이 각종 첩보가 민정수석실에 보고됐다고 한다. 한 청와대 민정라인 관계자는 “보고하지 말라고 해도 특감반원들이 이것저것 가져왔고, 감찰 대상 여부에 대한 가닥을 잡는 시기였다”며 “실제 생산된 첩보 가운데 80~90%는 특감반장 차원에서 걸러지고 나머지는 민정수석 라인까지 보고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우 대사 관련 내용은 조 수석에게는 보고가 됐지만, 감찰 대상 범위 밖의 인사라 임종석 실장한테까지는 보고가 안 됐다고 한다.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재외 공관장 만찬에서 대화 중인 우윤근 주러대사(가운데), 노영민 주중대사(왼쪽)와 조윤제 주미대사.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재외 공관장 만찬에서 대화 중인 우윤근 주러대사(가운데), 노영민 주중대사(왼쪽)와 조윤제 주미대사. [연합뉴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수사관이 우 대사와 관련해 작성한 두 건의 첩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수사관은 우선 “20011년 말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검찰 수사 무마 명목으로 변호사 A씨에게 1억2000만원을 건넸고, 이 중 1억원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던 우 대사가 받았다는 내용의 첩보를 상부에 보고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저쪽에서 우 대사가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무혐의로 끝난 사건”이라며 “강제수사권이 있는 검찰이 우 대사를 입건조차 하지 않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기강 확립 관리체계 강화 지시사항을 발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기강 확립 관리체계 강화 지시사항을 발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 수사관은 또, “우 대사가 2009년 한 건설업자로부터 취업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았다가 2016년 돌려줬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 건설업자가 우 대사의 선거운동을 도와준 뒤, 대가를 달라고 계속 괴롭혔다”며 “2016년 총선 때는 본인이 ‘파산했다’고 주장해 우 대사 측근이 1000만원을 주고 차용증을 써서 서로 사인까지 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출입 기자단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김 수사관이 보고한 첩보 내용이라는 게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제기된 사안”이라며 “2015년 3월 3일 한국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당시 검찰도 저축은행 사건 및 1000만원 수령 부분을 조사했으나 모두 불입건 처리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8월 민정수석실이 김 수사관의 첩보내용을 판단할 당시 박근혜 정부 때의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근거였다”며 “1년도 더 전에 작성한 첩보 때문에 김 수사관을 갑자기 돌려보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충남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부터) 등이 회의장에 들어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충남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부터) 등이 회의장에 들어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김 수사관의 일탈로 규정짓고 있다.
 
이날 국회를 찾았다가 기자들과 만난 임종석 비서실장은 “본인 비위는 감추고, 사실을 부풀리고 왜곡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 수사관이 “임 실장이 비리 의혹을 사실로 판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임 실장은 “그런 사실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본지와 통화한 고위관계자도 “김모 수사관이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보는 것 같은데, 청와대 입장을 하나하나 다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당장 날 선 발언으로 청와대를 비판하고 나섰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조국 민정수석의 특별감찰반 쇄신안이 얼마나 허울뿐인지 그에 의해 쫓겨난 전 민정수사관의 폭로가 여실히 보여준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내 사람’을 봐주기 위해 특감반원을 내친 게 사실이 아니라면, 그 누명 아닌 누명을 벗는 책임은 바로 청와대에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자기가 데리고 있던 한낱 힘없는 특감반원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는 꼴이 부끄럽지 않은가”며 “스스로 이실직고하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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