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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대학원 전북 설립’ 고집에...국민연금 수급자 내년에도 3만원 손해본다

중앙일보 2018.12.13 06:00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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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만 국민연금 수급자들의 불이익을 덜어주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 열달 넘게 계류되다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이 법안과 아무런 관계 없는 다른 법안에 발목 잡힌 탓이다.  
 
12일 보건복지부ㆍ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액 인상 시기를 1월로 앞당기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연금을 받는 동안에도 매년 연금 수급액이 올라간다. 국민연금이 전년도 물가상승률만큼 이듬해 연금액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연금의 실질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올해는 지난해 물가상승률(1.9%)만큼 올랐다. 이러한 연금 인상은 매년 4월 적용된다. 공무원ㆍ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에도 같은 제도가 있지만, 이들 연금은 4월이 아닌 1월에 물가상승률이 반영된다. 다른 연금 수급자에 비해 국민연금 수급자만 석달간 불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이러한 불합리를 바로잡으려 했다. 복지부는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발의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연금 인상 시기를 1월로 앞당기는 내용의 법안이다. 복지위 논의 과정에서 이 법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른 연금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복지위를 거치면서 엉뚱한 법안과 합쳐졌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연금공단 산하에 연기금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법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두 법이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같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라는 이유로 묶여서 복지위를 통과했다. 병합 심리는 국회에서 흔히 있는 관행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연기금전문대학원과 엮인 연금액 인상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법사위는 지난 2월28일 논의한 뒤 이 법안을 법사위 제2소위원회로 회부했고, 그 뒤 단 한번도 재논의하지 않았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연금액 인상 법안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논란이 된건 연기금대학원이었다.
 
 

법제사법위원회회의록 발췌(2018년 2월 28일)

-윤상직 의원: 지금 교육부가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국민연금공단 산하에 연기금대학원 설립 근거를 마련하는 부분에 대해서 아마 반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거 교육부하고 합의가 됐습니까?

-박능후 복지부 장관: 저희들이 낸 행정입법이 아니고 의원입법이라서 충분히 상의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윤: 그러시면 충분한 협의가 될 수 있도록 제2소위에 넘겨 가지고 계속 논의를 했으 면 좋겠습니다.

…중략…

-권성동 위원장: 연기금 운용 전문인력을 꼭 공단 산하에 대학원을 설치해서 길러야 되는겁니까? 그게 적절한 방법입니까?

-박: 지금 거기에 대해서는 연구용역을 의뢰했습니다.

-권: 아니, 연기금을 운용하려면 국민연금공단에서 관리하는 대학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학을 나와서 또 다른 연기금 관련된 기관, 뭐 증권회사도 좋고 보험회사도 좋고 은행도 좋고 이런데서 경험을 쌓아야 우리 국민들이 맡긴 이 연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것지 대학을 나오고 거기서 교육을 잘 시켰다 해 가지고 이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박: 그래서 그 안을 포함해서 다양하게 연기금 관련 전문 인력을…지금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인력을 개발할 수 있을지 연구용역 중입니다.

-권: 아직 복지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게 통과가 된 것이네요? 이거 누가 발의한 거죠?

-박: 의원 입법입니다.

-권: 어느 의원이?

-박: 김광수 의원님이십니다.

-권: 지역구가 어디지요?

-박: 전주시입니다.

-권: 전주?

-박: 예.
 
 
만약 2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됐다면 내년 1월부터 국민연금 수급자들은 물가 반영된 연금을 받게될 터였다. 매달 50만원을 받는 연금 수급자 기준 내년 1월에 연금액이 약 1만원(물가상승률 2%로 가정) 오른다. 1~3월 총 3만원을 더 받게 된다. 441만명의 연금 수령자의 2019~2023년 평균연금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매년 1~3월 2만9000원가량 더 받게 된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 평균 연금액(2018년 9월 기준)이 51만원인 점을 생각하면 결코 푼돈이 아니다.하지만 12월 정기국회 통과는 무산됐고, 국민연금 수급자들은 내년에도 손해를 보게됐다. 
 
연금액 인상 법안이 연기금대학원 법안과 붙어있는 한 임시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교육부가 반대 의견을 내놨고, 복지부도 연기금대학원 설립 필요성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 등이 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전북 연기금전문대학원 설립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정운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김광수 의원 2018.12.6   kjhpre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 등이 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전북 연기금전문대학원 설립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정운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김광수 의원 2018.12.6 kjhpre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6일 전북 지역구 국회의원 6명은 전북 연기금전문대학원 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평화당 김종회·유성엽·김광수·조배숙·박주현, 바른미래당 정운천, 무소속 이용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연금 전문가는 “국회가 정말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연기금대학원 법안 통과만 주장할게 아니라 연금액 인상 법안과 분리해서 따로 논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자기 지역구 챙기려 수백만명의 연금 수령자들의 노후자금을 깎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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