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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대장간’서 국가대표·일반인 함께 수영

중앙일보 2018.12.14 00:04 경제 7면 지면보기
국제 규모의 경기장을 일반인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폰즈 포지 스포츠센터. [사진 잉글랜드수영연맹]

국제 규모의 경기장을 일반인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폰즈 포지 스포츠센터. [사진 잉글랜드수영연맹]

‘폰즈 포지(ponds forge)’. 인구 58만인 영국의 철강 도시 셰필드 시내 한복판엔 ‘연못’과 ‘대장간’을 더한 이름이 붙은 체육복합시설이 있다. 수영장과 체육관 등이 있는 이곳은 셰필드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마법의 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활체육, 공공스포츠클럽이 답 ②
런던 올림픽·셰필드 U대회 경기장
대표 선수들 훈련하지 않는 시간
시민들 저렴하고 자유롭게 이용
건강 지키고 경기장 활용 일석이조

셰필드시는 1987년, 영국 최초로 지역 주민들의 체육 활동을 위한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5000만 파운드(약 710억원)를 투자해 1991년 여름 유니버시아드를 치르고 난 경기장을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개조했다. ‘폰즈 포지’가 대표적인 예다. 국제 규격인 50m 수영코스와 일반 풀 2개를 운영하는 폰즈 포지는 엘리트 선수들이 활용하는 시간 이외에는 시민에게 개방한다. 요금도 매우 저렴하다. 한 달 내내 자유롭게 이용할 경우 요금은 18.20파운드(2만5000원)다. 1회 단위로 가장 싼 프로그램의 이용료도 2파운드(3000원)에 불과하다. 연간 이용자 수가 800만 명을 넘는다.
 
셰필드 레저 재단은 초창기 폰즈 포지 등 경기장 8곳, 골프 코스 5개, 실내 시설 4개의 운영비로 매년 200만 파운드(28억원)를 지원했다.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수입원을 늘린 덕분에 지원액이 줄었고, 올해는 87만5000파운드(7억원) 지원에 그쳤다. 내년부터는 아예 재단의 지원이 사라진다.
폰즈 포지는 국가대표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셰필드 시민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폰즈 포지]

폰즈 포지는 국가대표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셰필드 시민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폰즈 포지]

 
폰즈 포지 운영 매니저인 이안 해밀턴은 “대회 개최와 지역주민 행사 지원, 중고물품 시장 등을 통해 흑자 운영이 가능해졌다. 크리스마스 시즌엔 체육관에서 파티도 연다”고 설명했다. 기부금을 낸 단체엔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셰필드에 5000명가량인 중국인 커뮤니티는 기부금을 내고 저렴한 비용으로 탁구장을 쓰고 있다.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델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사용한 잠실종합운동장 수영장은 매년 운영비로 50억~60억원을 쓴다. 하지만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6시간 정도다. 주말에는 시민들에게 완전히 개방하는 셰필드와 대비된다. 잠실수영장의 연간 사용자 수는 약 40만명. 요금도 비싼데, 주말 레인을 이용할 경우 월 10만원을 넘는다.
 
영국 스포츠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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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2012 런던올림픽 이후 비용 절감을 위해 경기장을 대거 정리했다. 주 경기장은 상층부를 뗀 뒤 프로축구 웨스트햄 홈구장으로 쓴다. 농구장은 아예 해체했다. 남은 경기장은 소수인데, 그중 핸드볼 경기장이었던 코퍼 박스는 공공체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코퍼 박스는 엘리트 선수들도 많이 쓰는데, 런던올림픽 남자 다이빙 10m에서 동메달을 딴 톰 데일리(24), 자메이카 농구, 핸드볼 대표팀이 이곳을 이용한다.
 
경기장을 엘리트 스포츠 경기나 공연 등 문화행사에만 개방하는 한국과 달리, 코퍼 박스는 시민들에게도 개방한다. 장애인의 경우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코퍼 박스 운영 매니저 자비드 후세인은 “코퍼 박스는 처음부터 시민들의 이용을 전제로 건설했다. 그래서 엘리트 선수뿐 아니라 시민들이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배드민턴 같은 종목의 지역 동호인 대회도 열린다”고 소개했다. 시민들도 동호인 팀을 만들어 이곳을 이용하는데, 풋살·네트볼(농구와 비슷한 종목)·휠체어 농구팀 등 20여개 팀이 코퍼 박스를 사용한다. 경기장 대관료도 40파운드(6만원)로 저렴하다.
코퍼 박스를 사용하고 있는 휠체어 농구팀 런던 타이탄스. [사진 런던 타이탄스 인스타그램]

코퍼 박스를 사용하고 있는 휠체어 농구팀 런던 타이탄스. [사진 런던 타이탄스 인스타그램]

 
영국의 스포츠 정책에서 특히 신경 쓰는 대상은 어린이다. 어린이는 대부분의 체육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수영 레슨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학교 정규 수업에 활용하도록 개방하기도 한다. 폰즈 포지의 경우 이용객의 30%가 어린이다. 어린이 외에 노인도 집중적인 관리 대상이다. 노인은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 가기 전 GP(General Practitioner)라 불리는 지역 의료원의 의료진으로부터 1차 진단을 받는다. 의료진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알약을 먹는 대신 운동을 해라”다. 폰즈 포지의 해밀턴 매니저는 "노인 건강에 가장 좋은 건 개개인에게 알맞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셰필드·런던=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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