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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북미정상회담, 베트남 뜬다···美 북한담당, 비공개 답사

중앙일보 2018.12.14 01:50
 북한과 미국의 외교 담당 고위 인사들이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2차 북ㆍ미 정상회담 후보지 중엔 베트남이 포함돼 있다.
마크 램버트 북한 담당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연합뉴스]

마크 램버트 북한 담당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연합뉴스]

13일 관련 사정에 밝은 워싱턴의 한ㆍ미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지난주쯤 베트남을 방문했다. 베트남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적합한지 확인하기 위한 사전 답사 성격이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램버트 대행은 베트남 정부 당국자들과도 관련 협의를 했다고 한다. 소식통들은 “베트남 정부가 미국과 북한 양국에 2차 정상회담을 주최해보겠다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램버트 대행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기는 하지만, 동남아가 아닌 한반도 업무만 전담하고 있다. 국무부는 램버트 대행이 베트남에서 현지 관료들과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준비를 논의했느냐는 본지 질의에 “비공개 외교 논의 내용의 세부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기 이용호 북한 외무상도 베트남을 방문했다. 지난달 29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찾아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예방하고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회담했다. 소식통은 “이용호의 베트남 방문 역시 램버트 대행과 마찬가지로 현지 사전 답사의 성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용호와 램버트 대행의 베트남 체류 시기가 일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왼쪽)은 1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하고 양국간 우호증진 반응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이용호 북한 외무상(왼쪽)은 1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하고 양국간 우호증진 반응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일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개최지에 대해 “세 곳을 검토하고 있다”며 “비행거리 내”라고 확인했다. 개최지가 아시아 지역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동 거리를 기준으로 중간 급유 없이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후보군으로 점쳐졌다.
특히 베트남은 북한과 꾸준히 당 대 당 교류를 지속해온 대표적 우호국 중 하나다. 북ㆍ미 정상회담 개최지의 필수 조건인 북한 대사관도 있는 나라다. 지난해 2월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에 북한이 베트남 국적 여성을 끌어들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양국 관계는 급격히 악화했지만, 북한이 최근 이에 대해 비공식 사과를 했다. 이용호의 베트남 방문도 북한의 비공식 사과로 양국 관계가 다시 정상궤도로 진입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후보국으로 거론되는 또 다른 나라는 몽골이다. 공교롭게도 이용호와 램버트 대행 모두 최근 몽골도 방문했다. 몽골 역시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우호적인 수교국이다. 칼트마바툴가 몽골 대통령은 지난 10월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몽골을 공식방문해달라고 초청하기도 했다.
다만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서는 아직 북ㆍ미 간 협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북ㆍ미 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이후 북한은 미국의 협상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상회담 장소 등을 놓곤 경호 점검 등을 위해 물리적으로 사전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북·미 양측 모두 준비는 하고 있지만, 정작 비핵화 부분을 놓곤 북·미가 의견 접근을 위한 접촉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시기나 장소를 확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이때문에 램버트 대행의 베트남, 몽골 방문은 통상적인 비핵화 외교 활동의 일환으로 보고 기대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은 북한이 불법 환적 등을 통해 석탄과 정유제품을 밀수할 때 활용하는 주요 루트 중 일부로 꼽혀 왔다. 이에 미 국무부는 해당 지역 국가들과 상시적으로 협의하며 제재 이행과 관련한 협력을 강화해왔다. 외교 소식통은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한다면 미국 대통령이 이전 적국(베트남)에서 현재의 적국(북한)을 만나는 셈인데, 이게 가능하려면 누가 봐도 의미가 있는 비핵화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미국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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