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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과학] '암 사망률' 인간 17% 코끼리 5%···크게 차이나는 이유

'암 사망률' 인간 17% 코끼리 5%···크게 차이나는 이유

중앙일보 2018.12.09 03:00
태국에는 민관이 운영하는 동물 보호 시설이 많다. 태국 정부가 관리하는 람빵 코끼리 보호센터. 코끼리는 인간에 비해 암 사망률이 낮다. [중앙포토]

태국에는 민관이 운영하는 동물 보호 시설이 많다. 태국 정부가 관리하는 람빵 코끼리 보호센터. 코끼리는 인간에 비해 암 사망률이 낮다. [중앙포토]

 
960만 명.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9월 발표한 암 사망자 통계다. 암 환자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WHO는 세계적으로 암이 확산하면서 올해 1810만 명이 새롭게 암 진단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신 면역항암제가 최근 개발됐지만, 암은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골치 아픈 질병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인간만 암에 걸리는 걸까. 그렇진 않다. 인간과 같은 포유류를 포함해 지구 위 대부분의 생명체는 암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암 발병률에선 확연한 차이가 있다.
 
5% 대 17%.
 
코끼리와 인간의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한 수치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걸까. 암세포는 정상 세포가 특이한 조건을 만나 변화한 무한 증식 세포를 말한다. 확률적으로 몸집이 크고 세포가 많으면 암에 더 잘 걸려야 하지만 코끼리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코끼리가 암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과학자들도 이런 궁금증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코끼리의 몸속 항암 물질을 확인할 경우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연구는 코끼리 세포 속 유전자에 주목한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지난 8월 코끼리가 인간보다 p53이라 불리는 항암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셀 리포트에 게재됐다. p53는 손상을 입은 세포를 확인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런 기능을 통해 암세포가 발생하는 걸 막는다. 빈센트 린치 시카고대 교수는 “인간의 경우 p53 유전자가 한 쌍에 불과했지만, 코끼리는 20쌍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항암 유전자 개수와 암 발병률이 반비례한다는 결론이다.
 
과학자들은 코끼리 등 암 사망률이 낮은 다른 동물에도 주목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바위너구리의 암 사망률은 1%에 불과하다. 북극고래도 암 사망률이 인간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치타의 암 사망률은 20% 수준으로 인간과 비슷하다.
 
이런 연구 결과는 장기적으로 암을 정복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조성진 순천향대 신경외과 교수는 “우리 몸속에는 약 10만개 정도의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 중에는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발암 유전자(oncogene)와 발암 유전자의 활성을 억제하는 암 발생 억제 유전자(suppressor oncogene)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53를 포함해 널리 알려진 암 억제 유전자만 28가지가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암세포에 맞서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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