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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20분만에 왜 찔렀나···'선릉역 칼부림' 미스터리 셋

중앙일보 2018.12.14 16:04
지난 12일 오전 2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서 23세 여성이 21세 여성을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앙포토]

지난 12일 오전 2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서 23세 여성이 21세 여성을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앙포토]

 
지난 12일 오전 2시쯤, 서울 지하철2호선 선릉역 인근에서 23세 여성이 21세 여성을 칼로 수 차례 찔렀다. 가해자 A씨와 피해자 B씨는 알면서 모르는 사이였다. 3년 전 온라인 게임으로 친해져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첫 만남에서 칼부림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14일 A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사 초기 A씨가 진술을 거부한데다 B씨가 병원에서 위태로운 상황에 빠져 '게임 정모에서 다툼이 났다'는 추측도 있었지만 경찰은 개인 간의 갈등으로 확인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는 의문점이 적지 않다. 
 
남자인 척한 A씨, 무슨 사이인가
두 사람은 3년 전 온라인 게임을 하며 처음 알게 됐다.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친분을 쌓아오다 12일 오전 2시 선릉역에서 처음 만났다. A씨는 3년간 남자인 척 B씨와 연락을 이어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3년간 남자 행세를 한 건, 남자인척 해야 대화가 이어지고 관계가 이어져서 그랬다”며 "성적 취향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12일 만남은 A씨가 먼저 제안했다. 최근 B씨가 ‘연락을 그만하자’는 입장을 밝혔고, A씨는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이틀 전 12일 만날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A씨는 경찰에서 만남의 이유에 대해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고 싶어서 만나서 관계회복을 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만난 지 20분 만에 공격, 왜 찔렀나
경찰이 인근 CC(폐쇄회로)TV를 통해 확인한 사건의 흐름은 이렇다. 오전 1시 50분쯤 선릉역 5번 출구 앞에서 두 사람이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칼부림이 벌어졌다. 이후 B씨와 동행했던 친구 C씨(21‧여)가 경찰에 신고한 시각은 2시 12분이다. A씨가 칼을 꺼내 B씨를 찌른 시각은 만난 지 겨우 20분쯤 되는 시점이었다.
 
둘 사이에는 어떤 대화가 오간 걸까. 특별히 모욕적인 언사나 상황이 오갔던 걸까. A씨는 경찰에서 “특별히 모욕적인 언사나 행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다만 나를 남자로 알고 있던 B씨가 놀라며 '끝내자'고 돌아서기에 감정이 격해졌다"고 진술했다. 
 
A씨의 전과나 정신과적 병력 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조사에서 검색기록, 칼 구매내역 등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칼을 준비한 점 등을 미뤄 계획성을 배제할 수 없고 범죄사실이 중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칼은 왜 들고 나왔나
3년 동안 온라인에서 알고 지낸 지인을 처음 만나는 날 칼을 지니고 간 이유도 미스터리다. A씨는 "평소 칼을 들고 다닌 건 아니고, 이날만 ‘호신용으로’ 들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키가 160cm 정도로 체구가 작고, '상대가 자신보다는 체구가 클 거라고 생각해 들고 나왔다'고 한다”며 “계획된 범행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피해자 B씨는 등·배·팔 등을 찔려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지금은 회복 중이다. 그러나 아직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회복하는 대로 대면조사한 뒤 범행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더 파악할 계획이다.  
 
"피해자 조사해야 구체적 상황 파악" 
경찰은 현재 피의자와 목격자 C씨에 대한 조사까지 완료했다. 하지만 피해자 B씨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피의자가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친분이었는지, 계획된 범죄였는지,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 오전 2시에 B씨가 친구 C씨를 동행해 가겠다고 한 배경에 혹시 B씨가 위협을 감지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안정을 찾는 대로 조사를 실시하면 구체적인 범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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