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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복운전 안봐준다···차 막은 가해자 징역18년

중앙일보 2018.12.14 12:49
일본에서 보복운전으로 2명을 사망하게 한 사건의 피고인에 대해 징역 18년형의 중형이 내려졌다.
 

작년 6월 주차시비 끝에 고속도로서 보복운전
일가족 탄 차 멈추게 해…트럭에 받혀 2명 사망
법원 "4번 걸친 방해행위 추돌사고와 인과관계"
日 2001년 위험운전치사상죄 신설, 최고 20년형

14일 가나가와(神奈川) 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보복운전’으로 상대방 차를 멈추게 해 뒤따라 오던 트력과 추돌사고를 일으켜 부부 2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자동차운전처벌법 위반(위험운전치사상죄) 등을 적용해 피고인 A(26)씨에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사건의 발단은 작년 6월 5일 밤 도메이(東名) 고속도로 하행선의 한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B씨로부터 “주차를 제대로 해라”라는 말을 듣고 화가 난 A씨는, B씨와 일가족이 탄 승합차를 시속 100㎞의 속도로 뒤쫒아갔다.
 
 
A씨는 4차례에 걸쳐 차선을 바꿔가며 진로를 방해하는 등 위협운전을 했다. 이어 B씨의 차를 멈추게 한 뒤 B씨와 다툼을 벌였고, 약 2분 뒤 뒤따라오던 대형 트럭이 B씨의 승합차를 들이받아 B씨 부부는 사망하고 딸 2명은 부상을 입었다.
 
승합차에 동승하고 있던 딸(17)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운전으로 이런 큰 일이 생겼다. 아버지가 멱살이 잡혔을 때 차 밖으로 끌려나가지 않도록 아버지 손을 잡아당기며 ‘하지 마세요’라고 호소했다”고 증언했다.
 
이번 사고는 '차를 멈추게 한 행위'가 위험운전치사상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쟁점이었다. 
 
검찰 측은 피고 A씨가 고속도로상에서 자신의 차를 세운 행위가 위험운전치사상죄의 ‘중대한 교통위험을 일으키는 속도로 운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보복운전과 B씨의 차가 멈춘 것과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위험한 방해운전을 반복한 집요하고 악질적인 범죄행위다”라고 주장하며, 과거 3건의 보복운전 사건을 추가 밝혀내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고속도로에서 보복운전을 해 2명을 사망하게 한 사건에 대해 일본 법원이 징역18년형을 선고했다. [사진 TV아사히 캡쳐]

고속도로에서 보복운전을 해 2명을 사망하게 한 사건에 대해 일본 법원이 징역18년형을 선고했다. [사진 TV아사히 캡쳐]

 
반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트럭 추돌사고는 차를 정지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로 ‘운전 중 행위를 처벌하는‘ 위험운전치사상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중대한 교통위험을 일으키는 속도’에 대해서는 법조문에 구체적인 수치가 정해져있지는 않지만, 통상 판례에 따르면 시속 20㎞ 이상의 속도를 냈을 경우로 보기 때문에 정차 상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속도를 내서 달리는 것을 전제로 한 고속도로에서는 도로 위에 정차하는 행위도 위험한 운전행위”라고 보고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날 법원은 '정차 행위'는 위험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TV아사히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속도 0㎞의 속도에 대해서는 위험운전과실치상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검찰 측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4번에 걸친 (차를 추월하며 위협하는) 방해행위에 대해서는 트럭추돌사건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정차' 자체가 위험운전은 아니지만, 반복된 위협운전→정차→폭행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법률이 규정하지 않은 정차 후의 사고에 대해서도 '위험운전 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고속도로에서 보복운전을 해 2명을 사망하게 한 사건에 대해 일본 법원이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인정해 징역18년형을 선고했다. [사진 TV아사히 캡쳐] [사진 TV아사히 캡쳐]

고속도로에서 보복운전을 해 2명을 사망하게 한 사건에 대해 일본 법원이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인정해 징역18년형을 선고했다. [사진 TV아사히 캡쳐] [사진 TV아사히 캡쳐]

 
사고 후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딸들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며 일본 사회에서는 보복운전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딸은 의견진술서를 통해 "두 번 다시 부모님과 반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슬프다. 이 세상에서 보복운전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피고에게 중형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은 과거 보복운전 등 운전방해 행위를 부주의로 인한 ‘과실범’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최고 징역 5년형)으로 다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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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99년 도메이 고속도로에서 일가족 4명이 탄 차를 음주운전 트럭이 추돌해, 어린 자매 2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2001년 위험운전치사상죄가 형법에 신설됐다. 최고형은 징역 15년에서 2005년 20년형으로 처벌 형량도 무거워졌다.
 
2011년 도치기(栃木)현 가누마(鹿沼)시에서 크레인차 운전사가 발작을 일으켜 어린이를 들이받아 6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교토(京都)부 가메오카(亀岡)시에서는 2012년 한 소년이 무면허로 경승용차를 운전해 길을 가던 초등학생 3명을 치어 죽게 한 사건이 있었다. 두 사건 모두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적용됐다. 이런 사건이 이어지자 형벌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졌다.
 
2014년에는 자동차운전사상처벌법에서도 위험운전치사상죄를 형법에서 분리해, 적용범위를 넓혔다. 위험운전치사상죄의 해당 요건은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를 주행시킨 행위’ 였으나, 이를 ‘주행 중에 정상적인 운전에 지장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상태’로 변경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동안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적용된 사례는 총 670건이다. 이 죄목이 형법에 신설된 2002년 이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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