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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재명·김경수의 신개념 ‘백의종군’

중앙일보 2018.12.14 00:30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경희 정치팀 기자

김경희 정치팀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따라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부에 뒷말이 무성하다. 김 지사는 지난 12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지사께서 ‘평당원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겠다’고 말씀하신 건 당의 단합을 위한 충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저 역시 당을 위해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두 지사가 내려놓은 권한은 당 중앙위원과 당무위원 직위다. 또 평당원으로서의 당직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포함된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야당에서는 “도지사직을 붙들고 백의종군한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유유상종, 징계를 피해 보려는 잔꾀”(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당내에서도 “실질적 타격을 입을만한 권한을 내려놓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따가운 시선이 뻔한데도 민주당 지도부가 이 지사에게 ‘당원권 유보’라는 신개념의 조치를 한 것은 깊은 고민의 산물로 보인다. 앞서 기소된 김 지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지사가 기소되기 이전에 김 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기소돼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혐의의 죄질은 다르지만, 이 지사에게만 철퇴를 내리는 게 당 지도부로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지도부를 성토하는 이 지사 지지자의 반발도 있었다.
 
김 지사의 백의종군 선언도 그런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지사는 페이스북에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당의 힘을 하나로 모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몇몇 ‘뼈 있는 댓글’이 눈에 띈다. “왜 이재명 같은 사람과 원팀이 되려 하느냐” “당에서 압력을 받고 쓴 글이냐” 등 지지자들의 불만이다. 당에서는 확대 해석을 차단하고 있다.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은 이 지사와 김 지사에 대한 조치와 관련한 질문에 “전혀 별개여서 논의할 생각도 이유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교롭게 동시에 피고인이 된 두 거물 자치단체장에 대한 민주당의 선택은 향후 재판과 판결 과정 내내 주목받을 것이다. 계속 당 지도부를 골치 아프게 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 부정부패나 성범죄 등 국민적 공분을 살만한 파렴치범이 아니라면 굳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당의 화합’ ‘원팀’ 등의 명분을 위한 복잡한 계산이 당에 족쇄로 되돌아온 전례가 적지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경희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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