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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은 현대차에 새 성장엔진을 달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8.12.12 17:1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위기에 빠진 그룹에 '성장엔진'을 달 수 있을까.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 현대자동차그룹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열린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뉴스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위기에 빠진 그룹에 '성장엔진'을 달 수 있을까.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 현대자동차그룹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열린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뉴스1]

2008년 1월 8일 저녁.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현대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고급세단 ‘제네시스’의 신차발표회였다.

99년 그룹 입사해 기아차 부활시켜
그룹 성장 이끈 '공동 창업자' 평가

지배구조개편, 실적 개선 등 난제
풀어내야 하는 게 선결 과제

 
당시 38세의 젊은 최고경영자(CEO)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아버지 정몽구 회장과 입구에서 내빈을 맞은 뒤,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를 이어가던 정 사장에게 어린이 두 명이 달려와 안겼다. 보좌진이 당황해했지만 정 사장은 두 팔로 아이들을 감싸 안은 채 대화를 이어갔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정 사장의 자녀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6월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8'에서 현대자동차와 '딥글린트'간의 기술 협력 파트너십에 대해 발표 하고 있다. 왼쪽은 자오용 딥글린트 CEO.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6월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8'에서 현대자동차와 '딥글린트'간의 기술 협력 파트너십에 대해 발표 하고 있다. 왼쪽은 자오용 딥글린트 CEO.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48)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단순한 2세 경영인이 아니라 아버지와 함께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을 일군 인물로 평가받는다. 재벌 3세 답지 않게 소탈한 성격에, 직원과도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나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현대정공에 과장으로 입사했지만 1년 만에 미국 유학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이후 2년간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 근무한 뒤, 99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2002년 국내영업본부 전무로 승진한 뒤, 2003년 기아차 부사장,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정 수석부회장을 공동 창업자로까지 평가하는 건, 2000년 현대차그룹 계열 분리 초기 산적한 현안들을 주도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기아차 사장 시절 피터 슈라이어 폴크스바겐 디자인 총괄을 영입해 2등 업체로 전락해 있던 기아차에 ‘디자인 경영’을 접목해 부활시켰다.
 
고급세단 제네시스 개발과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등을 주도했고, 고성능 브랜드인 ‘N’ 출범과 전기차·자율주행차는 물론, 모빌리티(이동성) 서비스에 이르는 미래 차 개발도 진두지휘했다. 현대차가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로 성장하기까지 지분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의선(가운데)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지난 3월 '2018 뉴욕 국제 오토쇼'에 참석해 현대차 엄홍석 이사, 피터 슈라이어 사장과 함께 E-GT 콘셉트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제네시스]

정의선(가운데)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지난 3월 '2018 뉴욕 국제 오토쇼'에 참석해 현대차 엄홍석 이사, 피터 슈라이어 사장과 함께 E-GT 콘셉트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제네시스]

문제는 그룹 성장에 기여한 지분만큼,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숙제였던 지배구조 개편에 실패했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동시에 정 수석부회장의 승계에도 필수적인 작업이었다. 오랜 시간 많은 인력을 투입해 개편안 마련에 공을 들였지만 지난 3월 내놓은 개편안은 실행도 전에 암초를 만났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모비스 모듈ㆍAS 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하는 방식의 분할 합병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국내외 의결자문사도 반대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차는 개편안을 철회했다.
 
정몽구 회장이 강조하며 오랜 시간 그룹의 철학으로 자리 잡은 ‘품질 경영’에도 흠집이 나고 있다. 2015년부터 세타2 엔진과 에어백 등 주요 부품 결함이 잇따라 발생하며 대규모 리콜을 했고, 최근엔 2015년과 2017년 미국에서 실시한 170만대 규모의 리콜 조치가 적정했는지를 다시 미국 검찰이 나서 조사하고 있다.   
남들만큼 파는데 벌이는 시원찮은 현대·기아차, 연도별 현대차·기아차 영업이익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신한금융투자, 금융감독원]

남들만큼 파는데 벌이는 시원찮은 현대·기아차, 연도별 현대차·기아차 영업이익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신한금융투자, 금융감독원]

 
판매 역시 부진에 빠져있다. 올 3분기(7~9월)엔 미국·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과 결함에 따른 품질 개선 비용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어닝 쇼크’를 맞았다. 또한 미래차 기술에서도 수소연료전지차를 제외하면 경쟁사에 비해 뒤처져 있단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 오랫동안 현대차를 괴롭혀온 노사 갈등 문제도 여전하다. 또한 기존 공장보다 낮은 적정임금을 실현해 완성차를 생산하는 ‘광주형 일자리’라는 새로운 모델도 좌초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동현·윤정민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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