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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KAIST 총장 직무정지 제동 걸려

중앙선데이 2018.12.15 00:32 614호 8면 지면보기
이사회 유보 결정 … 차기에 재논의키로
신성철

신성철

신성철 KAIST 총장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직무정지 요청이 KAIST 이사회에 의해 유보됐다. 14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제261차 정기이사회에서다. 논란이 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대한 감사가 현재 진행 중이고, 검찰의 수사 역시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무정지에 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섣부르다고 판단했다는 게 KAIST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장무 KAIST 이사장은 이날 “총장 직무정지 건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직무정지 매우 신중하게 처리해야”
‘표적 감사’ 반발에 영향 받은 듯

 
이사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9명의 이사 중 정부 측으로 분류되는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 측이 강하게 표결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장무 이사장이 이사진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별도의 표결 없이 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건을 차기 이사회로 유보하기로 했다.  
 
이사회 간사인 김보원 KAIST 기획처장은 “최고 지성의 전당인 KAIST의 총장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법적인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이사회 차원에서 사실관계 확인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신성철 총장은 과기정통부의 이른바 ‘표적 감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총장 자리를 일단 유지하게 됐다.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장관직을 거는 심정으로 (총장 직무정지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유보 결정에 따라 향후 검찰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 차기 이사회의 시기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 총장은 이사회가 끝난 후 “본의 아니게 KAIST와 과학기술계의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겸허하고 신중한 마음으로 대학을 경영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직무정지 건은 최근 뜨거웠던 과기정통부에 대한 과기계의 항의 여론을 KAIST 이사회가 경청한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병태 KAIST IT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사회가 KAIST 교수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동문회의 입장 발표 등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특히 신 총장에 대한 모든 혐의가 아직은 의혹에만 그치고 있는 만큼 이사회가 (직무정지 건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빈약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초과학단체협의체 회장을 지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이사회의 결정으로 과기정통부의 감사가 너무나 허술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2차대전 이후 물리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개인비리에 가담했다고 하는 정부의 주장은 오히려 한국 과기계 발전에 누를 끼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기정통부는 이사회 전날인 13일 브리핑을 통해 KAIST-LBNL 간의 계약이 ‘당사자 간 계약’으로만 체결돼 국가계약법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또 신 총장이 주장한 LBNL의 장비 사용 시간이 연간 2주에 불과했다는 점, 계약 당시 작성한 용역연구협약서와 공동연구과제협약서 중 하나만을 한국연구재단(NRF)에 제출했다는 이유로 신 총장에게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정작 LBNL 측에는 직접 자료 요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의혹을 가중시켰다.
 
한편 KAIST 신성철 총장에 관한 의혹은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보도되며 국제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지난 13일 기준 KAIST 교수진을 비롯한 810명의 교수가 신 총장 직무정지 건에 대해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성철 KAIST 총장 논란 일지
2018년 7월 과기정통부, 신성철 KAIST 총장(전 DGIST 총장·사진)에 대한 비리 제보 접수
11월 초 과기정통부, DGIST 감사 시작
11월 28일 과기정통부, 신 총장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업무상 횡령 및 배임)
11월 30일 과기정통부, KAIST 이사회에 신 총장 직무 정지 요청
12월 4일 신 총장, DGIST-LBNL 이면계약 의혹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
12월 7일 KAIST 교수 등 과기계 교수 810명(13일 기준) 과기정통부에 항의 성명 발표
12월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신 총장 공방에 대한 보도
12월 13일 실리콘밸리 KAIST 동문회, 과기정통부에 항의 성명 발표
12월 14일 KAIST 이사회, 신 총장 직무정지 유보 결정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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