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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입원 참고인 40명 모두 이재명 주장에 동의 안했다"

중앙일보 2018.12.11 11:08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 지사 부부에 대해 수사를 해온 수원지검 성남지청과 수원지검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 지사 부부에 대해 수사를 해온 수원지검 성남지청과 수원지검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연합뉴스]

이재명(54) 경기도 지사의 친형 이재선씨(2017년 사망) 강제입원 시도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11일 오후 이 지사를 기소할 예정이다. 지난 7월부터 5개월간 이어진 수사의 종지부를 찍는 셈이다.
 
이 지사와 관련된 혐의 중 검·경이 가장 민감하게 다뤘던 부분은 2012년 친형 강제입원 시도에 따른 직권남용 혐의다. 이 지사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만큼 관련 사건은 대검찰청까지 올라가 법리 검토를 받았다. 이 지사의 기소를 결정하기 전 소환해 조사한 참고인만 40여명에 달했고 사건을 맡았던 분당경찰서는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수사관만 4명을 투입했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이 지사 측 인사를 제외한 40여명의 참고인의 일관된 진술이 이 지사 기소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 중 "대면 진단 없이 재선씨에 대한 강제 입원이 가능했다"는 이 지사 측 주장에 동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재선씨에 대한 강제입원을 시도했던 전 분당보건소장 이모씨부터 이 지사에게 재선씨에 대한 진단 의뢰 견해를 밝혔던 정신과 전문의들, 당시 분당서울대병원장을 맡았던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모두 "대면진단 없는 강제입원은 불법"이라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사의 측근 중에서도 강제 입원 시도의 문제점을 인정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경찰에서 조사했던 주요 참고인을 다시 소환해 진술을 확인하며 사실 관계를 한번 더 확인했다.
 
이재명 지사가 강제입원을 시도했을 당시 분당서울대병원장을 맡았던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은 검찰 조사에서 "대면진단 없는 강제입원은 불가능해 이 지사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재명 지사가 강제입원을 시도했을 당시 분당서울대병원장을 맡았던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은 검찰 조사에서 "대면진단 없는 강제입원은 불가능해 이 지사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경찰과 검찰이 확보한 정신질환자 입원씨 대면진단을 필수로 규정한 2001년 대법원 판례와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장에 내린 강제입원 지침도 이 지사 기소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판례와 지침을 확인한 뒤 수사의 방향도 확실한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이 지사 측은 검찰 조사에서 "옛 정신보건법에 강제입원 시 '대면 진단을 해야 한다'는 문구가 없다"며 "대면 진단 없이도 재선씨에 대한 강제입원이 가능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 조항에 '대면 진단'이라는 문구가 없으니 2012년 재선씨에 대한 강제입원 지시는 적법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2001년 대법원 판례와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이 지사가 위법적 지시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이 지사가 2012년 3월~9월 재선씨에 대한 강제입원을 밀어붙일 당시 관련 판례와 조항 등을 거론하며 이 지사에게 반대 의사를 밝혔던 복수의 참고인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최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가 ‘형을 입원시켜달라’고 전화로 요청했지만 '전문의의 대면 진단 없는 강제 입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친형 강제입원 시도,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4일 13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친 뒤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친형 강제입원 시도,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4일 13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친 뒤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기소 결정으로 이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에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직권남용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이 지사는 지사직을 잃고 피선거권도 5년간 박탈당한다. 집행유예만 나오더라도 더 이상 정치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지사 측 변호인단 내부에서는 무죄나 최대 벌금형 정도로 사건을 막아낼 것이라 자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사 변호인단의 주장 중에 수사 과정에서 놓쳤다고 할만한 법리적 허점은 찾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재명 지사가 대면진단이 필요하다는 강제입원 판례를 몰랐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며 "그의 변호사 자격증이 이번 사건에선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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