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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안희정은 안 찼는데···장군 이재수를 모욕한 '수갑'

중앙일보 2018.12.12 14:53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포토라인 앞에 선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손목에 찬 수갑을 가리기 위해 검찰 로고가 박힌 검은 천을 씌웠다. [연합뉴스]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포토라인 앞에 선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손목에 찬 수갑을 가리기 위해 검찰 로고가 박힌 검은 천을 씌웠다. [연합뉴스]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한 장군 손에 수갑을 채워 인격을 살해했다."
 

11일 오후, 보수성향 단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연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추모식에서 허평환 전 기무사령관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일 세월호 유족 불법사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 전 사령관이 구속영장심사에 앞서 수갑을 찬 채 카메라 앞에 선 것에 대한 분노였다. 당시 심사에 함께했던 검사장 출신 석동현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갑을 채운 건) 검찰이 무신경했다. 사려 깊지 않았다"며 "미리 법정 안에 들어간 바람에 수갑을 차고 온 것도 몰랐던 무능한 변호사가 됐다"며 자책했다.
 

이 전 사령관의 생전 수갑 찬 모습에 대해 피의자에 대한 '모욕주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수갑이나 포승줄 등 신체를 억죄는 계구(戒具) 사용 여부를 놓고서다. 이 전 사령관 측은 검찰의 '망신주기 수사'라며 분노한 반면, 검찰은 원칙에 따른 수사였다고 항변한다. 
검찰 "원칙대로 했을 뿐"
이 전 사령관의 수갑 착용 논란에 대해 검찰 측은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면 영장심사에 앞서 구인영장이 발부되는데, 이는 구속영장과 똑같은 효력이 있다"며 "이 전 사령관에게 모욕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 원칙에 따라 집행한 것"이라며 밝혔다.
 

피의자 호송 시 계구 사용에 대한 근거는 대검찰청 예규 '체포·호송 등 장비 사용에 관한 지침'과 중앙검찰청 예규 '신병관리에 관한 지침'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도주의 방지 등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도주의 우려가 없는 자는 보고 후 수갑 등을 채우지 않을 수 있다"고 각각 단서가 달려있다. 이 전 사령관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자진 출석했다.
 
전직 대법관, 김경수·안희정 수갑 안 차
최근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언론사 포토라인에 선 인사 중 수갑을 차고 있었던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최근 영장심사를 받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수갑을 차지 않은 채 법원에 출석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영장심사를 받은 김경수 경남지사,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수갑을 차지 않고 법원에 나왔다. 시험문제 유출로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던 숙명여고 쌍둥이 아빠 역시 영장심사를 받으러 나올 당시 손은 자유로웠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A씨. [뉴스1]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A씨. [뉴스1]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박병대 전 대법관. [뉴스1]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박병대 전 대법관. [뉴스1]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고영한 전 대법관. [뉴스1]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고영한 전 대법관. [뉴스1]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뉴스1]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뉴스1]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김경수 경남지사. [뉴스1]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김경수 경남지사. [뉴스1]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뉴스1]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뉴스1]
박근혜 정부 시절 '댓글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해 10월 영장심사를 받은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기무사령부의 댓글 공작과 관련해 지난 5월 구속 심사를 받은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은 수갑을 차고 법원에 출석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갑 착용이 원칙이라면 최근 영장실질심사에 나온 모든 사람에게 채웠어야 한다"며 "검찰이 수갑 착용 여부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데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수갑 사용 법적 근거 마련해야"
계구 사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그간 국가인권위원회는 수갑 등을 사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해 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수갑 등 장구 사용 관련 정책권고'에서 "신체 자유의 침해를 수반하는 수갑 사용과 같은 행위를 행정명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은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된다는 법률 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5월부터 하얀 밧줄 대신 도입된 벨트형 포승줄. [연합뉴스]

5월부터 하얀 밧줄 대신 도입된 벨트형 포승줄. [연합뉴스]

  
법무부도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5월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하얀색 밧줄로 만든 포승줄 대신 어두운 색의 벨트형 포승줄로 교체했다. 피의자에게 모욕감을 준다는 비판 여론에 따른 것이다. 또 도주의 우려가 없는 피고인은 사복을 착용할 수 있게 허용했고,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및 여성 등은 구치소장의 허가를 받아 법정에 출석할 때 수갑이나 포승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지침을 바꿨다.
 
검찰의 변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1일 대검 월례간부회의에서 "올 한해 검찰에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제들이 많았고, 지금도 현안 사건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검찰 스스로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키면서 올바르게 소임을 완수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 이전부터 소환조사 절차, 구속 등 강제처분 등을 놓고 인권 침해요소가 없는지 세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예를 들어 압수수색 매뉴얼, 체포·구속수사 준칙 매뉴얼, 포토라인 설치 문제 등을 올 초부터 절차별로 나누어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수사기관의 피의자 호송 시 수갑 사용 근거
<체포·호송 등 장비 사용에 관한 지침> (대검예규 제822호)

제3조(체포·호송 등 장비의 사용기준)
① 검찰청 소속 공무원은 다음 각 호의 경우에 도주의 방지 등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체포·호송 등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1. 현행범인체포, 긴급체포, 체포·구속영장의 집행, 형집행장의 집행
2. 체포·구속된 피의자 또는 피고인, 형집행장의 집행을 받은 사람의 호송
3. 제2호에 기재된 사람의 자살·자해기도·도주방지, 이 경우 체포·호송 등 장비 사용 후 소고 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4. 직무수행 중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의 방어 및 보호, 공무집행에 대한 방해의 제지
 
<신병관리에 관한 지침> (중앙검찰청예규 제185호)
제13조(신병의 이동)
① 신병을 ‘신병대기실’ 등에서 검사실, 경찰관실, 서울구치소 등에 인계하기 위하여 이동하는 경우 경찰이 신병을 호송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2인 이상의 수사관이 신병에 수갑을 채우고 동행하여야 한다. 다만, 도주의 우려가 없는 자에 대하여는 신병관리 책임자에게 보고한 후 수갑 등을 채우지 아니할 수 있다.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 (경찰청훈령 제62호)
제50조(피호송자의 포박)
① 호송관은 호송관서를 출발하기 전에 반드시 피호송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포승으로 포박하여야 한다. 다만, 구류선고 및 감치명령을 받은 자와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및 환자 중 주거와 신분이 확실하고 도주의 우려가 없는 자에 대하여는 수갑 등을 채우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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