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론스타 배상 대비, 갑작스런 예산 1000억원 증액됐다

중앙일보 2018.12.14 06:00
구 외환은행 건물. 가운데는 론스타 로고. 오른쪽은 2019년도 법무부 예산 및 기금 국회 심사 결과 문서. [사진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

구 외환은행 건물. 가운데는 론스타 로고. 오른쪽은 2019년도 법무부 예산 및 기금 국회 심사 결과 문서. [사진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

국회가 내년 3월로 예상되는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최종 판정을 앞두고 법무부에 예산 1000억원을 긴급히 증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정부는 청구액 인용 범위를 감안해 추가경정예산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액수는 46억7950만달러(약 5조2600억원)에 달한다. 
 
13일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이달 초 법무부의 내년도 예산을 심사하면서 국가배상금지급 사업 명목으로 1000억원을 증액했다. 법무부가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2019년도 법무부 예산 및 기금 국회 심사 결과’ 문건에 따르면 해당 1000억원에 ‘론스타 중재판정금 대응’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당초 법무부가 국가배상금지급 사업 명목으로 국회에 제출한 예산은 2000억원으로 론스타 소송에 대비한 항목이 아니라 국내 배상금 지급을 위해서였다
 
예결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만 참석해 결정 
1000억원 증액은 국회 예결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만 참석하는 소소위를 통해 긴급하게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소위는 일정도 공개되지 않고 회의록도 없는 밀실 회의다. 증액 요청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국가배상금은 예산이 아니라 예비비로 지급돼 국회 지적이 계속됐었다”며 “내년에는 예산 여유도 있는데다 론스타 외에 다른 ISD 판결도 있어 증액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미국계 펀드회사인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메이슨캐피탈도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각각 7억7000만 달러(약 8700억원)와 2억 달러(약 2250억원) 손해가 발생했다며 ISD에 중재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기재부와 법무부는 예산 증액 요청 과정에서 론스타 최종 판결 이후 배상 대비 시나리오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증액된 예산으로 해결하고, 부족하면 예비비와 세계(歲計)잉여금(세입과 세출 차액으로 나온 결산상 잉여금)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도 검토해줄 것을 기재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배상 대비 시나리오도 검토 
가산 금리도 정부에게는 골칫거리다. 국내 정부 배상금 기준으로 가산 금리는 15%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ISD에 취소 소송을 걸어 최종 지급 절차를 1~2년 연기한 뒤, 손해배상 금액을 예산에 반영해 론스타에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추경은 론스타 판결 책임을 놓고 벌어질 정쟁(政爭)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내년 3월 판결이 나오면 ‘어느 정부 탓이냐’를 놓고 극심한 여야 공방이 붙을 수 있는데 보통 5월 이뤄지는 추경이 여기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론스타 최종 배상 금액은 2조원에 가까울 수 있다”며 “2016년 6월 최종 심리를 마친 상태에서 바로 최종 판결이 나왔으면 1조원 미만 배상액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금액이 나오면 ‘어느 정부에서 외환은행 매각을 방해했는지’ ‘올해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정부가 ISD 판결을 일부러 늦춘 것 아니냐’는 논쟁도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승소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은행(Worldbank)이 공개하는 ‘ICSID 2018년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24건 판결 중 15건은 투자자 승소(일부 승소 포함)를, 3건은 패소를 기록했다. 국제중재실무회의 회장을 역임했던 윤병철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는 “결론이 정부한테 유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큰 사건 전에 항상 보수적으로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