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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강타한 ‘박항서 신드롬’ 한반도 북상

중앙일보 2018.12.13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11일 열린 스즈키컵 1차전이 국내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긴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베트남 선수단. [AFP=연합뉴스]

11일 열린 스즈키컵 1차전이 국내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긴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베트남 선수단. [AFP=연합뉴스]

이쯤 되면 ‘박항서 신드롬’이다. 박항서(59)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아세안 축구연맹(AFF) 스즈키 컵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의 축구 열기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즈키컵 결승 원정 1차전 2-2 비겨
어제 경기 국내 시청률 4.7% 기록
15일 하노이 2차전서 우승 도전
박 감독 다룬 다큐 영화 내일 개봉
2002월드컵 멤버 현지 원정응원

베트남은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스즈키 컵 결승 1차전에서 홈팀 말레이시아와 두 골씩 주고받은 끝에 2-2로 비겼다. A매치 연속 무패 행진을 15경기(8승7무)로 늘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먼저 두 골을 넣은 뒤 2실점 해 무승부로 마친 만큼 아쉬움이 남을 법도 했지만, 베트남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홈팀 말레이시아를 응원하는 8만 관중의 압박을 잘 견뎌냈기 때문이다. 원정 경기에서 두 골을 넣은 덕분에 오는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결승 2차전의 부담을 줄인 것도 긍정적이다. 골 득실이 같을 경우 원정 득점에 가중치를 주는 대회 규정상 베트남은 안방에서 치를 2차전에서 0-0이나 1-1로 비기면 우승을 차지한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박항서 감독의 용병술을 극찬했다. 말레이시아전에서 박 감독은 스리백에 기반을 둔 3-4-3포메이션을 가동하며 최전방 공격수로 하 득 친을, 중앙 미드필더로 응우옌 후이 훙을 나란히 깜짝 선발로 기용했다. 대회 기간 내내 주로 후반 교체 멤버로 나섰던 선수들이다. 핵심 미드필더 르엉 쑤언 쯔엉과 주장 응우옌 판 추옛은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회복했다.
 
박항서 감독

박항서 감독

 
베트남 언론 ‘봉다넷’은 “박항서 감독은 선수의 이름값이나 기존의 역할보다 현재의 경기력을 우선하는 원칙을 결승전에서도 지켰다”면서 “선발 출장 기회를 얻은 응우옌 후이 훙이 베트남의 선제골을 터뜨려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매체 ‘응에안’도 “박 감독이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값진 무승부와 함께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아껴 2차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스즈키 컵 정상 탈환 기회를 잡은 베트남은 축제 분위기다. 베트남 축구연맹(VFF)은 결승 2차전 티켓 4만 장 중 1만300장을 지난 10일 온라인으로 판매했는데 표를 구하려는 네티즌이 한꺼번에 몰려 예매 사이트 네 곳이 모두 다운됐다. 표를 구하지 못한 축구 팬 수백 명이 축구협회 건물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 일부는 2m 높이의 철문을 뛰어넘어 협회 건물 내부로 진입하면서 경찰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뜨거운 축구 열기에 중계권사인 베트남 국영 ‘VTV’도 함박웃음이다. 결승 2차전의 30초짜리 TV 광고료를 9억5000만동(약 4600만원)으로 책정했다. 러시아 월드컵 기간 기록한 역대 최고액 8억동(약 39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액수다. 14일에는  박항서호 출범 이후의 발자취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박항서, 열정을 전하는 사람’이 베트남 전역에서 동시 개봉한다.
 
하노이 현지에 머물고 있는 박 감독의 에이전트 이동준 씨는 “붉은 옷을 입은 축구 팬들이 벌써 2차전이 열리는 미딘 국립경기장 주변에 모여들고 있다. 대회 기간 내내 하노이 시내는 함성과 박수,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로  가득 찼다. 낮과 밤의 구분도 없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스즈키 컵에서 우승할 경우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당근’도 파격적이다. 베트남 최대 자동차회사 타코(THACO)는 결승 1차전 직후 “베트남이 우승할 경우 선수단에 10억 동(약 4800만원), 박 감독 개인에게는 5만 달러(약 5600만원)의 우승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축구협회와 베트남 기업들도 거액의 포상금을 준비 중이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할 당시 박항서호의 포상금 규모는 총 511억 동(약 25억5000만원)이나 됐다. 스즈키 컵 정상에 오를 경우 포상금 액수는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상승세를 지켜보는 국내 축구 열기도 뜨겁다. SBS 스포츠가 생중계한 스즈키 컵 결승 1차전 시청률은 4.706%(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치솟았다. 프리뷰와 하이라이트를 제외한 경기 시간 내 시청률은 5.247%, 분당 최고 시청률은 7.003%를 찍었다. 시청률 4.706%는 지난 2010년 이후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모든 콘텐트를 통틀어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결승 2차전을 앞두고 박항서 감독과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이룬 옛 동료들도 하노이로 건너간다. 2002 월드컵 대표팀 모임인 ‘팀 2002’의 김병지 회장은 “팀 2002 멤버들이 오는 14일 하노이로 건너가 현장에서 결승전을 지켜보기로 했다”면서 “박 감독님이 2002년의 환희를 베트남에서 재현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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