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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침해, 경찰에 고소하는게 소송보다 비용 절약

중앙일보 2018.12.09 14:00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16)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독점은 규제의 대상이지만 특허 제도에서 특허권자의 독점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사진 pixabay]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독점은 규제의 대상이지만 특허 제도에서 특허권자의 독점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사진 pixabay]

 
독점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독점기업, 과점기업을 제재해야 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특허제도는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특허 제도에서의 독점은 발명자가 자신의 발명을 제삼자에게 공개한 대가로서의 보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합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도 독점은 규제의 대상이지만 특허권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는 규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경쟁사가 나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허권 침해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법률적 절차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민사적·형사적·행정적 절차다. 법률적 절차의 진행은 상당한 법률 비용이 수반되므로 이에 앞서 당사자 간에 합의를 통해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허권 침해 사실을 알게 된 특허권자가 법률적 절차의 진행에 앞서 침해자에게 경고장을 보내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경고장을 받은 침해자가 특허권 침해를 인정하고 특허권자가 경고장에서 요구한 사항을 이행해 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침해자가 경고장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거나 막연히 특허권 침해가 아니라는 취지의 무성의한 답변을 한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민사 소송을 통해 특허 침해에 대응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민사 침해 소송은 특허권 침해금지청구 소송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구분된다.
 
가처분 신청보다는 본안 소송이 유리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으로 제기할 수 있다. 본안 소송의 판결이 지연됨에 따라 신속한 가처분 신청을 일반적으로 선호하지만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은 그다지 신속하지 않다. [사진 pixabay]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으로 제기할 수 있다. 본안 소송의 판결이 지연됨에 따라 신속한 가처분 신청을 일반적으로 선호하지만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은 그다지 신속하지 않다. [사진 pixabay]

 
침해금지청구는 침해자가 더는 침해를 하지 못하도록 특허권자의 추가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한 소송이다. 이러한 침해금지청구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으로 제기할 수 있다.
 
본안 소송의 판결이 지연됨에 따라 특허 침해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다 신속한 절차인 가처분 신청을 일반적으로 선호하지만, 일반 민사 사건의 가처분 신청과 달리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은 그다지 신속하지 않고 본안 소송과 비교해도 그 진행 속도가 비슷하다.
 
가처분 신청의 경우 특허 침해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이와는 별도로 긴급한 권리 구제의 필요성(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 특허 침해가 인정됐음에도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특허권자가 현재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면 특허권자가 제삼자로부터 받는 특허로얄티가 비교적 소액이라는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특허권자가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하더라도 이후 본안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특허권자의 권리 행사 과정에서의 과실이 추정돼 특허권자가 역으로 손해배상 의무를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특허침해금지청구 소송은 가처분 신청보다는 본안 소송을 통해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면 본안 소송이라고 하더라도 실익이 미약하다. 이러한 경우 침해금지청구 소송이 법원에서의 1, 2, 3심을 거치는 동안 특허권이 존속기간 만료로 소멸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허권이 소멸한 이상 법원이 특허 침해 금지를 명할 이유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허침해금지 청구와는 별도로 특허권자는 특허권의 침해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민사 소송을 통해 청구할 수도 있다. 제삼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청구하는 민사 소송 제도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특허권자도 당연히 활용할 수 있다.
 
특허침해금지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를 병합해 단일의 침해소송으로 제기할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특허침해금지 청구에서는 침해 사실이 확인되면 판결이 내려지지만, 손해배상청구에서는 침해 사실의 확인뿐 아니라 손해액의 산정이 완료돼야 판결이 가능하다.
 
