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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마의 9%'

중앙선데이 2018.12.14 16:40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국민연금은 노후 생활을 위한 ‘최후의 보루’입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가입자(국민)가 낸 보험료를 잘 굴려 노후에 적정 수익률을 보장해서 보험금으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정권의 돈이 아니라 국민의 돈이라는 뜻이지요.  
 
정부가 오늘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입니다. 한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안을 보고받은 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편안을 마련하라”며 재검토를 지시한 뒤 나온 안입니다. 현 국민연금은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지금 구조로 연금을 10년 받으면 그간 낸 보험료를 다 회수합니다. 20년 정도 연금을 받으면 낸 돈보다 1.9배 더 받게 됩니다. 
 
국민연금공단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연합뉴스

아무리 돈을 잘 굴려도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 연금 제도 자체가 지속할 수 없죠. 더구나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입니다. 이를 고려해 정부가 5년마다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새로 짜는 이유입니다.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는 낮습니다. 기금 운영의 독립성ㆍ자율성에 대한 의문은 늘 제기됩니다. 수익률도 부진을 면치 못합니다.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평균 2.38%에 그칩니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7.26%)에 못 미쳤지요. 특히 국내 주식 시장이 부진한 탓에 국내주식 투자 수익률은 -5.04%나 됐습니다. 
 
현재 한국의 노인 빈곤율(45.7%)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저 수준입니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면 결국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을 올려야 합니다. 여기서 갈등과 논란이 시작됩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변천사

국민연금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변천사

 
더 받으려면 무슨 방법이 있나요? 더 내는 길뿐입니다.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안 중에는  ‘ 좀 더 내고 좀 더 받자’는 방안이 두 개 포함됐습니다. 현행 45%인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거나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12% 또는 13%로 조정하자는 안입니다. 
 
현 소득대비 보험료율은 9%입니다. 1998년 보험료율을 올린 뒤 20년간 변화가 없습니다. ‘마의 9%’ 벽은 공고합니다. 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하면서 짠 계획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당시 계획안 마련에 참여한 서상목 박사의 증언입니다.  
 
“처음에는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가다 차차 보험료를 올리는 구상이었다. 40년 가입하면 연평균 소득의 70%를 연금으로 받는 식으로 짰다. 보험료는 처음에는 평균 소득의 3%로 시작하고 5년마다 3%포인트씩 올려 소득의 15% 이상 내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보험료율이 9%가 된 98년까지는 스케줄대로 진행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정치 논리가 개입했습니다. 보험료율 두 자릿수가 부담됐던 것이죠. 계획은 헝클어졌습니다. 국민연금은 비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이 결과 기금 고갈 시기는 매번 당겨졌습니다. 청년 세대의 불신은 계속 커졌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금의 청년 세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질 처지입니다. 연금을 받아야 할 윗세대는 넘치는데 보험료를 낼 청년의 숫자는 적습니다. 앞으로 더 적어질 것입니다. 부모 세대는 그동안 혜택을 꽤 봤습니다. ‘마의 9%’ 벽을 이젠 뛰어 넘어야 합니다. 보험료 부담이 커질 분도 있겠지만 이 문제는 다른 복지시스템의 틀 안에서 해결하면 됩니다. 더 받으려면 더 내는 게 정상입니다. 그나마 이번 개편안에 따라 보험료율을 올려도 기금 고갈 시기가 2062~2063년으로 조금 늦춰질 뿐입니다. 
 
국민연금 개편안은 정부의 안이지 확정된 게 아닙니다. 앞으로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 등 난제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연금 개혁을 주저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가 깨어 있으면 연금 개혁은 표류하지 않습니다.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를 위해 양보하고 부담을 더 져야 합니다. 이게 ‘내리사랑’ 아닐까요. 
 
지난주 중앙SUNDAY는 청년이 일자리와 졸업장 두 토끼를 잡는 독일식 일ㆍ학습 병행 이원교육시스템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의 국내 도입 2년을 맞아 현황과 과제 등을 따져봤습니다. 자동차학과에 입학했더니 강의실이 벤츠와 BMW 서비스센터가 되기도 합니다. 기업은 실력 있는 인재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청년은 이론과 실무를 익혀 경쟁력을 쌓아 갑니다. 이 제도가 정착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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