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창 은메달은 잊었다…4㎝ 승부수 던진 ‘배추보이’ 이상호

중앙일보 2018.12.13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은메달 획득 직후 태극기를 활짝 펼쳐 든 이상호. [오종택 기자]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은메달 획득 직후 태극기를 활짝 펼쳐 든 이상호. [오종택 기자]

“평창올림픽 이후 첫 대회라 어깨가 무겁네요. 늘 해왔던 것처럼 마음껏 즐긴다는 생각으로 달려 보려 합니다. ‘배추 보이’ 출격 준비됐습니다.”
 

오늘밤 새 시즌 첫 월드컵 출전
1m89㎝ 보드로 교체 더 빨라져
메달 땄던 휘닉스서 22일 명명식
“올림픽 후 기업후원 급감 아쉬워”

이상호(24·스포티즌)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 밝았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설원의 영웅’으로 우뚝 선 뒤 맞이하는 첫 시즌, 그중에서도 첫 대회를 앞둔 그는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기분”이라 표현했다. 이탈리아 카레자에서 열리는 2018~19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출전 하루 전인 12일, 그는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했다. 그는 “올림픽으로 인해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더 많은 관심과 응원 속에 대회를 준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어린 시절 강원도 정선의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탔던 ‘배추 보이’의 삶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확 바뀌었다.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대한민국 설상(雪上)의 역사를 바꾼 사나이’로 자리매김했다.
 
스노보드 선수로서 위상은 달라졌지만, 일상의 삶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이상호는 “많은 분이 올림픽 포상금과 격려금, 연금 등으로 제가 큰 부자가 된 줄 안다. ‘멋진 스포츠카 한 대 뽑았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며 “실상은 그 반대다. 올림픽이 끝나자 기업의 스폰서십 지원 등이 눈에 띄게 줄었다. 스포츠카를 살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새 시즌 출격을 준비 중인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 [사진 대한스키협회]

새 시즌 출격을 준비 중인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 [사진 대한스키협회]

올림픽에서 두 번째 높은 자리에 섰던 이상호는 이번 시즌 목표를 ‘금메달’로 정했다. 월드컵 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포디움(시상대) 맨 위에 서고 싶어한다. 그는 “월드컵도 최고 성적이 2위”라며 “더 높은 곳에 도전하려고 올림픽 준비 못지않게 혹독하게 훈련했다. 몸 상태만큼은 금메달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진다. 장비 교체다. 길이 1m85㎝의 기존 플레이트를 1m89㎝짜리로 바꿨다. 플레이트 바닥에 칠한 왁스 종류까지 구분할 만큼 장비에 민감한 스노보더에게 이는 큰 모험이다. 이상호는 “새 보드는 (기존 보드보다) 회전 반경이 길고 속도도 빨라 체력 부담이 크다”며 “내가 구사하는 턴 기술과 잘 맞는다고 판단해 결단했다. 올 시즌을 치르며 익숙해지면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의 새 시즌 목표는 포디움 정상에 오르는 일이다. [사진 대한스키협회]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의 새 시즌 목표는 포디움 정상에 오르는 일이다. [사진 대한스키협회]

오는 22일 이상호는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의 영광을 안겨준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를 찾는다. 올림픽 당시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이 열린 코스에 ‘이상호 슬로프’라는 이름을 붙이는 날이다. 명명식을 기념하는 컬러 라이딩(색깔 파우더를 뿌리면서 질주해 슬로프에 색상을 입히는 이벤트) 행사도 열린다.
 
이상호는 “선수 이름을 딴 슬로프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올림픽 코스에 내 이름이 붙는다고 하니 영광스럽다”며 “나뿐만 아니라 한국 스노보드계의 경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2월 이상호 슬로프에서 FIS 월드컵이 열린다. 우리나라, 그것도 내 이름을 딴 슬로프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정말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헌 한국 스노보드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 이후 느슨해졌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이상호를 비롯한 겨울 종목 선수들이 더욱 분발하고 있다”며 "롯데그룹을 제외하고는 기업 대부분이 겨울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추세다. 줄어든 지원은 아쉽지만, 경기력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려 인정 받겠다는 각오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 [사진 대한스키협회]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 [사진 대한스키협회]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