침해금지 청구 먼저, 손해배상 청구는 나중
따라서 특허침해금지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를 병합해 제기한 경우 침해 사실이 인정되는데도 불구하고 손해액의 산정에 대한 심리로 인해 침해금지 판결 또한 함께 지연되며, 그사이에 특허침해로 인한 피해는 더욱 확산하는 것이다. 침해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가 모두 필요한 경우라면 전자를 먼저 제기하고 후자를 별도로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경우 손해배상청구 소송 또한 침해금지청구에서의 재판부와 동일한 재판부가 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판부는 손해액의 산정에 대한 심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손해배상 청구 절차에서는 특허권자가 자신의 손해액을 입증해야 하는데, 특허권의 특성상 손해액에 대한 직접적 입증은 극히 어렵다. 특허법 제128조엔 특허권자가 주장할 수 있는 손해액의 산정 방법을 크게 3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특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허권자가 주장할 수 있는 손해액의 산정 방법 3가지. 그러나 이 같은 민사적 조치는 자칫 분쟁이 장기화하기 쉬우며 특허권자가 상당한 소송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제작 유솔]

특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허권자가 주장할 수 있는 손해액의 산정 방법 3가지. 그러나 이 같은 민사적 조치는 자칫 분쟁이 장기화하기 쉬우며 특허권자가 상당한 소송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제작 유솔]

 
첫 번째는 침해 제품의 판매 수량에 특허권자 제품의 개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이고, 두 번째는 침해자가 침해로 인해 얻은 이익액이며, 세 번째는 해당 특허권에 대한 통상 실시료 상당액이다. 이중 통상 실시료 상당액을 인정받기 위해 특허권자는 관련 업계의 통상 실시료 관련 통계 정보 또는 자신의 특허권에 대해 이루어진 실시권 설정 계약서 등을 법원에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기준의 특허침해 제품의 판매 수량이나 두 번째 기준 침해자의 침해로 인한 이익액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일반적으로 특허권자가 확보하기 어렵다. 그러나 특허권자는 특허법 제132조의 자료 제출명령을 법원에 신청함으로써 침해자가 자신의 관련 회계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민사적 조치는 자칫 분쟁이 장기화하기 쉬우며, 특허권자가 상당한 소송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특허권자는 소송 제기를 주저하기도 한다.
 
특허심판원 심결문 제출하면 형사 절차 빨라져
이러한 경우 특허권 침해에 대한 형사적 조치는 상대적 장점을 갖는다. 특허권 침해죄를 원인으로 한 형사 고소는 민사 절차보다 비교적 그 과정이 신속하며 법률 비용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찰서의 수사 단계에서나 검찰의 사건 담당자가 특허권 침해에 대한 판단을 신속하게 내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민사 절차보다 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되는 행정적 절차인 특허 심판원에서의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하고 이후 심결문을 담당자에게 제출함으로써 형사 절차를 가속할 수 있다.
 
유리창을 맨 처음으로 깨뜨린 사람을 잡지 않으면 빈집이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유리창에 돌을 던진다는 말이 있다. 특허권은 엄연한 재산이며 특허권의 침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진 pixabay]

유리창을 맨 처음으로 깨뜨린 사람을 잡지 않으면 빈집이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유리창에 돌을 던진다는 말이 있다. 특허권은 엄연한 재산이며 특허권의 침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진 pixabay]

 
권리 범위확인 심판의 심결문은 검찰의 기소 이후의 형사 법원뿐 아니라, 민사 침해 소송의 법원에서도 특허 침해의 유력한 증거로 활용된다. 무엇보다 특허 침해에 대한 형사적 절차는 침해자에 대한 심리적 압박 측면이 크기 때문에 침해자를 협상 테이블로 보다 쉽게 불러냄으로써 특허권자가 최소의 비용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 집의 유리창을 맨 처음으로 깨뜨린 사람을 잡지 않으면 빈집이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유리창에 돌을 던진다는 말이 있다. 특허권 또한 엄연한 재산이며 특허권의 침해를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itmsnm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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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필진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 15년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지적재산권 창출, 보호, 활용을 도운 변리사. 변리사 연수원에서 변리사 대상 특허 실무를 지도했다. 지적재산은 특허로 내놓으면 평생 도움이 되는 소중한 노후자금이자, 내 가족을 위한 자산이 된다. 직장과 일상에서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특허로 내기 위한 방법을 안내한다. 특허를 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아이디어 많으신 분들 특허부자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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