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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밸류컴포짓’ 임승혁 대표
임승혁 대표는 기술이 사회적 약자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임 대표는 스마트폰 진동 점자를 만들어 시각장애인도 문자를 보낼 수 있게 했다. [임현동 기자]

임승혁 대표는 기술이 사회적 약자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임 대표는 스마트폰 진동 점자를 만들어 시각장애인도 문자를 보낼 수 있게 했다. [임현동 기자]

편리하고 직관적인 터치스크린은 어디에나 쓰인다. 스마트폰, 자동차 내비게이션, 은행 ATM, 무인 민원발급기. 최근에는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서도 터치스크린으로 주문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게는 매끈하고 평평한 터치스크린처럼 불편한 것도 없다. 소셜 벤처 ‘밸류컴포짓’ 임승혁(30) 대표는 시각장애인에게 터치스크린을 돌려주자는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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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NBIT(나노바이오정보기술) 융합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임 대표는 바이오벤처 창업을 꿈꾸던 공학도다. 그가 시각장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6년 봄, 우연히 길을 걷다 한 시각장애인이 행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대신 써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면서부터였다. 임 대표는 “사적인 문자 내용을 남에게 대신 써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걸 보고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의 불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이후로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들과 스마트폰의 진동 기능을 이용한 점자 시스템을 만드는 연구에 들어갔다. 2년에 걸쳐 독학으로 점자를 익혔다. 장애인복지관을 찾아다니며 반응을 듣기도 했다. 한 장애인은 “요즘은 현관문 도어락도 터치스크린이라 제대로 못 들어갈 때가 많다”며 반가워했다.
 
임 대표가 만든 기술은 스마트폰의 진동 기능을 이용한 진동 점자다. 여섯 개의 점으로 구성된 점자는 어떤 점이 튀어나왔는지에 따라 하나의 자음·모음을 나타내는데, 튀어나온 위치를 진동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스마트폰 화면 어느 곳에나 손가락을 대고 문지르면 몇 번째 점이 튀어나왔는지 알 수 있다. 읽기뿐 아니라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동작만으로 점자를 쓸 수도 있다. 임 대표는 “기존에도 진동 점자가 개발됐지만, 기계를 새로 만들어야 해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 기술은 일반 스마트폰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동 점자에 관해 2개 특허를 보유 중이다.
 
그의 기술은 장애인 대책에 힘을 쏟는 해외에서도 높게 평가됐다. 지난해 7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학생들이 모의 기술거래 대회를 열었는데, 현지 기술거래 전문가들이 진동 점자에 70억~80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다며 1위로 꼽았다. 일본 도쿄에서 8월에 열린 테크 스타트업 콘테스트에서도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교육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밸류컴포짓은 현재는 스마트폰에 주력하고 있지만 향후 다른 터치스크린으로 개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임 대표는 “기술이 발전해 많은 사람이 편리해지는데 장애 때문에 소외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청각장애나 발달장애인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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