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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마켓 랭킹] 핸드백 매출 뛰어넘었다…1020 사이 대세 스니커즈는

중앙일보 2018.12.09 00:01
“스니커즈 안 만들면 망한다.” 최근 패션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스트리트 패션이 대세가 되면서 우아한 하이힐을 내세웠던 국내외 구두 브랜드들이나 고급 소재로 승부하던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스니커즈에 주력하게 됐다. 지난 1~2년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구찌나 발렌시아가가 최고 인기 브랜드가 된 일등공신도 역시 스니커즈다. 
실제 스니커즈의 지난해 전 세계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35억 유로(약 4조 491억원)로 핸드백보다 더 나은 성과를 냈다(베이앤컴퍼니 자료). 국내도 마찬가지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12년 2조4490억 원에서 올해 3조5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체 신발 시장에서 운동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36.2%에서 2016년 50%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53%로 꾸준히 늘었다.
이 가운데 주목할 소비층은 10~20대 초반이다. 스니커즈의 주 타깃층인 점에다 밀레니얼 세대 다음으로 주요 소비층으로 지목된, 이른바 Z제네레이션(줄여서 ‘젠Z’,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의 성패를 쥐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이들이 좋아하고 실제 구매하는 스니커즈는 무엇일까.
국내 1위 패션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의 연간 판매량을 분석해봤다. 무신사는 2001년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뜻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바했다. 현재 3500여 개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3000억 원대의 거래액(2017년)을 기록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회원 300만 명 중 18~24세가 45%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고객층이 다수다.  
반스의 스니커즈 '올드스쿨' [사진 반스]

반스의 스니커즈 '올드스쿨' [사진 반스]

올해 이곳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니커즈는 반스의 ‘올드 스쿨’ 이었다. 판매량은 5만 족. 올드 스쿨 이름을 달고 컬러와 디자인을 다양화한 제품이 나오지만 1등은 검정색 바탕에 흰색 로고가 대비되는 가장 깔끔한 모델이었다. 반스는 10위권에 6개의 다른 모델까지 포함될 정도로 압도적인 브랜드이다. 이어 2위인 컨버스의 ‘척테일러 올스타’와 3위인 휠라의 ‘디스럽터2’는 각각 2만 족이 팔리면서 근소한 차이로 순위를 다퉜다 , 7위에는 엄브로의 ‘범피’가 1만 족이 팔리면서 뒤를 이었다. 톱10에는 클래식 스니커즈와 투박한 디자인의 어글리 슈즈가 모두 올랐다.
휠라 스니커즈 '디스럽터2' [사진 휠라]

휠라 스니커즈 '디스럽터2' [사진 휠라]

순위에 오른 모델들은 이 사이트에서만이 아니라 올 한 해 전체 시장에서도 판매 성적이 좋았다. 컨버스를 제외한 각 브랜드에 따르면 반스 올드스쿨 검정색은 단일 컬러로만 올 한 해 50만 족을, 디스럽터2도 100만 족을 팔아치웠다. 범피 역시 6만 족을 기록했다. 통상 업계에서는 한 달에 1만족만 팔아도 ‘대박’이라고 평한다.  
엄브로의 스니커즈 '범피' [사진 엄브로]

엄브로의 스니커즈 '범피' [사진 엄브로]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Z세대를 타깃층으로 삼아, 이들 감성에 맞는 마케팅과 홍보·프로모션을 꾸준히 벌여왔다는 점이다. 반스는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스케이트 보드 문화를 바탕이 돼 론칭한 브랜드로, 이 같은 스토리를 살려 스타 마케팅이나 광고에 돈을 쏟기보다 거리에서 젊은 층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왔다. 지난 9월 열린 ‘하우스 오브 반스’ 행사의 경우 스케이트 보딩 콘테스트, 아트 워크, 라이브 공연 등으로 꾸며 2000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최진수 반스 마케팅팀 과장은 “반스 고객의 60~65%가 10대부터 20대 중반”이라면서 “이 세대는 브랜드 이름보다 브랜드의 컨셉트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아야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하우스 오브 반스' 행사에서는 스케이드 보드 콘테스트가 열렸다. [사진 반스]

지난 9월 '하우스 오브 반스' 행사에서는 스케이드 보드 콘테스트가 열렸다. [사진 반스]

휠라도 2015년 브랜드를 리뉴얼하며 타깃 소비층을 시장 전반에 구매력 있는 3040에서 1020으로 낮췄다. 김연진 휠라코리아 마케팅팀 과장은 “당장의 구매력보다 트렌드를 확산시키고 미래 주요 소비층이 될 세대에 주력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1월 휠라가 게임 스트리머 우왁굳과 협업한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 줄을 1020 소비자들. [사진 휠라]

지난 11월 휠라가 게임 스트리머 우왁굳과 협업한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 줄을 1020 소비자들. [사진 휠라]

게임 스트리머(우왁굳), 제과(츄파춥스), 글로벌 캐릭터(포켓몬) 등 지젠이 익숙한 대상과 컬래버레이션을 이어가며 유통 역시 10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형 로드숍이나 온라인 편집숍으로 확장시켰다. 가격대 역시 Z세대가 ‘직접 용돈 모아 살 수 있는’ 5만~6만원 대로 맞췄다. 영국 스포츠 브랜드인 엄브로의 경우 10대를 타깃으로 한 ‘영 콜렉티브 컬렉션’을 별도 기획하며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상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Z세대의 모습 그대로를 스타일링한 엄브로 화보. [사진 엄브로]

Z세대의 모습 그대로를 스타일링한 엄브로 화보. [사진 엄브로]

이에 대해『트렌드코리아 2019』 공동저자인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목표 타깃을 정확히 정해 그들이 선호하는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마이크로 마케팅의 정석을 보여주는 예”라고 분석했다. 
이도은 기자 dangdl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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