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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수능 국어 31번, 전두엽 자극하는 융합 문제

중앙선데이 2018.12.15 00:02 614호 28면 지면보기
알고보면 쉬운 과학 원리 
2019학년도 수능 국어 31번 문제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지문에 만유인력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어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문 속에서 물리법칙을 찾아내어 적용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너무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았으나 이런 식의 융합문제 출제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만유인력 내용 탓 논란 됐지만
프랑스였다면 칭찬 받았을 것
암기 위주 교육은 측두엽만 발달
뇌 전체 쓰는 창의융합형 키워야

 
1.4kg 무게의 뇌 속엔 1000억 개 세포
 
인간의 모든 사고 작용, 기억, 판단, 행동은 뇌에서 나온다. 무게가 1.4kg 정도인 뇌는 약 1000억 개의 뇌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모든 세포들이 동원되어 일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부분만 작동하여 일을 한다. 생명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기능은 뇌의 깊은 곳이 관장한다. 수박으로 말하면 빨간색 부분이다. 변연계라 불리는 이곳은 맥박과 호흡, 그리고 위험, 감정 등 생명 유지에 직결되는 일을 담당한다. 인간의 뇌는 겉 부분이 발달했다. 수박으로 말하면 초록색 부분으로 피질이라 부른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하여 피질이 잘 발달하여 인간답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피질도 여러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고, 영역마다 역할이 주어져 있다(그림 1). 예를 들어서, 앞이마 부분에 있는 연합피질이라 불리는 전두엽은 사고작용을 담당한다. 어떤 선택이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하여 고민하는 곳이다. 후두엽은 시각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시각피질이라 불린다. 눈을 통해서 들어오는 영상신호를 담당한다. 그리고 양쪽 귀 근처의 측두엽은 기억을 관장하는 곳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기억한다면, 그 정보가 기록되는 곳이 바로 측두엽이다.
 
뇌의 위쪽에 위치한 두정엽에는 감각피질, 운동피질, 연합피질이 있다. 감각피질은 신체에서 들어오는 감각신호를 관장한다. 운동피질은 신체 각 부위의 운동을 조절한다. 그리고 두정엽에 있는 연합피질은 감각과 운동 신호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일을 한다.  
 
뇌는 이와 같이 영역별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단순하게 기억된 것을 칠판에 글씨를 쓴다고 하면, 측두엽(기억)과 운동피질(글쓰기)만 일하면 된다(그림 2). 기억된 내용을 참고해 중요한 선택을 한 뒤 글을 쓴다고 하면, 측두엽(기억)과 전두엽(판단), 두정엽(글쓰기)이 협동해야 한다(그림 3). 뇌의 여러 영역이 함께 공동으로 일해야 하는 문제는 복잡하게 느끼고,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이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에 동일한 상황이 생기면, 단순하게 처리한다. 조건반사적으로 자동으로 대응한다. 즉 습관적으로 대응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가 호랑이를 보았다고 하자. 처음에 호랑이를 봤을 때(후두엽)는 이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전두엽). 기억장소에 기록(측두엽)되어 있는지 찾아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한다(전두엽). 이것이 무섭게 보이면 얼른 피하라고 신체에 명령을 내린다(전두엽). 그러면 즉시 발을 움직여서(두정엽) 도망간다. 이것이 처음 호랑이를 봤을 때의 사고작용이다.
 
2019학년도 수능 국어 31번 문제 지문.

2019학년도 수능 국어 31번 문제 지문.

그런데 다시 호랑이를 보게 되었다고 하자. 이때는 호랑이가 무서운 동물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상태다. 눈을 통해서 호랑이 정보가 들어왔다(후두엽). 호랑이가 무서운 동물이라는 기억이 있다(측두엽), 얼른 발을 움직여 도망간다(두정엽). 기억된 것에 따라서 단순하게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인간의 뇌는 암기된 것을 기억해낼 때는 뇌의 일부만 동원해 빨리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일을 할 때는 여러 영역이 협동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습관이란 것을 만든다. 자주 발생하는 일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동으로 반응하게 한다. 마치 수학문제에서 공식에 대입하면 되는 것처럼 해 놓는다. 이처럼 뇌를 공식처럼 이용하면 빨리 일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색다른 상황이 생기면 대응하기 어렵다.
 
회사 임원들에게 어떤 사람을 뽑기를 원하느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인재라고 말한다. 이를 뇌과학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면, 전두엽이 발달한 사람을 원한다는 말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미래사회는 더욱 그렇다. 미래 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 현장은 그렇지 않다. 암기 위주의 교육이다. 다시 말해서 측두엽을 발달시키는 데 열심이다.
 
 
대뇌 앞쪽 전두엽, 의사결정하는 역할
 
심지어 일부 학원에서는 모든 수학 문제의 패턴을 조사해서, 패턴을 암기하게 한다고 한다. 사고력 문제를 암기력 문제로 바꾸어 버린 놀라운 전환이다. 이렇게 훈련이 된 사람은 암기한 패턴과 조금만 달라지면 대응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의 뇌는 측두엽이 발달하고 전두엽은 발달하지 않을 것이다. 창의융합인재는 여러 가지 지식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뇌과학적으로 생각하면, 특정 부위만 활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뇌 전체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이번 수능의 국어 31번 문제가 프랑스 바칼로레아에 출제됐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당연히 좋은 문제라고 칭찬받았을 것이다. 이번에 그런 융합적인 문제가 나왔기 때문에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이에 맞는 공부를 할 것이다. 그래서 내년 수능이 우리 교육에서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내년에도 그런 문제가 나오면 계속해서 융합적인 공부가 자리 잡고, 그렇지 않으면 원위치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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