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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계로 번진 KAIST 사태…네이처 “신성철 정치적 숙청”

중앙일보 2018.12.14 00:05 종합 12면 지면보기
신성철

신성철

신성철(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에 대한 이른바 ‘표적 감사’ 파문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관련 사항에 대해 해명했지만,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의혹을 노출한 데 따른 것이다.
 

미 기관과 공동연구비 유용 논란
과기부 “적법 절차 거쳐 고발한 것”
정작 미국 측엔 자료 요청도 안 해
네이처는 한국 내 비난 여론 실어

과기정통부 감사관실은 13일 오후 기자화견을 열고 “신 총장에 대한 검찰 고발과 직무정지 요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관계 기관인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12일 과기정통부에 보낸 서한 내용은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과정에서 과기정통부는 LBNL 측에 직접 자료 요청조차 하지 않은 채 신 총장을 성급하게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승현 과기정통부 감사관은 “11월 초 부터 진행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총장 및 관련자의 비위사실이 확인됐다”며 “관련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고발 조치 및 직무 정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신 총장에 충분한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 이전인 지난달 23일과 직무정지 요구 이전인 지난달 29일 두 차례에 걸쳐 면담 조사를 했다”며 “소명 기회가 없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12일 LBNL 측이 과기정통부에 직접 서한을 보내 소명한 사실에 대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있으며 DGIST-LBNL의 계약이 미국에너지부(DOE)와 LBNL 규정을 준수했다 하더라도, DGIST는 (국내법인) 국가계약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DGIST가 LBNL과 공동연구를 위한 협약서를 작성할 당시, ‘용역연구협약서’와 ‘공동연구과제협약서’를 분리해서 작성하고, 국가 연구비를 지원받은 한국연구재단에 대해서는 공동연구과제협약서만을 제출했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해명 과정에서 더 많은 의혹을 노출했다. 이 같은 사실 관계를 근거로 신 총장을 고발했지만, 한쪽 당사자인 DGIST에서 제공한 자료와 비위 사건을 제보한 일부 DGIST 교수들의 말만 신뢰했다는 것이다.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LBNL에는 (신 총장의 제자인) 임 모 박사를 통해 자료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박사는 같은 사안으로 신 총장과 함께 검찰 고발된 인물 중 한 명이어서, 과기정통부가 고발한 당사자에게 감사의 근거가 되는 객관적 자료 요청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신성철) 총장을 연구비 유용으로 고발한 데 대해 한국 과학자들이 항의하고 있다(South Korean scientists protest treatment of university president accused of misusing funds)’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내에서 한국 과학자들이 KAIST 신 총장을 검찰에 고발한 과기정통부를 비난하고 있으며, 이를 정치적 숙청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2000년대 중반 황우석 교수의 지지자였던 박기영 교수를 과기혁신본부장에 임명한 바 있다”며 “과기정통부와 연구자들간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KAIST는 14일 오전 서울 양재동에서 제261차 정기 이사회를 열고 과기정통부의 신 총장 직무정지 요청 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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