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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섬나라 아이슬란드도 삭힌 홍어 먹는다

중앙선데이 2018.12.15 00:02 614호 21면 지면보기
박찬일의 음식만행(飮食萬行) - 아이슬란드 미식 여행
 아이슬란드의 삭힌 홍어구이. 12월 23일 저녁에만 먹는 전통 특식이라고 한다. 4주 이상 숙성해 냄새가 한국 홍어보다 셌다. [사진 박찬일]

아이슬란드의 삭힌 홍어구이. 12월 23일 저녁에만 먹는 전통 특식이라고 한다. 4주 이상 숙성해 냄새가 한국 홍어보다 셌다. [사진 박찬일]

“설마요, 그럴 리가요.”

한국처럼 홍어와 상어 삭혀 먹어
삭힌 홍어구이, 12월 23일 특식

4주 푹 삭혀 우리보다 냄새 강해
“홍어 먹는다고 차별?” 이해 못해

광주광역시의 한 방송국 피디에게 내가 처음 한 말이었다. 그는 유럽 한 나라에서 홍어를 삭혀 먹는다고, 같이 취재를 가자고 제안했다. 홍어를 삭힌다고?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한 여행사 직원에게 들은 말이 있었다. 어느 단체를 인솔해 유럽의 한 공항에 도착했다. 세관에서 크게 홍역을 치렀다. 짐에 삭힌 홍어가 있었다. 마약견이 출동하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홍어를 먹는다. 20여 년 전 직접 목격했다. 그러나 ‘삭힌’ 홍어가 아니다. 날개만 버터에 구워 요리할 뿐이다. 생홍어와 삭힌 홍어는 차원이 다르다. 홍어는 삭힘으로써 전혀 다른 생선이 된다. 어떤 나라에서는 엄청난 마니아를 거느린 고급 음식이 되고, 그 밖의 나라에서는 상상 밖의 음식이다. 그 어떤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 현장을 목도하기 전까지. 
 
홍어 날개만 먹고 애·코·등뼈는 버려
 아이슬란드 식당에서 요리를 기다리는 삭힌 홍어 살덩어리들. 주방에 냄새가 그득했다. [사진 박찬일]

아이슬란드 식당에서 요리를 기다리는 삭힌 홍어 살덩어리들. 주방에 냄새가 그득했다. [사진 박찬일]

아이슬란드가 북유럽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반짝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비긴 데다 선수들이 치과의사, 소금공장 노동자 등 직업이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됐다. 
 
아이슬란드는 영국 북쪽에 있다. 이름과 달리 그렇게 춥지 않다. 한겨울에도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는 적이 별로 없다. 대신 한여름에 파카를 입을 만큼 서늘하다. 내가 수도 레이캬비크에 머물렀던 8월에도 그랬다. 아이슬란드는 몇 가지 독자적인 문화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게 독특한 혈통 문화다. ‘누구누구의 딸(도티르)’ ‘누구누구의 아들(손)’로 끝나는 말을 성으로 쓴다. 그래서 남매간에 성(姓)이 다르다. 당연히 남자 축구대표팀은 모두 ‘OO손’이었다. 아, 한국과 비슷한 게 하나 있다. IMF 사태를 겪었다는 것. 물론 현재는 한국처럼 경제 복구가 다 이루어졌다. 현재 인구 33만여 명. 1인당 국민소득은 7만 달러 이상으로 세계 4위다. 
아이슬란드의 삭힌 홍어 요리. 버터에 구웠다.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두드러졌다. [사진 박찬일]

아이슬란드의 삭힌 홍어 요리. 버터에 구웠다.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두드러졌다. [사진 박찬일]

엄밀히 따지면 홍어를 삭혀 먹는 나라가 더 있다. 노르웨이다. 일부 지역의 옛 관습이다. 아이슬란드는 전국적으로 먹는다. 단, 크리스마스 전인 12월 23일 저녁 하루다. 평소에 한국처럼 먹지는 않는다. 대신 구워 먹는 풍습은 있다. 레이캬비크 시내 한복판의 유명 식당인 ‘스리르 프락가르’에서 구운 홍어를 판다. 셰프 스테판이 시범을 보여 주었다. 껍질을 벗긴 후 버터를 넉넉히 두르고 천천히 굽는다. 샥스핀 같은 홍어의 연골이 부드러워져서 오독오독 씹힌다. 멋진 요리다. 
 아이슬란드의 고래고기 회. 소고기 육회처럼 살이 붉었다. 맛도 기름진 소고기 맛이 났다. [사진 박찬일]

