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떡 달라듯 국회 용역비 요구…줄줄 새는 예산

중앙선데이 2018.12.15 00:27 614호 12면 지면보기
[김진국이 만난 사람]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유인태 사무총장은 ’노무현 대통령도 꼬마민주당을 하고, ‘바보 노무현’ 소리를 들어 선거제도 개혁 신념이 강했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유인태 사무총장은 ’노무현 대통령도 꼬마민주당을 하고, ‘바보 노무현’ 소리를 들어 선거제도 개혁 신념이 강했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국회는 우리 사회의 ‘왕따’다. 여론조사를 하면 신뢰도가 항상 꼴찌다. ‘국회의원을 반으로 줄이라’느니 ‘국회를 없애라’고 비난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축이 국회다. 실질적인 권력은 집행하는 행정부에 쏠리기 마련이다. 국회에 견제할 힘이 없으면 행정부가 독주한다. 정치 혐오는 민주주의를 죽이는 독이다. 가장 큰 책임은 정치인의 몫이다.

용역 문제
총장 된 뒤 아는 사람들 찾아와 요청
국회에 와 보니 적폐가 꽤 있더라

세종 분원
이달 용역 발주, 내년 여름 결과 나와
내년 가을쯤 논의해서 설계비 집행

선거 제도
기득권 양당이 독점하는 선거제론
우리나라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

오세훈법
낙선해서 수입 없는데도 먹고살아
아무도 안 지키는 법 바로잡아야

 
유인태(70)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7월 취임하자마자 국회 개혁을 꺼냈다. 지난달 29일에는 국회혁신자문위원회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상설소위를 가동하고, 국회 입법 청원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또 국회의원 정책개발비를 철저히 검증하고 단체 보조금을 대폭 줄이겠다고 했다. 11일 집무실에서 만난 유 사무총장은 “와서 보니 여기도 ‘적폐’(積弊)가 꽤 있더라”고 말했다.
 
“총장에 취임하니 바로 아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용역을 달라는 거예요. 연구용역. 한 건에 2000만원이에요. 국회가 필요한 연구 용역을 심사해서 주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그냥 찾아와서 동네 호떡 하나 달라는 것처럼 말하는 겁니다. 의장실에는 얼마나 많이 왔겠어요. 이게 줄줄 새는 예산의 표본이죠. 그중에 한 5억 원은 매년 위탁으로 나갑니다. 제일 많이 받는 게 한국의정발전연구회예요. 연원을 알아보니 전두환 정권이 교수들을 포섭하려고 돈을 나눠준 겁니다. 아니, 국회가 필요하면 누구를 선정해서 할 일이지, 2억 원을 무조건 거기다 줘서 용역을 맡기는 거야. 용역 논문과 의원들 열람 실적을 가져오라고 하니 못 가져와. ‘나 이거 사인 못 하겠다’ 했어요. 다 삭감했어. 몇몇 장관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우리도 많은데…’ 하는 거예요. 무슨 이야기인지 아시겠죠? 이거 참 심각한 이야기입니다. 행정부 산하 연구 기관 용역은 전부 위에서 ‘이거 누구한테 줘라’ 하는 압력에 의해 주는 겁니다.”
 
의원들에게 가는 것도 있습니까.
“국회 산하 법인단체들, 무슨 연맹, 단체, 몇십 년 된 게 많아요. 몇억씩 가져갔는데 그동안 돈 쓴 걸 전부 분석해서 60% 삭감하라고 했죠. 그런데 문희상 의장이 내년 사업계획을 다 짜 놨는데 연말에 한꺼번에 60%를 삭감하면 문 닫으라는 거니까 30%만 깎고, 점차 축소해 나가자고 했어요. 그런데 운영위원회에 갔더니 해당 의원들이 어떻게 로비를 했는지 다시 삭감 폭이 16%로 줄었어요. 예결위에 가니 그중에 헌정회 것이 도로 살아났더구먼. 1원 한장 깎는 게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사무처 직원들이 이미 정부 안에 포함된 예산을 우리 손으로 삭감한 것은 처음이라고 합디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회 세종 분원 예산 10억 원도 넣었는데, 진짜 가는 겁니까?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예결위 소위에 가서 넣은 거죠. 올해 용역비가 2억 원 있었어요. 사무처는 갈지 말지 운영위가 방향을 잡아달라고 했지만 일단 용역을 맡겨 운영위가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달라는 거예요. 이달 말쯤 발주하면 내년 여름쯤 나올 겁니다. 분원을 만들면, 회의장은 어떻게 짓고, 거기서 어떤 회의를 할 건지.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 예결위가 내려가면 정부가 전부 올라오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지 않으냐고 해요. 국정 감사는 부처 회의장을 쓰면 되지만 필요할 때 상임위원회도 분원에서 하고…. 용역 나오는 것을 보고 내년 가을쯤 분원을 할 거냐 말 거냐 다시 논의해서, 한다고 하면 설계비를 집행할 겁니다.”
 
