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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회의비 받고 직원 법인카드로 수천만원 쓴 이사들

중앙선데이 2018.12.15 00:41 614호 5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2000억대 음악저작권 들여다보니
음악저작권료를 징수해 분배하는 역할을 하는 신탁기관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지난 10월 문화체육관광부 국감 때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급을 받으면 안 되는 이들(비상근이사)에게 월급 격의 수당(회의비)을 연간 8000만원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문체부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가수 강인원씨는 지난 5월 음저협 전·현직 회장을 포함해 비상근 이사 등 7명을 업무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해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도 첩보를 바탕으로 여러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음저협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 장부 등을 확보했다.
 

3명 22개월 회의비 2억9000만원
위원회 18개, TF팀 8개 조직 방만

한 번에 수십만원씩 거마비 받아
발언 내용 정리한 회의록 안 남겨

식사·주유비 법인카드 이중결제
협회 “규정대로 지급 문제 없어”

중앙SUNDAY는 음저협 임원들의 각종 회의비, 해외출장비,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 내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또 전·현직 협회 관계자 다수를 접촉해 증언을 들었다. 취재 결과 몇몇 고위 인사를 중심으로 협회 예산이 ‘주머닛돈 쌈짓돈’처럼 사용된 구체적 정황이 포착됐다.
 
우선 20여 명에 달하는 비상근 이사들에게 지급된 회의비가 문제였다. 협회는 이사들에게 회의비 조로 매회 25만~50만원의 거마비(車馬費·교통비)를 지급했다. 지난해 회의 참석 거마비로 지급한 돈만 5억5000여만원(총회 회의비 포함, 13억700여만원)이었다. 특히 전임 회장 A씨의 최측근이자 비상근 이사 3인이 가져간 회의비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 10월 말까지 이들 3인이 회의비로 받은 돈은 2억9000여만원. 어떻게 회의비로만 이렇게 큰돈을 받을 수 있었을까. 비밀은 음저협 내에 있는 각종 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팀의 존재에 있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해외출장 땐 선물 구입에 수천만원
 
협회에는 18개 위원회와 8개 TF팀이 있다. 정부 조직을 방불케 하는 규모다. 비상근 이사들은 여러 개의 위원회·TF팀 회의에 참석자로 돼 있어 한 번 회의에 수십만원의 거마비를 챙겼다. 가장 많은 회의비를 받은 A이사는 무려 11개 위원회와 8개 TF팀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 그가 지난해부터 올 10월까지 받은 회의비는 1억4000여만원(481회 참석)에 달한다. 하루 반나절 간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셈이다. B이사는 같은 기간 9300여만원(311회 참석), C이사는 5300여만원(178회 참석)을 받았다. 특히 A이사는 지난해 하루에만 다섯 차례 회의를 갖는 등 하루 2회 이상 회의에 참석해 중복해 거마비를 타간 횟수도 80일 가까이 됐다. C이사는 지난해 12월 선거를 통해 현재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음저협의 내부 자료 분석 결과 ‘비품구입 자문회의’(23회) 같은 이상한 이름의 회의도 자주 열렸다. 주말과 설날 등 법정공휴일에도 회의에 참석해 거마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이사는 지난 1년10개월 동안 휴일 회의에 참석한 횟수가 36건, B·C이사는 각각 28·26건이었다. 이들에게 휴일 회의비로 2600여만원이 지급됐다. 복수의 협회 관계자들은 “직원들이 쉬는 휴일에 이사들이 회의했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 허위인 경우가 많다”고 폭로했다. 평일 회의 역시 문제가 많다는 증언도 다수 나왔다.
 
“눈도장 찍듯이 얼굴만 비치거나 회의 명목으로 한정식 식당에서 모여 밥 먹는 것도 전부 회의라고 해서 돈을 챙겨 줬다. 참석자, 회의 주제만 서류상으로 정리해 놓았을 뿐이다. 회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참석자 각각의 발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를 정리한 회의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전임 회장 퇴임 때 억대 성과급도 논란
 
문제는 또 있다. 거마비로 주는 회의비에는 교통비와 식대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비상근 이사들은 회의비는 회의비대로 받고, 협회 법인카드로 음료·식사·주유비 등을 이중 결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 차량 수리비까지 법인카드로 결제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핵심 3인 이사들에겐 법인카드가 지급되지 않는데도 직원용 법인카드로 3년 동안 5000만원 가까이 썼다. 내부 고발자들은 “전임 회장이 자신의 입맛대로 협회를 운영하기 위해 측근들에게 공돈을 챙겨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음저협 측은 “비상근 이사들이 1인당 연간 수천만원의 회의비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개인정보라 자세한 내역 공개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 “이사회 결의로 만들어진 내부 규정에 맞게 돈이 지급돼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중앙SUNDAY는 국내외 출장비 내역도 분석했다. 2016년 2억6000여만원, 지난해엔 3억원 넘는 돈이 해외출장비로 쓰였다. 전임 회장은 20박 이상 유럽을 다녀오기도 했다. 외국 인사들에게 전달할 양주·선글라스 등 선물 구입비로 수천만원이 들어갔다. “해외 저작권료 징수 확대를 위한다”는 것이 여행 목적이었다. 한 내부고발자는 “선물을 받지 않는 외국 인사도 있었다”며 “구입한 선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문체부 시정명령에도 협회 측은 무시
 
지난해엔 전임 회장이 워크숍 명목으로 제주도에 두 달 가까이 머물면서 막대한 공금이 들어갔다. 전국 지부별로 워크숍을 진행한다는 명분으로 회장이 아예 제주도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워크숍에 참석한 이들에게는 교통비 외에 일당까지 별도로 챙겨 줬다. 비영리 사단법인의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전임 회장이 올 초 퇴임 때 억대의 성과급을 받은 것도 논란거리다.
 
이런 행태는 문체부 업무점검 때마다 매번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협회 측은 이를 무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 저작권산업과 관계자는 “11월 19~23일 진행한 업무 점검에서도 같은 문제가 또 적발되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며 “경찰 수사로 배임·횡령 부분까지 드러나면 업무 정지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성표·오원석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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