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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권양숙 사건' 윤장현 선거법 기소에 ‘머쓱해진’ 경찰

중앙일보 2018.12.14 13:36
12일 오전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13시간 넘는 검찰의 조사를 받고 나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13시간 넘는 검찰의 조사를 받고 나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짜 권양숙’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지난 13일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찰과 달리 경찰은 두 사람의 문자 메시지를 보고도 정치적인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천 대가성 없다고 본 경찰과 달리
광주지검, 윤 전 시장 불구속 기소
“봐주기식 경찰 수사 아니냐” 지적

광주지검 공안부(부장 이희동)는 권양숙 여사 행세를 한 김모(49·여)씨에게 공천을 기대하며 돈을 보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윤 전 시장을 13일 불구속기소 했다. 이날은 6·13 지방선거 범죄의 공소시효 만료일이다.
 

검찰은 ‘노무현의 혼외자’라는 말에 속아 김씨의 두 자녀를 취업시켜 준 윤 전 시장의 혐의(직권남용 등)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 중이다.
전남지방경찰청 전경. [사진 전남경찰청]

전남지방경찰청 전경. [사진 전남경찰청]

 
앞서 이 사건을 경찰에서 넘겨받은 검찰은 네팔에 체류하던 윤 전 시장을 불러 조사하기 전에 이미 윤 전 시장은 물론 김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윤 전 시장이 김씨에게 총 4억5000만원을 보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주요 증거로 삼았다. 
 
권양숙 여사 행세를 하며 접근한 김씨가 재선을 바라던 윤 전 시장에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표, 이용섭 현 광주광역시장, 문재인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선거에 도움을 줄 것처럼 보낸 문자를 문제삼은 것이다. ‘공천’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뉘앙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해당 문자를 보고도 윤 전 시장을 사기 사건의 피해자로만 봤다. 이 때문에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경찰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자칫 부실 수사 또는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었던 상황이다. 이 사건의 첫 수사는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맡았다.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10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10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실제로 경찰이 공개하지 않았던 김씨의 문자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 드러나면서 경찰이 검찰과 달리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게 의문스럽다는 반응이 지역에서 나왔다. 또 김씨가 윤 전 시장에게 보낸 문자를 근거로 경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염두에 두고 수사해왔던 사실이 일부 확인되면서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특히 윤 전 시장에게 김씨의 두 자녀를 광주시 산하 김대중컨벤션센터와 모 사립학교의 임시직과 기간제 교사로 취업시켜준 혐의만 적용했다. 경찰은 또 윤 전 시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하지 못한 채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애초 사기 사건으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윤 전 시장의 취업 알선 혐의에 대해서는 함구해왔다. ‘수사를 위한 보안’이 이유였다. 하지만 윤 전 시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지 않은 데다 취업 알선 혐의로 윤 전 시장을 입건한 지 한 달 만에야 압수 수색이 이뤄지면서 경찰의 소극적인 수사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부인한 김씨가 검찰에서는 관련 진술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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