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밀착마크] 김영우 연애편지 111통 "한국당 이대로면 필패"

중앙일보 2018.12.08 06:00
5일 오전 7시 2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영우(경기 포천-가평) 자유한국당 의원은 총 111통의 손편지를 들고 있었다. 봉투마다 ‘OOO 의원님께 드리는 편지’라고 적혀 있었다.

 
“연애편지죠. 원내대표 출마하면서 의원님들께 제 생각을 알리는, 다 다른 내용의 연애편지입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내 111명 의원들에게 돌릴 편지 중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봉투에 '정유섭 의원님께 드리는 편지'라고 적혀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내 111명 의원들에게 돌릴 편지 중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봉투에 '정유섭 의원님께 드리는 편지'라고 적혀있다.

 
3선의 김 의원에게 이번 경선은 첫 원내대표 도전이다. 김 의원은 YTN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2008년 총선에서 첫 금뱃지를 달았다. 2016년 탄핵 사태 당시 탈당해 바른정당에 몸담았던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당에 복당했다. 51세인 김 의원은 자신의 강점으로 “젊음과 소신”을 내세우고 있다. 2년 전 ‘최순실 국정조사’ 당시 국방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은 “국방에는 여야가 없다”며 국정감사 보이콧을 결정한 당론을 거부하고 국방위를 열었다. 스스로 “정치적 간을 본 적도, 다른 정치인 지시를 받고 움직인 적도 없다”고 강조하는 김 의원을 5일 밀착마크했다.
 
오전 7시 30분. 편지를 전달하기는 조금 이른 시간. 김 의원이 먼저 찾은 곳은 당내 잔류파 초‧재선 의원 모임 ‘통합과 전진’이었다. 참석자들보다 먼저 모임장소에 도착한 김 의원에게 의원들은 “고생이 많다”며 덕담을 건넸다. 이날 인사가 끝나고 회의실을 나가는 김 의원에게 이완영 의원이 “아침소리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김 의원은 “나도 초‧재선 때부터 당내 토론모임을 활발히 했는데, ‘아침소리’는 이 의원과 함께했던 토론모임”이라고 설명했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 토론과 미래: 대안찾기'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경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 토론과 미래: 대안찾기'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경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 의원은 곧바로 옆 회의실에서 열린 ‘열린 토론과 미래: 대안찾기’ 토론회로 이동했다. 복당파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이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나경원‧유기준‧김학용 의원 등 원내대표 후보군이 총출동했다. 김 의원은 나 의원과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그러나 김 의원은 기자에게 “(나 의원이) 얼마 전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함께할 수 있다고 했는데, 너무 어설픈 접근”이라고 비판하는 걸 잊지 않았다.
 
오전 9시 김 의원은 같은 당 김규환 의원의 방부터 찾아 ‘연애편지’ 전달식을 시작했다. 김규환 의원은 김영우 의원에게 “원내대표가 되면 제발 서로 다른 계파를 원수같이 보지 못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탈계파 주자를 자임하고 있는 김영우 의원은 “믿어달라”고 답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전, 원내대표 출마의 변을 담은 '연애편지'를 들고 김규환 의원의 방을 찾았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전, 원내대표 출마의 변을 담은 '연애편지'를 들고 김규환 의원의 방을 찾았다.

 
김 의원은 지난 달 29일 한국당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자유한국당을 국민이 신뢰하는 대안정당으로 바꾸기 위해 나섰다”는 김 의원에게 출마의 변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원내대표에 출마한 이유가 뭔가
지금 한국당은 변화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이대로는 총선도 대선도 필패다. 뻔한 인물이 다시 나서서 정책과 비전이란 상품을 팔아봐야 호소력이 없다. 뻔한 인물, 계파갈등에 휩싸인 인물 대신 상대적으로 젊고 변화‧혁신의 이미지를 가진 내가 우리 당의 상품을 팔아야 국민들이 다시 당을 돌아볼 거다.
 
나경원, 김학용 2강 구도라는 평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게 약점이다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건 강점이기도 하다. 여태까지 얼굴마담을 여러 차례 했던 분들은 국민들에게 이미 어떤 이미지가 각인돼있다. 난 각인된 이미지가 없다. 내가 당선되면 그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다. 정치를 해오면서 헌법‧양심‧소신만 따랐기 때문이다. 난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적 간을 본 적이 없다. 또  어떤 정치인 지시를 받아서 뭔가를 결정한 적도 없다.
 
