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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도가 영리병원 허가한 게 도대체 무슨 잘못인가

중앙일보 2018.12.07 00:19 종합 34면 지면보기
제주도에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허용됐다. 김대중 정부에서 관련법을 제정한 지 16년 만이다. 투자개방형 병원을 수용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선택은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공론조사 결과를 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할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적법한 승인을 받은 외국 투자자가 지방정부의 최종 허가를 받지 못해 사업을 못하면 국제 신인도가 떨어지는 건 물론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 휘말려 거액을 물어줄 수도 있었다.
 
제주도는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진료하라는 조건을 달아 병원을 허가했다. 진료과목도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4개뿐이고, 병상이 47개에 불과한 소형 병원이다. ‘반쪽짜리’ 투자개방형 병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시민사회단체와 의사협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원희룡 지사 퇴진운동까지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의 반대 논거는 ▶병원의 영리화 추세가 더 심해지고 ▶의료비 폭등으로 의료 불평등이 커지며 ▶건강보험 체계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나친 걱정이다. 오죽하면 이들의 ‘의료 영리화’ 주장을 2000년을 앞두고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Y2K’에 빗댈까. 컴퓨터가 연도를 인식하지 못해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란 ‘Y2K’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의료 영리화 주장의 근거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시대착오적이며 과도한 비판이다.
 
첫째, 투자개방형 병원은 흔히 영리병원으로 불리지만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 동네의 작은 병·의원부터 대형 병원까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나. 의사협회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에 반대한 것도 결국 그들의 영리와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의료비 폭등은 선동에 가깝다. 녹지국제병원은 내국인 진료가 금지됐고, 건보 적용도 안 된다.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도 현재로선 없다. 국내 병원은 모두 국민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지정돼 가격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나중에 내국인 진료가 허용돼도 성형수술이나 피부 시술을 받기 위해 건보 혜택도 없는 제주도 병원을 찾는 이가 얼마나 될까.
 
셋째, 건강보험 체계와 투자개방형 병원은 꼭 충돌하는 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일본·네덜란드를 제외하곤 모두 투자개방형 병원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스웨덴처럼 사회주의 의료에 가까운 국가에도 공공병원과 투자병원이 공존하고 있다.
 
투자개방형 병원을 도입하는 데 16년이 걸렸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서 혁신과 변화가 얼마나 힘든지 잘 보여준다. 아직까지 한국은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조차 못하는 나라다. 문재인 정부는 영리 병원을 적폐로 몰면서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안타까운 일이다. 선진국에서 하는 사업은 우리도 규제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최고의 의료 인력을 보유한 우리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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