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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에 “인간 공부를 덜 한것 같다”…전농도 우군 이탈

중앙일보 2018.12.14 00:10 종합 2면 지면보기
“이 양반이 공부를 많이 한 줄 알았는데, 인간 공부를 덜 한 것 같아요.”
 

전농, 쌀 목표값 24만원 요구 농성
이 대표, 아무 응대없이 현장 떠나
전농 간부 “예의 아니다” 날선 공격

지난 12일 오후 6시 반, 국회 의원회관 10층 이해찬 의원실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김재욱 광주·전남의장은 “손님이 왔는데 얼굴을 내비치는 게 예의 아니냐”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전농 소속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약 1시간 반 동안 의원실 안팎에서 농성했지만 집무실에 머물던 이 대표는 오후 6시쯤 당직자와 국회 방호과 직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응대 없이 떠났다.
 
전농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쌀 목표가격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밥 한 공기 300원 보장’이라고 적힌 손팻말이 곳곳에 보였다. 민주당 김성환 대표 비서실장과 이해식 대변인, 농민 출신인 김현권 대외협력위원장 등의 설득 끝에 농성은 풀었지만 전농 측은 추후 따로 면담 일정을 잡아 다시 방문한다는 입장이다.
 
쌀 목표가격은 정부가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변동형 직불금’의 기준선이다. 정부는 쌀의 시장가격이 목표가격보다 내려가면 그 차액의 85%만큼 농가에 지급한다. 목표가격이 올라갈수록 농가가 받는 직불금도 늘어난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달 8일 당정 협의를 갖고 현행 18만8000원(80㎏)인 목표가격을 19만60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전농 등 농민단체의 요구는 24만원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완주 의원은 “지나치게 높아지면 과잉 생산에 따른 산지 값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처럼 친정부 성향의 이익단체들이 최근 잇따라 국회 경내에 진입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진땀을 흘리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단’은 지난달 14일 “이 대표, 홍영표 당 원내대표와 얘기하고 싶다”며 국회 본청 앞에서 기습시위를 했다.  
 
‘파견법·기간제법 폐기’ 등이 적힌 현수막을 펼치자 국회 경비대원과 방호과 직원들이 제지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 대표 등은 “사전에 약속하지 않았고, 다른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농성의 주체가 노조와 농민단체 등 정권 창출을 도왔고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우군(友軍)’이기에 민주당으로서도 마냥 외면하기는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매번 만나주면서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것도 곤란한 형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노총이든 어디든 가능한 한 직접 만나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각 단위에서 난입해 점거부터 하고 일방적인 요구를 하면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윤성민·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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