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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하기 너무 어렵다···"없는 번호" 안내한 황당경찰

중앙일보 2018.12.14 09:34
112 종합상황실에서 용산역 파출소 전화번호를 안내한 문자. 해당 번호는 없는 번호였다. [독자 제공]

112 종합상황실에서 용산역 파출소 전화번호를 안내한 문자. 해당 번호는 없는 번호였다. [독자 제공]

“쾅쾅쾅”
“옆집인데 제가 그쪽한테 이런 부탁한 적 없잖아요”
 
서울 용산구 한 원룸에 사는 이모(28) 씨는 13일 새벽 한숨도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벽 1시쯤 문을 두드린 낯선 남자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옆집”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술을 마셨는데 문이 안 열린다. 그쪽 집에 들어가서 문 좀 열어보면 안 되냐”고 말했다. 만취한 목소리였다.  
 
지방에서 올라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이씨는 덜컥 겁이 났다. 부모님에게 전화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결국 그는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15분 만에 이씨의 집으로 달려왔지만, 옆집 남자는 문이 열렸다며 이미 집으로 들어간 뒤였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이씨는 그날 오전 회사에 출근해 주변에 어떻게 대응할지 물었다. 경찰에 바로 신고하려 했지만, 주소가 이미 알려진 상태라 오히려 해코지당하진 않을까 겁이 났다. “경찰에 신고해 봤자 아무 도움도 주지 않더라”라는 카더라식 조언이 그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고민 끝에 이씨는 오전 11시쯤 112로 신고했다. 112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은 담당자에게 주소를 말하고 사건에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용산역 파출소 관할이니 번호를 알려주겠다”고 답변했다. 곧 문자메시지로 용산역 파출소 전화번호를 받은 그는 문자에 나온 번호(02-701-4041)로 전화했다. 하지만 “없는 번호”라는 자동 안내음이 돌아왔다.
 
결국 그는 네이버에 용산경찰서 연락처를 검색했다. 대표번호 182로 전화를 걸었지만 모든 상담원이 상담 중이었다. 수소문 끝에 용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유선 번호를 알아내 연락했지만 “관할인 한강로 파출소로 연락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한강로 파출소까지 세 번의 통화 시도 만에 이씨는 겨우 새벽에 겪은 일을 신고할 수 있었다. 이씨가 앞으로 옆집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묻자 한강로 파출소 경찰은 “같은 일 있으면 바로 신고해 달라. 경찰이 5분 안에 출동할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이어 “한 번 정도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문 두드리고 이런 건 보통 이웃이니까 넘어갈 수 있는데 반복되면 불안할 테니 바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어렵게 신고했지만 이씨는 여전히 불안했다. 특히 112에 전화해 안내받은 번호가 없는 번호라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그는 “신고는 피해자가 알아서 번호 검색해서 해야 하나”라며 황당해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2014년 12월쯤 파출소 전화를 재래식에서 IP 전화로 바꿀 때 데이터를 업데이트했는데 당시 누락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기자가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누락됐는지 상황을 묻자 “현재 업데이트 누락 정도에 대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관할 파출소 안내도 정확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에 신고했을 때 전화를 받은 경찰은 이씨에게 한강로 파출소로 연락하면 된다며 번호를 안내했지만 112 종합상황실에서는 용산역 파출소라고 안내했다. 확인 결과 이씨의 주소상 관할은 용산역 파출소가 맞았다. 이씨는 “용산경찰서, 한강로 파출소, 용산역 파출소에 각각 전화해서 같은 설명을 세 번이나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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