아이슬란드의 고래고기 회. 소고기 육회처럼 살이 붉었다. 맛도 기름진 소고기 맛이 났다. [사진 박찬일]

이 집은 고래고기 전문점이기도 하다. 일본인 관광객의 단골 가게다. 그들은 고래고기 회를 먹으러 온다. 나도 맛봤다. 소고기 육회 같은 붉은 살이 날 것으로 나왔다. 기름진 소고기 맛이 느껴졌다. 스테판이 특별히 크리스마스를 위한 홍어를 요리했다. 주방에 들어서자 익숙한 냄새가 가득했다. 두툼한 홍어살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푹 삭았는지 강도가 셌다. 4주 이상 숙성한 놈이란다. 
 
그들은, 이것을 구워서 먹는다. 물론 나는 날로 먹었다. 준비해간 초장을 곁들였다. 섬유질이 국숫발처럼 가늘게 찢어진다. 그놈을 뼈째 수직으로 썰어서 씹었다. 음, 내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동행한 박준우 셰프는 홍어가 처음이란다. 그는 “맛있다고는 못하겠다”며 묘한 표정으로 우물거렸다. 처음부터 삭힌 홍어를 맛있다고 하기는 어렵지, 그렇게 생각했다. 
 
남부의 항구마을 소르라욱스헙으로 차를 몰았다. 홍어 산지다. 두툼한 작업복을 입은 어부 토르비가 마침 홍어를 잔뜩 구해놨다. 8㎏이 넘는 엄청난 크기다. 한국 같으면 최상품이다. 물가가 비싼 나라인데도, 한국 홍어의 20~30% 정도밖에 안 한다. 암수의 가격 구별은 없다. 이 와중에도 ‘암컷을 수입해 가면 한국에서 좋아하겠는걸’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홍어 암컷은 수컷보다 훨씬 비싸다. 더구나 날개만 잘라서 먹고, 다른 부위는 버린다. 홍어 애, 코, 등뼈 같은 맛있는 부위가 사라져버린다. 아깝다. 문화 차이다. 역시 홍어를 제대로 알뜰하게 먹는 나라는 한국뿐인 듯하다. 홍어회도 먹었다. 감칠맛이 흑산도 치에는 못 미친다. 종은 같은 참홍어인데, 먹이 활동 등으로 조금은 다른 맛을 지녔다. 
 
 삭힌 상어, 아이슬란드 국민 반찬 
아이슬란드의 삭힌 상어회. 주사위처럼 네모로 잘라 먹는다. [사진 박찬일]

아이슬란드의 삭힌 상어회. 주사위처럼 네모로 잘라 먹는다. [사진 박찬일]

아이슬란드는 홍어 말고 다른 것도 삭혀 먹는다. 상어다. ‘하우카르’라고 부른다. 익히지 않은 날것이다. 시내 술집에서 안주로 팔고, 동네 마트에서도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서 판다. 상어는 홍어처럼 개체 안에서 스스로 발효되는 성분이 있다. 일본 동북부 게센누마항은 상어잡이 전문 어항이다. 매일 상어 수백 마리가 태평양에서 잡혀 온다. 그들은 상어를 어묵으로 가공한다. 잡자마자 찬물에서 오랫동안 암모니아를 씻어냈다. 그렇지 않으면 삭힌 냄새가 나서 못 쓰기 때문이다. 
 
상어 특유의 삭힌 맛을 즐기는 건 우리 경상도 지역이다. ‘돔베’라고 부르는 경북 포항·안동 등이다. 우리처럼 아이슬란드인은 하우카르를 먹는다. 18개월에서 4년까지 장기 숙성한다. 한국보다 윗길이다. 흥미롭게도 아이슬란드인은 우리 전라도와 경상도의 대표적인 삭힌 생선을 두루 먹는다. 이곳의 음식문화는 소박하고 자연적이다. 그런 나라에서 고도의 요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생선의 삭힘을 즐긴다는 건 의외의 발견이었다. 삭힘의 대마왕(?)인 홍어는 일 년에 단 하루만 먹고, 삭힌 상어 하우카르는 일상식이다.  
아이슬란드의 대구머리 통구이. 아이슬란드는 대구를 잡아 가공해서 파는 산업이 발달됐다. [사진 박찬일]