복당파인 김학용 의원과 단일화할 생각은 없나
아직 없다
 
아직 없다는 건 언젠가는 할 수 있다는 뜻인가
아직이 아니라 추호도 없다. 그건 누가 봐도 계파단일화다. 출마하면서 탈계파 선언을 했다. 토론을 거쳐서 정책과 비전을 공유하지 않은 단일화는 계파 단일화라고 본다.
 
한국당에 계파가 여전히 살아있나
계파의 망령이 살아있다. 원내대표 후보들이 특정 계파에 기대서 표를 얻겠다는 움직임이 있다. 굉장히 비극적인 코미디다. 후보들이 과거에 어떤 정치적 결정을 해왔는지는 이미 세상이 다 알고 있다. 스스로 친박‧비박‧중도를 말할 필요도, 소용도 없다. 이미 국민과 당원은 당신이 지난여름에 한 일을 다 알고 있다.
 
일각에선 복당파는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것을 사과부터 하라고 한다.
당에 잔류했든 탈당 후 복당했든. 특정한 정치적 상황에서 우리가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의결했고, 헌재가 판결을 내렸다. 탄핵은 이제 역사적인 평가로 넘어갔다. 오히려 우리는 문재인 정권의 신(新)적폐 백서를 만들어야 될 때다. 과거를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자해행위다. 잔류파 중 탈당 준비를 같이 하다가 결과적으로 간을 본 분들도 있다. 거기에 우리 스스로를 매몰시킬 필요는 없다. 고개를 들고 미래를 봐야 한다.
 
태극기 부대는 당의 포용 대상인가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은 대단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그분들의 열정, 진정성은 당연히 포용해야 한다. 태극기 부대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들이 문제다. 반문(반문재인)연대를 위해서는 모든 보수를 끌어안는 ‘빅텐트’를 쳐야한다. 그런데 텐트의 기둥이 썩고 낡았다. 한국당이 지금처럼 밥그릇싸움하는 기득권 이미지를 바꾸지 않으면 반문연대, 보수연대는 다 모래 위 성 쌓기다.
 
안철수도 보수연대 대상인가
안철수 개인을 따로 떼서 생각하는 건 무의미하다. 한두 사람 인물 빼오는 건 보수연대가 아니다. 보수연대는 이벤트가 아니고 무브먼트(movement)다. 당장 엊그제도 그를 거론했다가 욕먹지 않았나. 공당 대표까지 했던 사람에 대해 너무 어설프게 접근한 거다. 게다가 안철수는 엊그제까지 한국당을 ‘곰팡내 난다’, ‘이슬처럼 사라질 당’이라고도 했던 사람이다. 당내 의원들의 총론을 모아서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
 
당 일각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불구속 재판을 촉구한다고 한다
공감한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 구속 상태로 재판을 강행하는 건 국민 통합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 다만 이 문제는 차기 원내지도부가 공식적으로 토론을 거쳐 추진할 사안이다. 지금 김무성 의원이 나서니까 서청원 의원도 나서면서 정쟁의 대상이 됐다. 다시 계파 싸움의 실마리가 된다면 불행한 일이다.(김 의원은 최근 이 전 대통령의 면회를 다녀왔다고 한다. 김 의원은 “연세도 있으신데,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의원실 한켠에는 국회 국방위원장 시절 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액자에 담겨 놓여있었다. 김 의원은 “보도사진인데, 좋아하는 사진이라 액자에 담았다”며 “국방위원장 이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설이 나온다
국민들은 고난의 행군 중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한가하게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하면 국민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고 한다. 대통령의 안일하고 순진한 생각에 혀를 찬다. 정말 한심하다. 대화의 목적은 비핵화인데, 북한은 비핵화 실행조치를 전혀 안 하고 있다. 또 연평도 폭격이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 한 번 없었다. 지금 서울 온다고 꽃다발 주면서 박수 쳐야겠나.
 
김 의원은 원내대표 후보군 4명(나경원·유기준·김학용·김영우) 가운데 가장 젊다. 그러나 보수정당 특유의 분위기상 최연소라는 건 ‘패기’라기 보다 ‘아직 어리다’는 쪽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그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두고 볼 일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