유 총장은 매일 국회 로텐더홀을 간다. 단식 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만나러. 그는 오래전부터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해왔다. 직접 협상을 맡은 적도 여러 차례다. 그는 “공무원이니까 정치 현안을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피하다 계속된 질문에 입을 열었다.
 
“선거제도 개혁이 오랜 소신이에요. 원혜영 의원이나 나나 기호 5번(한겨레민주당), 3번(작은 민주당)을 달아본 사람이라서…. 아무래도 기득권 양당이 독점하는 선거제도 가지고는 우리나라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왔으니까. 다만 예산안 연계는 전략적 실수라고 봐요.”
 
민주당이 앞장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반대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닌가요.
“구체적인 이야기 하지 말고, 정개특위에 맡기겠다고 하면 되는데…. 빨리 퇴로를 열어주고, 정개특위에서 논의해야죠. 선거제도는 표결 처리를 할 수도 없고, 모든 정치권이 합의해야 하니까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달렸죠. 단식 들어갈 때 자유한국당 의원총회는 ‘도농복합’하고 ‘연동형’을 다 부결했단 말이에요.”
 
2003년 4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이 첫 국회연설에서 이런 제안을 했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여야가 합의하셔서 선거법을 개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저의 제안이 내년 17대 총선에서 현실화되면, 저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 내각의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습니다.”
 
“노 대통령이 원고에도 없던 것을 애드리브로 제안했어요. 어찌 보면 준(準)연정 제안을 이 양반이 취임하면서부터 한 겁니다. 그 총리가 헌법대로 장관 제청권을 다 행사하겠다고 하면 실질적으로 연정이 되는 거죠.”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그래서 선거법 협상을 하신 거네요.
“연동형은 입도 뻥긋 못 하고. 그게 되겠어요? 영남이 67석, 호남이 30석인데. 한나라당이 영남을 90% 이상 석권하던 시절이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자고 하면 씨알도 안 먹힐 때였어요. 그래서 도농복합선거구라는 꾀를 만들어낸 거예요. 그건 정치학 교과서에도 없는 유인태 안이고, 세계 어느 나라도 해본 적이 없는 거야. 그런데 결국 영남지역 의원들이 반대해 결국 못한 거지.”
 
공천제도를 바꿔야 국민이 받아들일 텐데.
“그래도 민주당은 상향식으로 고친다고 했는데… 반(反) 정치 포퓰리즘 때문에… 정당의 풀뿌리 기초조직인 지구당을 돈 먹는 하마라고 없앴는데, 돈을 못 쓰게 만들면 되지 구더기 끓는다고 장독을 깨는 것과 같아. 아무도 지키지 않는 오세훈 법을 고쳐야 해요. 당원협의회라는 걸 만들어놓고도 회의는 커피숍에서 하고 와야 해. 선거 끝난 뒤 떨어진 사람은 선관위 보전 비용이 남아도 다 기부해야 해. 그래서 편법을 써 빼돌리고. 국회의원 떨어지면 돈을 10원도 못 받게 돼 있어요. 그러면 나부터 조사해야 해. 내가 18대에 떨어졌잖아. 그리고 19대 다시 들어왔어. 4년 동안 수입이 하나도 없었어. 소득세·증여세·상속세 낸 것도 없어. 그런데 재산이 그대로야. 4년 동안 먹고 살고, 지역구 관리도 했어. 그러면 너 어디 가서 도둑질해 먹고 살았냐? 조사해야지. 지금 아무도 안 지키고 있는 겁니다. 직업적인 정치를 하려고 하면 후원을 허용해줘야지….”
 
개헌은 국회에 맡겨야 했지 않나요.
“문 대통령은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에 대해 상당히 거부감이 있어요. 우리 국민 여론도 그렇고. 의회로 권력이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혐오감이 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하고 그 대목에서 차이가 많이 나죠. 당 원로 몇 분이 설득해 후보 시절 마지막에 나온 게 이원이든 분권이든 여야가 합의해 오면 따르겠다는 것입니다.”
 
