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준비 안 된 소득주도 성장 빗대 ‘학점주도 성장’ 우스개

중앙선데이 2018.12.15 00:40 614호 6면 지면보기
문 대통령 지지율 ‘데드 크로스’ … 20대의 속내
13일 중앙SUNDAY에서 20대 6명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토론했다. 왼쪽부터 우아정·김근호·김지수·김진호(가명)·송시우(가명)·김주헌씨. [신인섭 기자]

13일 중앙SUNDAY에서 20대 6명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토론했다. 왼쪽부터 우아정·김근호·김지수·김진호(가명)·송시우(가명)·김주헌씨. [신인섭 기자]

“20대는 보수적이다.”

내실 없고 긍정적 이미지만 부각
청와대 주장과 현실 간에 온도 차

전 정권의 ‘문고리 3인방’ 기시감
조국·탁현민 안고 가는 건 안 좋아

현 정부가 청년 배려하지 않아도
한국당은 선택지 아니라는 느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지지도가 저조한 현상을 두고 나오는 주장이다. 이를 보수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 남녀 간 대통령 지지도 차가 20%포인트 이상 나며,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데드 크로스’ 현상이 벌어진 걸 두고 ▶경제난 ▶대북 인식 ▶젠더(성별) 이슈 때문이라고들 설명한다. 20대의 속내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을 안고 중앙SUNDAY가 13일 저녁 20대 젊은이 6명을 만났다. 김주헌(26·연세대 통일학협동과정 석사과정)·김근호(20·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년)씨와 중앙일보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여성인 우아정(27·중앙대 정치국제학 석사)·김지수(24·서울대 고고미술사학 졸업)씨, 그리고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김진호(26·의과대생)·송시우(26·중앙대 석사과정·이상 가명)씨다.
 
이들 상당수가 평창 겨울올림픽 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에 대한 부정적 기억부터 떠올렸다. 송시우씨는 “‘대의를 위해 한다는데 젊은이들이 왜 반감을 갖느냐’는 청와대의 태도에 젊은이들이 최초로 ‘이거 뭐지’란 시그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문 대통령 지지율이 왜 하락세라고 보나.
▶ 김근호=“외치(外治)는 칭찬할 지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치 측면에선 경제나 교육, 소통에서 (문 대통령이) 자신이 지녔던 신념을 수정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뭔가 계속 밀어붙이려고만 하는 게 아닌가 한다. 지난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소통인데, 자신이 성과를 내고 있는 외교적인 질문만 받고 많은 비판이 쏟아지는 경제에 대해선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 자체도 많은 실망을 낳지 않았나 싶다.”

▶ 김진호=“내실도 없고 긍정적인 이미지만 부각하는 것 같다. 일례로 코드 인사나 남북관계를 문 대통령이 주도한 듯 국내에선 보도되지만 외신들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관계로 생각하는 등 청와대의 주장과 현실 간의 온도 차를 느낀다.”

▶ 송시우=“북한 이슈를 제외하곤 존재감이나 실질적인 성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피로감도 쌓인다. (현 정권이) 자신 있게 워딩(말)들을 던져놓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는 데서 오는 허탈감 같은 것도 있다. 3년간 무엇을 할 수 있고, 안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 우아정=“대통령 지지엔 지난 정권에서 못했던 것에서 조금이라도 낫겠지 하는 기대의 표가 있다. 그런데 지난 10년과 지금의 차이, 더 나아진 부분(이 뭔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 김지수=“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라 전 정권과 다르게 적폐를 청산하고 재벌을 징벌하며 친노동자로 갈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그런 모습을 덜 보여준 것 같다. 기시감을 보여주는 행보도 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권 말미에 문고리 3인방 등 측근 얘기가 많이 나왔다. 문 대통령도 측근들을 많이 배치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탁현민 행정관 등이다. 고집 세게 그분들을 안고 가는 걸 보고 저건 좋지 않은 징조가 아닌가 생각한다.”

▶ 김근호=“공정함이란 측면에서도 분노를 많이 느낀다. 코레일 사장도 전대협 출신이 철도 전문가를 제치고 채용됐었다. 능력이나 전문 분야에서 채용하는 게 아니라 주변 인사를 꽂는다는 인상을 준다.”

▶ 김주헌=“제일 중요했던 게 인사 문제다. 20대가 문 대통령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건 오히려 기회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본다. 외면하기보단 불만을 만족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실시했으면 좋겠다.”
 
20대가 대북 인식에서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 김지수=“한국이 혼자 앞서 가려 한다고 생각한다.”

▶ 김주헌=“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북한과의 관계를) 김대중·노무현 정부 수준으로 만회하기 위해 속도를 낸 것 같다. 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을 지지한다. 국민 입장에선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다.”

