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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강사 내쫓는 강사법,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2018.12.09 08:00
전국강사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강사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강사법 때문에 다수의 강사가 해고당할 수 있습니다.”

 지난 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강사법’을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일단 “교원 지위의 회복과 고용 안정을 얻게 됐다”는 환영의 입장을 표했지만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에서 적은 수업을 듣고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은 함께 막아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함께 냈습니다.  
 
 실제로 법안 통과에 앞서 서울대의 22개 단과대학장과 대학원장 등은 지난 달 20일 강사법에 대한 우려 입장을 밝혔습니다. “시간강사의 처우와 지위를 향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죠. 특히 강사법이 통과되면 “대학이 강좌 수를 줄이고 대형화 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신진학자가 강단으로 진입하는 장벽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이곳저곳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큰 것은 왜일까요? 아울러 처음 법안이 발의되고 실제 시행에 들어가기까지 8년이나 걸렸는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오늘 ‘이슈리포트’에서는 ‘강사 쫓는 강사법’의 문제를 꼼꼼하고 알기 쉽게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사 쫓는 강사법
[이슈리포트]
①강사법이 무엇이기에 
②발의부터 시행까지 8년 
③강사 내쫓는 강사법 
④대학도 골치, 정부 해법은?


①강사법이 무엇이기에
 법안의 공식 명칭은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입니다. 대학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죠. 대학에는 여러 종류의 ‘선생님’이 있습니다. 학생은 이들 모두를 ‘교수님’이라고 부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다양한 층위로 나뉘죠. 먼저 전임(정규직)비전임(비정규직)에 따라 임금과 대우 등 격차가 큽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교수는 전임을 말하는데 이 또한 조교수·부교수·정교수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대학 안에서나 사회에서 높은 대우를 받죠.

 
 문제는 비전임입니다. 흔히 말하는 ‘계약직’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엔 특임·외래·초빙 교수 등 다양한 이름이 붙습니다. 그런데 강사법의 주요 대상은 비전임이면서 강사 일을 전업으로 하는 경우입니다.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대학 강의를 겸하는 겸임 교수와는 차원이 다르죠. 이들은 강사의 일이 생계의 주요 수단이기 때문에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이 시급합니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전문대학 입학관리자협의회 등 대학 관계자들이 강사법 개정 반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전문대학 입학관리자협의회 등 대학 관계자들이 강사법 개정 반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강사법입니다. 이 법은 시간강사에게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기간을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시간강사는 학기별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언제 생계가 끊길지 모릅니다. 강사법은 또 부당해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강사의 소청심사권을 명시하고 방학 중에도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②발의부터 시행까지 8년
 법안이 처음 발의된 것은 2011년 11월입니다. 2010년 광주의 한 대학 시간강사가 자살한 사건이 사회적 이슈화 되면서 이듬해 법안이 마련됐습니다. 앞서 살펴본 법안 내용처럼 시간강사에게 법적인 대학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었죠.

 
 하지만 강사법은 발의 당시부터 여러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법 취지와 달리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죠. 즉, 대학이 1년 이상 임용하는 강사에게만 다수의 강의를 몰아줘 다른 강사들을 해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2년 10만9743명이었던 전국 시간강사 수는 2018년 현재 7만5329명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렇다 보니 2013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강사법은 2014년으로 처음 연기됐습니다. 하지만 2014년 1월 시행을 앞두고도 이 같은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죠. 대학들도 법대로 할 경우 예산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강사법 시행에 난색을 표했고요. 결국 법 시행을 하루 앞둔 2013년 12월 31일 정치권은 시행일을 2016년 1월로 다시 2년을 연기했습니다. 2015년 말에도 같은 일이 반복돼 2018년 1월로 시행이 늦춰졌고요. 그러다 지난해 12월 한 차례 더 연기됐다 이번에 법안이 통과된 것입니다.  


③강사 내쫓는 강사법
 강사법 통과를 전후로 대학가에선 위와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고려대는 지난 10월 각 학과에 ‘강사법 시행예정 관련 논의사항’이라는 문건을 발송해 논란이 됐습니다. 문건에서 고려대는 내년도 개설과목을 현재보다 20% 줄이고 학생들의 졸업이수학점을 130점에서 120점으로 축소키로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를 대거 해고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자 이 같은 방안을 보류했죠. 연세대도 교양 과목중 일부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중앙대, 서울과기대 등 다수의 서울 소재 대학들이 강사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를 내쫓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역도 마찬가집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는 지난 5일 “대학본부와 임단협안이 타협을 찾지 못해 파업찬반투표에 돌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학본부가 강사법 시행에 맞춰 졸업이수학점을 축소하고 대형 강의를 늘리려 하고 있다는 게 부산대분회의 주장입니다.



④대학도 골치, 정부 해법은?
 대다수의 대학들이 강사법 시행으로 강사 해고를 검토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꼭 대학만 욕할 일은 아닙니다. 시간강사는 대학마다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1000명이 넘습니다. 이들을 모두 법에 명시된 기준대로 대우하려면 비용 부담이 크게 늘죠.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강사법대로 하면 지금보다 인건비가 두 배는 더 들어갈 것”이라며 “대학 재정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강사법은 대학과 시간강사 모두에게 독”이라고 말합니다.  
 
 대학은 입학정원 감소와 구조조정, 또 2011년 이후 등록금 동결 등을 이유로 재정난을 호소합니다. 그 때문에 강사법 시행에 맞서 “정부가 인건비 예산을 보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죠. 실제로 지난 달 23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정기총회를 열고 강사법 시행과 반값등록금 문제 등 교육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날 사총협 회장인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은 “대학이 여러 형태로 강사법 시행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노력 중인데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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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도 대학의 요구처럼 시간강사의 인건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사총협 총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강사법 관련 예산이 (국회에서) 삭감 없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교육부는 시간강사들에게 방학 중 임금을 지원하고(450억원) 강사들의 강의역량을 높이는 사업(100억원)을 실시하기 위해 55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국회 예안안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예산만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매년 시간강사의 임금을 정부가 내줄 순 없기 때문이죠.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대학 진학률까지 떨어지고 있어 몇 년 새 대학 입학자 수도 큰 폭으로 줄 것입니다. 등록금이 주요 수입원인 상황에서 대학의 재정은 갈수록 나빠질 것이란 이야기죠. 여기에 다수 대학들은 구조조정 위기에 까지 몰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강사법 시행으로 강사의 숫자가 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할까요?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 대학은 좀 더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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