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이언 스튜어트는 어떻게 케이크를 자를까
수학 마니아 위한 칼럼집이지만
어려운 수식 건너뛰어도 무방
수학자들의 독특함 보는 재미
이언 스튜어트 지음
전대호 옮김, 반니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한 SF 작가가 말했다. 수학도 그러하겠다는 생각을 책을 덮으며 했다. 수학을 잘하게 된다는 게 어쩌면 ‘마법’을 잃는 길이지만 동시에 스스로 ‘마법사’가 되는 길일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수학을 영감과 즐거움의 원천으로 여겨온 영국의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의 저서 『이언 스튜어트는 어떻게 케이크를 자를까?(How to cut a cake)』를 읽은 후 소감 중 하나다.
무슨 얘기인가 싶을 터인데 카드 마술이 대표적이었다. 우선 카드 묶음을 반으로 나눠 쥔 뒤 양쪽 카드를 한 장씩 엇갈려 섞는 방식(파로 셔플·Faro Shuffle)부터 터득하자. 두 방식이 있는데, 반으로 나누기 전 맨 위에 있던 카드가 엇갈려 섞은 후에도 맨 위에 있다면 ‘바깥 엇갈리기’, 두 번째에 있다면 ‘안 엇갈리기’다. 그리곤 확신만 하면 된다. 카드를 바깥(또는 안) 엇갈리기로 섞고 또 섞으면 언젠가 애초의 배열로 돌아온다는 점을 말이다. 52장으로 구성된 카드를 바깥 엇갈리기로 섞을 경우 8번 만에 원래 순서가 된다. 그러므로 지인들 앞에서 당당하게 카드 한 벌을 꺼내 들어도 좋겠다. 단, 엇갈리는 방법을 헷갈려선 절대 안 된다. 안 엇갈리기로 할 경우 52차례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좀 더 간단한 카드 마술도 소개했다. 네다섯 번의 손동작이면 상대방으로부터 감탄을 받아낼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곤 소곤거렸다. 더하고 거듭제곱하고 나머지를 구하면 되는 정수론이 적용될 뿐이라고.
이 책이 쉬운 건 아니다. “적극적으로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기 때문이다. 2001년까지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썼던 수학 칼럼의 증보판이다. 고교 과정에서 보지 못한 수식도 제법 나온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12/15/3557f02a-54dc-457c-8081-05bc6e6ac768.jpg)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더불어 수학자란 인간 종족이 얼마나 독특한 시선과 상상력의 소유자인지 깨닫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비눗물에 철사를 담갔다가 꺼냈을 때 만들어지는 거품들의 다양한 모양을 보며 ‘극소곡면’이란 수학을 떠올리고, 벽돌을 실은 화차가 교차점에서 쓰러지는 걸 보곤 그래프 이론을 만들었다는 게다. 신발 끈 묶는 방법도 수학(수학적 측지선 이론)이 된다.
수학에 대한 얘기지만 궁극적으론 인간에 대한 직관도 얻을 수 있다. 케이크 분배가 그 예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모든 참가자가 케이크의 각 부분에 부여하는 가치가 일치할 때 분배가 가장 간단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특정한 몫에 대한 가치평가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실제론 정반대가 참이다. 참가자들의 가치관이 불일치할 경우, 모든 참가자를 만족시키기 더 쉬워진다. 서로 자신의 것이 더 크게 느끼는 상황이다.”
사실 이 책의 영문판은 원래 2006년에 발간됐다. 무려 12년 전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종종 “이제라도 번역본이 나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 수 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