아이슬란드의 대구머리 통구이. 아이슬란드는 대구를 잡아 가공해서 파는 산업이 발달됐다. [사진 박찬일]

아이슬란드는 대구로도 널리 알려진 나라다. 오랫동안 산업 기반이 대구를 잡아 가공해서 파는 일이었다. 옛 사진 속에서 여인이 고단한 표정으로 대구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구는 아이슬란드 요리의 핵심이다. 흥미롭게도 대구머리찜을 먹었다. 한국에서는 ‘뽈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요리다. 대구 머리가 오븐에 갈색으로 구워져 식탁에 그냥 올라왔다. 촉촉한 볼살이 맛있다. 양 머리도 그대로 익혀서 식탁에 올라온다고 한다. 
 아이슬란드 음식 문화는 거칠고 자연친화적이다. 동네 마트에서 양 머리를 판다. [사진 박찬일]

아이슬란드 음식 문화는 거칠고 자연친화적이다. 동네 마트에서 양 머리를 판다. [사진 박찬일]

아이슬란드인도 점차 세련된 다른 유럽 음식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하우카르나 홍어를 안 먹는 사람도 늘고 있다. 슈퍼에 가보니 스파게티와 소스, 라비올리도 있다. 다채로운 샐러드 드레싱도 잘 팔린다. 수입 채소가 많지만, 국산도 있다. 풍부한 지열과 전기를 이용한 첨단 비닐하우스에서 상추와 토마토를 재배한다. 집집이 지열로 데운 온수 파이프를 설치해 1년 내내 낮은 비용으로 따뜻하게 생활한다. 아이슬란드는 바이킹이 건설한 나라라고 한다. 바이킹이라고 해서, 모두 도끼를 휘두르는 침략자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그들은 고대에 이 땅에 도착해서 농사짓기 좋은 땅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슬란드는 끝없는 평원이 펼쳐져 있다. 언뜻 외계 행성 같은 모습이다. [사진 박찬일]

아이슬란드는 끝없는 평원이 펼쳐져 있다. 언뜻 외계 행성 같은 모습이다. [사진 박찬일]

한국 연예프로그램이 이 나라에서 촬영되었다. 덕분에 한국인 관광객이 꽤 온다. ‘블루라군’이라는 노천 온수 풀이 유명하다. 시외로 빠져나가면 전 국토가 현실감 없는 시야를 제공한다.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지구의 모습 같지 않다. 당연히 할리우드 감독의 눈에 띄었다. ‘인터스텔라’ 같은 우주 영화를 찍기에 최적이었다. 세트도 필요 없이 그냥 찍고 화성이라고 하면 되었다. 인공물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지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온수 파이프가 대지를 가로질러 놓여 있다. 시민의 집을 데우는 그 온수다. 
 
방송국에서 의도한 구성이 있었다. 아이슬란드인에게 “음식으로 사람을 차별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코너였다. 한국에서 삭힌 홍어를 지역 차별의 끔찍한 대명사로 쓰고 있는 현실에 대한 다른 시선을 얻고자 했던 것 같다. 그들은 질문의 요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음식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구분하죠? 그게 뭐예요? 그들의 반문이었다. 당연한 대답이었다. 
 
오히려 그 반문이 좋은 답이 되었다. 물론 내 가슴 한편은 더 무거워졌다. 우리 포털의 댓글에서 홍어라는 낱말은 여전히 몰이해와 차별의 언어로 날아다닌다. 한 번도 그 음식을 먹어보지 않은 자들의 언어로 말이다. 먹는 건 사람의 기억을 구성한다. 나아가 그 사람의 인생도 만들어간다. 부디 홍어 한 점으로 우리가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를. 
 
 박찬일 chanilpark@naver.com            
 글 잘 쓰는 요리사. ‘로칸다 몽로’ ‘광화문 국밥’ 등을 운영하며 음식 관련 글도 꾸준히 쓰고 있다. 본인은 ‘한국 식재료로 서양요리 만드는 붐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불리는 걸 제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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