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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공관의 저주

중앙일보 2018.12.14 00:30 종합 32면 지면보기
최모란 내셔널팀 기자

최모란 내셔널팀 기자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168. 드넓은 잔디밭에 지은 지(1967년 건립) 50년이 넘은 하얀색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옛 경기도지사 공관(公館)이다. 지금은 게스트하우스와 연회장·카페 등으로 사용하는 ‘굿모닝 하우스’다. “60년대 모더니즘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지난해 등록문화재(제689호)로 지정됐다.
 
이곳에선 음산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지금은 공원 지역과 주택가로 자리 잡았지만 60~70년 전만 해도 수원에서 가장 외진 곳이었다. 18세기 후반 수원 화성(華城) 축조 때는 전염병 환자와 시신을 안치하던 터였다. 일제강점기 때는 전염병 환자를 격리 수용했다. 수원 사람들은 이곳을 ‘병막(病幕·환자들을 수용하던 곳)’이라 부르며 접근 자체를 꺼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곳 공관에 입주한 경기도지사들은 개인사로 구설에 오르고, 대권 도전 실패 같은 정치적 불운도 겪었다. 이른바 ‘공관의 저주’다. 남경필 전 지사도 이런 소문 때문에 공관 입주를 꺼렸다는 말이 있다. 이 공관은 2016년 ‘굿모닝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시민에게 개방됐다. 결혼식장이나 연주·전시 공간으로도 사용되면서 ‘저주’도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최근 ‘공관의 저주’ 이야기가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굿모닝 하우스를 리모델링해 공관으로 다시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 지사는 “집에서 도청까지 자동차로 1시간 이상 걸려 긴급상황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국내외 손님을 맞을 마땅한 접견 장소도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굿모닝 하우스에 리모델링과 운영비로 총 42억2000만원을 썼는데 수익은 3년간 2억3700만원이어서, 세금만 낭비하는 시설로 전락했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에게 돌려줬던 공관을 도가 회수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를 의식한 듯 경기도는 게스트하우스로 썼던 곳만 공관으로 사용하고, 카페가 있던 공간은 시민이 사용할 수 있게 회의장으로 꾸미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경기도의 공관 회수는 단체장의 공관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시대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현재 17개 시·도 가운데 공관을 운영하는 곳은 7곳뿐이다. 이들 지역도 공관 존폐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도 수원 광교신도시에 공관을 새로 지으려던 계획을 중단한 적이 있다. 이 지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도민이 주인인 경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공관 회수가 정말 도민이 주인인 경기도를 위한 조치일까.
 
최모란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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