▶ 김근호=“남북관계가 북·미 관계를 선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백두칭송위원회 등 극단적 단체들이 나타나는데, 정부 차원에서 메시지를 내는 게 문재인 정부를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들을 해소해 주지 않을까 싶다.”

▶ 우아정=“실리적인 노선을 추구한다고 표방하지만 역사적인 맥락과 민족주의 정서를 이용한 짜맞추기 방식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 김진호=“개인적으로 북한에 대한 접근 방법을 부정적으로 보지만, 주변의 친구들은 크게 관심이 없다.”

▶ 김지수=“나도 그렇다.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고 안보에 있어서 위해가 된다고 김정은과 북한 정권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김정은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짓밟는 독재자구나 이런 측면에서 접근한다. 전쟁의 위협이 와닿지는 않는다.”

▶ 송시우=“과거에 비해 김정은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확대된 건 맞는 것 같다. 그게 합리적 지도자라든가 우리랑 우호적인 것을 진짜 선의를 갖고 할 것이라고 자동적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 김근호=“김일성·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경제발전에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나 대북제재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 파트너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취업난도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거론된다.
▶ 김근호=“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학점주도 성장론’이라고 한다. 열심히 하면 A학점을 받는 게 아니라 A학점을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분배 정책으로 올바른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공급 측면에서 고민이 부재하지 않았나 싶다.”

▶ 김지수=“이상적인 목표를 설정해 놓고 (정작) 거기까지 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똑똑하게 설계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최저임금은 당연히 올라야 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올렸다거나,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안 하고 무작정 올렸다고 다들 생각하는 것 같다.”

▶ 송시우=“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번도 경제가 잘나가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더라. 여당 대표가 할 얘기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선순위에서 경제가 최소한 세 손가락 안에 들어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 워딩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로서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란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문 대통령의) ‘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들으며 ‘뭐지 여기는. 청와대가 생각하는 경제는 어떤 사람들의, 어떤 경제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성별 지지율 차는 20%포인트 이상이다.
▶ 우아정=“제 주변 여자들 중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다. (문 대통령이) 여자들을 위한 마음이 큰 게 사실이지만 한 게 뭐 있냐는 친구들도 있다.”

▶ 송시우=“젠더가 사회적 분열 이슈인 건 알겠는데, 문 대통령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모르겠다. 특별히 여성 우대 정책을 한 건 없다고 본다.”

▶ 김주헌=“여성을 중시하는 대통령이다 보니 20대 남자들 중엔 자기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도 적지 않다. (대체복무제에서) 양심적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나도 고개를 갸웃했다.”

▶ 송시우=“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가 있지만 남자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현실은 아니다. 육아휴직을 낼 것 같으면 당연히 사표를 써야 하는 분위기다. 밤샘은 당연히 남자가 하는 관행은 그대로다. 상대적 피로감이 있다.”

▶ 김근호=“여성도 징병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재미있는 이슈네요’라고 넘긴 일이 있다. 2030대 남성들은 청와대나 문 대통령이 어떤 성별의 편을 든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목소리가 지워진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 있다. 아직 문 대통령이 특별히 여성 정책을 크게 펼친 것은 없어 실제로 어떤 성별의 편을 들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말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가 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까.
▶김근호=“문 대통령 지지율의 상당 부분은 자유한국당이 벌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친구에게 ‘그럼 너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거냐’고들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청년들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을 편다 해도 절대 자유한국당을 따라갈 순 없다. 자유한국당은 선택지가 아니란 느낌이 있다.”

▶ 송시우=“현실적으로 선거에 임박했을 때 당의 간판 후보가 누가 되는지에 따라 지지 정당은 변할 수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여야는) 대통령 가치관에 대한 찬반일 뿐이지 정당의 정책적 존재감은 미약하다고 생각한다.”

▶ 김주헌=“대구 출신인데 대구가 진짜 변했다. 인물·정책을 보고 소신대로 간다.”
 
대통령 45%·민주당 36%, 지지율 나란히 최저
한국갤럽 주간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전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45%(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로 지난해 5월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에 부정 평가는 44%로 취임 후 가장 높았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1%포인트로 좁혀졌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부정 60%, 긍정 28%), 부산·울산·경남(49%, 41%)에 이어 충청권(52%, 35%)에서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 성별로는 남성에선 부정 평가(48%, 42%), 여성에게선 긍정 평가(40%, 47%)가 우세한 현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여성에게서도 긍·부정의 격차는 크게 줄었다(19%포인트 →7%포인트).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36%), 자유한국당(19%), 정의당(9%), 바른미래당(6%), 민주평화당(2%)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