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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SNS 클릭 몇 번이면 30분 내 마약이 온다

중앙일보 2018.12.07 00:48 종합 1면 지면보기
‘*을(대마를 의미하는 은어) 판다기보단 느낌을 파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유명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마약 판매 광고 글이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개인 공간이 마약 판매의 온상이 되고 있다. 트위터에  *·아**·작** 등 마약 관련 은어를 입력하면 판매 게시물이 줄이어 검색된다. 대마를 뜻하는 ‘*’이란 단어 하나를 트위터에서 검색해 보면 지난 24시간 동안 광고 글 29건이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크웹이나 딥웹(암호화된 네트워크로 일반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는 인터넷 공간)에서 유통되던 마약의 유혹이 일반인의 SNS까지 침투한 것이다.
 
초등학생이 TV보다 많이 보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마약 복용 방법 시연 영상과 함께 판매자의 위커·텔레그램 등 해외 보안 채팅앱 아이디가 함께 게시된다. 미국의 유명 중고 물건 거래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의 서울 게시판에선 수사기관 모니터링에 걸리지 않도록 중고 물품으로 위장한 마약을 발견할 수 있다. 게시물 제목은 청소기나 아동복 같은 중고 물건을 판다는 것이지만 클릭해 들어가면 구매 방법 안내 글이 삽입된 대마초 사진이다.
 
이런 거래를 하는 판매자의 실체는 무엇일까. 게시된 아이디로 연락하자 밤 늦은 시간임에도 5분도 안 돼 답이 왔다. 한 판매상은 “서울 지역은 30~40분 내 배달이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대마초의 가격은 g당 2만7000원부터 18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지급 방식은 비트코인, 스팀월렛 기프트카드, 무통장 입금 등을 사용한다고 안내했다. 오토바이로 특정 장소에 배달한 뒤 구매자에게 위치를 찍어주는 식이다. 주로 건물 화장실, 에어컨 실외기 등에 숨겨 두고 찾아가게 한다.
 
판매자에게 현재 시각이 보이게 ‘인증’을 요청했더니 바로 마약과 메신저 대화창이 함께 보이는 인증샷을 보냈다. 판매자는 “우리는 6년 무사고 업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대포통장을 이용한다는 이 업체는 계좌 이체에 필요한 주민등록번호까지 함께 제공하는 철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헐값에 팔리는 각종 개인정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전영실 형사정책연구소 연구원은 “SNS나 인터넷에 마약 판매 글이 늘면서 젊은층의 마약 접근이 증가하고 있다. 정보가 쏟아지니 범죄라는 자각 없이 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마약 관련 범죄 연루자 중에는 평범한 이력을 지닌 이도 많다. 지난 1월 트위터와 유튜브에서 대마초를 팔다 적발된 회사원 이모(30)씨는 ‘월급쟁이 판매책’이었다. 지인 강모(37)씨가 오피스텔에서 수경재배용 플라스틱 수로 16개에 대마 299그루를 키웠고, 이씨는 한 달에 300만원을 받고 판매를 도맡았다. 법원은 판매책이었던 이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생산자인 강씨에게는 징역 4년6월을 선고했다. 
 
20대 유튜버, 비트코인으로 대마초 1000만원어치 사기도

 
SNS에 마약 광고를 올린 판매자와 실제 대화 캡처. 대포 통장을 권유하며 안심시킨다. [박해리 기자]

SNS에 마약 광고를 올린 판매자와 실제 대화 캡처. 대포 통장을 권유하며 안심시킨다. [박해리 기자]

지난 2개월간 선고된 마약 관련 사건 판결문을 살펴보면 마약은 특정 계층이나 연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기초의원에서부터 피팅모델, 타투이스트, 운동선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직업도 다양하고 20대 초반에서 50대까지 아우른다.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 이모(37)씨는 지난 8월 유튜브 검색을 통해 알게 된 판매자로부터 필로폰을 구매해 자신의 집에서 투약하다 검거됐다. 그는 자신의 병원에도 필로폰 4.29g이 든 손가방을 보관하고 있었다. 법원은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유명 유튜버 백모(25)씨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딥웹 사이트에서 찾은 판매자로부터 대마초를 12번이나 사다 피우기도 했다. 비트코인을 이용해 대마초 1000만원어치(82g)를 사들인 백씨는 “우울증·불면증 등 정신과 질환으로 인해 10개월가량 대마에 의존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경찰이 검거한 마약사범은 지난 10월까지 7129건에 달한다. 이 중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 사범은 1389건으로 지난해 총 건수(1100건)를 이미 넘어섰다.
 
마약 관련 사기도 늘고 있다. 휴대전화 판매 종업원 A씨(23)는 지난해 6월 지인 4명과 공모해 인터넷에 글을 올려 백반가루를 필로폰이라 속여 판매했다. 진짜 마약을 판 것은 아니지만 A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았다.  
 
SNS를 통한 마약 거래가 늘면서 수사도 한결 어려워졌다. 우선 확인이 어려운 해외 채팅앱을 쓴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동안 대금 지불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유행하다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이후 잠잠해졌다. 강정선 마포경찰서 마약팀장은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제3자 명의의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제3자의 이름으로 입금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추적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검찰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마약류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지워지는 SNS 글을 모두 걸러내기엔 한계가 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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