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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 논설위원이 간다] 지방분권이 격차를 줄인다는 건 순진한 레토릭

중앙일보 2018.12.13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도시계획학자 마강래 교수의 지방분권 비판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선택과 집중으로 수도권과 맞짱 뜰 만한 지방 대도시권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대학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마 교수. [변선구 기자]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선택과 집중으로 수도권과 맞짱 뜰 만한 지방 대도시권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대학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마 교수. [변선구 기자]

지난 5월 ‘논설위원이 간다’에 활기를 잃어가는 경기도 동두천시 외국인 관광특구 르포를 썼다. 동두천은 마강래(47)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간한 논쟁적인 저서 『지방도시 살생부』에 지방 쇠퇴도시의 하나로 꼽은 곳이다. 이 책에서 그는 저출산·고령화·저성장 탓에 2040년이 되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30%가 도시 기능을 상실할 것으로 분석했다. 마 교수가 지난달 후속작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개마고원)를 내놨다. ‘지방분권의 역설, 균형발전의 역설’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책 제목이 전작(前作)만큼 도발적이다. 언뜻 보면 상식에 반하는 주장 같기도 하다. 그에게 직접 책의 내용을 들어봤다.

분권으로 중앙 조정기능 약화되면
가난한 지자체 더 불리해질 수도

분권보다 행정구역 통합이 먼저
똘똘한 지방 대도시권으로 키워야

경제 살려야 사람 모이는 공간되고
광역화해야 지방도 먹고 살 수 있어

 
이번 책도 『지방도시 살생부』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전작에선 ‘쇠퇴하는 모든 도시를 다 살릴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위기에 빠진 지방 중소도시는 정부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고 재정 위기에 직면할 중앙정부는 ‘살생부’를 작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썼다.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도심 공동화(空洞化)를 가속하는 지방 도시의 외곽 개발을 멈추고 도시 중심에 인구를 모으는 ‘압축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시 거점을 빽빽하게 만들어야 인구 유출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이번 책은 그때 충분히 다루지 못한 국토의 균형적 발전 얘기다.”
 
반응은 어떤가.
“지방분권을 인권과 같이 성역처럼 여기는 분이 많은 것 같다. ‘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하는 분위기랄까.”
 
마 교수의 말처럼 지방분권이 곧 지방을 살리는 길이라는 믿음은 널리 퍼져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신년사에서 지방분권과 자치의 강화를 선언했다.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마 교수는 이를 ‘위험한 착각’이라고 비판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지방분권을 추진하면 균형발전은커녕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하고 파산하는 지자체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무슨 소리인가.
“지방분권은 지자체 간의 경쟁의식을 북돋운다. 주민 요구에 맞는 정책을 펴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할 것이다. 여기까진 좋다. 하지만 능력 있는 지자체로 사람과 기업이 쏠릴 거다. 가뜩이나 힘든 지방의 조그만 지자체는 더 약해질 것이다. 지금처럼 도시 간 격차가 큰 상황에선 헤비급과 라이트급 선수가 함께 링에 오르는 것 같은 불공정한 경쟁이다.”
 
지자체 간 격차가 얼마나 큰가.
“226개의 전국 기초지자체 중 재정자립도 1위인 서울 강남구는 한 해 7696억원의 예산을 쓴다. 그중 5222억원이 자체 수입(지방세+세외수입)이다. 반면 재정자립도 꼴찌인 전남 구례군은 한 해 2636억원이 필요한 데 자체수입은 225억원뿐이다. 올해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못 주는 기초지자체가 71곳이나 된다. 이런 상태에서 지자체 간 경쟁을 하면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고 지역 격차는 더 커진다. 서울시와 경기도 같은 부자 지자체가 재정 분권을 강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가난한 지자체까지 재정 분권을 얘기하는 건 뭔가 이상하다. ‘자충수’를 두는 꼴이다.”
 
하지만 오히려 도시 간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지금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2다. 지금의 지방자치를 ‘2할 자치’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을 거쳐 장기적으로 6대4 수준까지 올릴 계획이다. 지방세 비중이 20%에서 40%로 늘어나면 ‘4할 자치’가 되는 셈이다. 지방세 비율이 올라가면 가난한 지자체 세입이 증가하지만 부자 지자체의 세입은 더 많이 증가한다. 지자체로 재정 권한을 넘겨주는 만큼 지자체 간 격차를 조정하는 중앙정부 기능은 약해진다.”
 
지방분권을 하지 말자는 건가.
“그건 아니다. 지방분권은 분명 추구해야 할 가치다. 다만 지방분권에도 순서가 있어야 한다. 중앙의 권한을 나눠 받을 지방의 공간 단위를 먼저 조정하고 난 뒤 분권을 해야 한다.”
 
행정구역 개편부터 하자는 주장인데.
“국토 균형 발전이 아니라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행정구역을 통합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2001년 출범한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은 중앙정부가 교부세 삭감 등을 수단으로 강력하게 개입해 지자체 합병을 압박했다. 중앙의 권한을 받으려면 지방이 그만한 능력과 규모를 갖추라는 거였다. 그 결과 2004~2006년 3년간 기초지자체 수는 3100개에서 1800개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행정구역을 개편해 격차부터 줄이고 지방분권에 접근했다. 지방분권이 격차를 완화한다는 순진한 레토릭은 등장하지 않았다.”
 
행정구역 개편이 어디 쉬운가. 이명박 정부에서 재정 지원 같은 인센티브를 내걸고 국정과제로 밀어붙였지만 2010년 통합 창원시(창원+마산+진해)가 탄생했고, 다음 정권인 2014년 청주시(청주+청원)가 가까스로 통합에 성공했을 뿐이다. 선거구 조정 문제 등 통합에 걸림돌이 많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생활권을 공유하는 시와 군을 통합해 큰 잡음 없이 39개의 도농통합시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해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인근 지자체를 협력보단 경쟁 상대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해졌고 지자체장,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통합이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행정구역 통합으로 광역화를 해야 지방은 먹고 살 수 있다. 경제를 살려 사람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이 떠나 동네가 비어가는데 자치와 분권, 자율과 책임만 외치는 건 무책임하다.”
 
어떤 통합이어야 하나.
“지방에 똘똘한 대도시권을 만들어야 한다. 부산·울산, 대구, 광주, 대전 같은 지방의 대도시가 더 크고 세져야 한다. 뭉치기 전략으로 거점에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또한 대도시권은 주변 중소도시와, 중소도시는 주변 농어촌과 연결돼 거점 개발의 이익이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
 
마 교수의 대도시권 광역화와 거점 개발론은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을 연상시킨다. 그는 과거 보수 정권의 지역 정책을 ‘적폐’로 규정하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혁신도시로 대표되는 노무현 정부의 혁신 거점 정책처럼,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정책이나 박근혜 정부의 ‘행복 생활권 정책’ 모두 지역 정책으로 손색이 없다고 했다. 각 정부 정책의 장점을 모을 수는 없을까. 마 교수는 대도시권을 염두에 두고(이명박), 거점을 키워(노무현), 주변 도시와의 연계 협력(박근혜)을 꾀할 수 있다고 봤다.
 
국토·도시계획 전공인 마 교수의 주장을 정치학·행정학 학자들이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지나치게 효율성만 따진다고 볼 수도 있다. 행정구역 통합으로 광역화가 되면 주민 밀착형 행정이 힘들어지고 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 마 교수는 책 머리말에 “비전공자의 지방분권 비판을 너무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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