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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경제, 국가 비상사태” … 장하준의 진단 새겨들어야

중앙일보 2018.12.10 00:03 종합 34면 지면보기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한국 경제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라고 진단했다. 런던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장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이 대증 요법에 그쳤다”며 “영양제를 맞았으면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데 그런 얘기는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 성장잠재력은 자꾸 떨어지는데, 국가 정책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일침이다. 장 교수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촌동생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지속적 복지 확대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보수 진영의 규제 완화 주장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보였다. 장 교수가 조목조목 지적한 우리 경제의 문제점과 해법은 진영의 좌우를 떠나 새겨들을 만하다.
 
장 교수는 우리 경제 문제의 원인을 외환위기 이후 급감한 투자에서 찾고 있다. 1970·80년대 자동차·조선·반도체, 90년대 휴대전화 이후 한국이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투자가 줄고 기업이 활력을 못 찾는데 일자리가 늘어날 리 없다. 장 교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이 왜 주춤하는지 원인부터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산업 정책 없는 정부의 단견, 경영권 방어에 급급해 몸을 사리는 대기업, 사회적 안전망 미비 속에 격렬해진 노동운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차등 의결권 도입 등으로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고, 그 대신 대기업에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요구하자는 ‘대타협’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정부는 오히려 대주주 의결권 제한과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곧 취임한다. “정부와 기업이 대화하지 않고 있다”는 장 교수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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