선거법이 고쳐지면 임기 중 개헌 움직임도 있을까요.
“지금 타협 가능한 안이 아직 국민 정서나 여론도 그렇고…. 나는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4월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제안한,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 안 아닌가 해요. 국민 여론도 고려하면 우선 그 정도 선에서 한 번 운영해 보는 게 순리 아닌가…. 우선 그렇게만 하더라도 굉장히 달라질 겁니다. ‘청와대 정부’니 이런 이야기들은 나오지 않을 거고, 내각의 힘이 훨씬 달라지겠죠.”
 
장관들은 대통령에게 접근하기가 참 어려운가 봐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대통령이 인사권을 다 가지고 있으니. 언제든지 그만둬야 하는 파리 목숨이죠. 노 전 대통령은 장관들을 자주 봤어요. 아침도 혼자 먹는 법이 없었어요. 현안이 있으면 해당 장관과 수석을 부르고. 관저에서 조찬, 오찬, 만찬하고…. 술도 안 깼는데 7시에 아침 하자고 부르니 죽을 맛이었죠.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항간에서 대통령이 ‘혼밥’한다고 하고, 김정숙 여사하고 먹는 것은 ‘혼밥’이라고 해야겠죠. 청와대 참모들은 낭설이라고 부인하는데. 그런데 대통령하고 밥 먹었다고 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 어려워요. 어느 말이 진실인지….”
 
대통령이란 자리가 그런 모양이에요.
“인사권이 대통령에 있으니까 장관들은 청와대 기류를 살피는 데 혈안이 돼 있어요. 내가 정무 수석 때, 우리 방의 보좌관, 행정관은 차관급 고위간부들이 밥을 먹고 안면을 튼 뒤에 청와대 기류를 파악하는 정보를 얻더라고요. 특히 인사수석실 비서관은 장관들하고 밥 먹어요. 청와대 직원은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올리니까 힘이 세죠. 저렇게 청와대 직원이 많으면, 힘센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고, 내각에는 상전들이 많아지는 거죠.”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그는 문 대통령이 국회와 협치(協治)를 잘 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기대를 부풀 게 한 게 당선하고 야당부터 찾아가고, 협치 하겠다고 하고, 야당 원내대표를 만날 때 역대 대통령 중에 미리 와 기다린 사람은 없지 않아요? 문 대통령은 미리 와서 책상까지 같이 옮기고, 그래서 정말 잘할 줄 알았더니…. 야당 대표를 만나봐야 대화가 되겠느냐 싶지만, 대화가 되든 안 되든 따로 만나 대통령이 설득도 하고, 협조를 구하고 그래야 한다고 보죠. ‘국민을 보고 가겠다’는 건 위험한 발상입니다. 국민의 대표인 의회를 보고 가야지, 5000만 명을 어떻게 보고 가겠다는 겁니까. 아무튼 의회와의 협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성의가 부족했다고 봐요.”
  
노무현 대통령과 맞담배 피운 '엽기수석'
유인태 사무총장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4년 5개월을 복역했다. 충북 제천 출신이지만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해 경기중·고,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대학 시절 두 번이나 제적됐다. 복역 중 면회 온 어머니는 “네가 없으니 한 달에 두 가마 반 먹던 쌀이 한 가마로 줄었다”고 했다. 7남매와 일하는 사람까지 살았던 그의 집은 친구들이 들끓었다.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두고 양 김(김영삼·김대중)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1구2인 선거구에서 소선거구제로 바뀌고, 양김이 갈라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서울 지역구의 절반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3자 통합을 협상하다 깨져 한겨레민주당을 만들었다. 예춘호·조순형·고영구 등 야당 인사와 민청학련에 연루된 유인태·제정구·원혜영 등이다. 참패했다.
87년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하고, 그해 대선 양김 단일화를 추진하며 노무현 변호사를 만났다. 노 변호사는 민주당으로 갔지만 그 뒤 그와 ‘꼬마민주당’과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등을 같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초선 때 원외인 노무현 최고위원의 부산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92년 14대 총선 때 민주당 공천으로 도봉 갑에서 당선된 이후 17대(열린우리당), 19대(민주통합당)에 도봉 을에서 3선했다. 노무현 정부 초 정무수석. 대통령과 맞담배를 피고, 회의 때 졸기도 하고, 기자들에게 악의 없이 적나라한 표현을 던져 ‘엽기수석’이란 별명을 얻었다.
2012년 재심을 통해 민청학련 사건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민사보상을 못 받았다. 그는 “과거 형사재판 확정판결 이후 3년 이내이던 민사소송 시효를 양승태 대법원이 갑자기 6개월로 갑자기 줄인 탓”이라며 “사법 농단 피해자”라고 말했다.
 
김진국 칼럼니스트 kim.jinkook@joongang.co.kr
 

구독신청

배너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