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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깜 안 되는 의혹” “마녀사냥” 대통령의 측근 두둔, 더 큰 화 불렀다

중앙일보 2018.12.07 00:09 종합 4면 지면보기
#2014년 12월 7일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 실세 논란이 인 이른바 ‘십상시’ 문건에 대해 “찌라시 같은 이야기에 나라가 흔들리는 게 부끄럽다” “흔들리지 말고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통령 발언은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줬다”며 “박 대통령이 가장 안 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공격했다.
 
#2018년 12월 5일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경질론이 불거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공직기강 확립 강화”를 지시하며 사실상 힘을 실어 줬다. 또 “대검 감찰본부 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민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야당에선 “전임 박근혜 정권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조국 경질’ 공방이 단발성으로 그칠까. 여의도 정가의 대체적 의견은 “아니올시다”다. 실제로 야당은 6일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자유한국당은 조 수석에게 공직기강 확립을 다시 맡긴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청개구리 오기 정치를 하고 있다”(김성태 원내대표)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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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권을 봐도 대통령의 ‘측근 챙기기’ 논란은 집권 2년 차부터 불거졌다. 때때로 청와대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더욱 키우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정부 2년 차(2014년 겨울)에 터진 ‘십상시’ 문건이다.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해 ‘십상시’로 일컬어진 청와대 비서진 10명이 정윤회씨와 만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는 게 문건의 골자였다. 박 대통령은 “찌라시에 나라가 흔들린다”고 발끈했지만 이후 정씨 배우자였던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한 것이 드러나며 국정 농단 사태로 확대됐다.
 
노무현 정부 2년 차 때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2004년 3월 11일 노 전 대통령은 남상태 전 대우건설 사장이 노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게 3000만원을 주고 대우건설 사장 연임을 청탁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TV 생중계에서 “형님은 순진한 촌사람이다. 좋은 학교 나오신 분이 시골에 있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을 주고”라고 말했다. 생방송 2시간30분 뒤 남 전 사장은 한남대교에서 뛰어내렸고, 11일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시기는 다르지만 2007년 변양균 사건도 비슷한 모양새였다. 당시 변양균 대통령 정책실장이 신정아씨와 관련해 거짓 해명을 이어갔음에도 노 대통령이 “요즘 깜도 안 되는 의혹들이 춤을 추고 있다” “꼭 소설 같다”고 옹호해 타격을 입었다.
 
김대중 정부 때도 집권 2년 차인 1999년 5월 ‘옷 로비’ 사건이 터졌다. 외화 밀반출 혐의로 구속된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아내 이형자씨가 남편을 구명하려고 김태정 법무부 장관의 아내 연정희씨에게 수천만원대 옷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러시아·몽골 순방에서 돌아온 김 전 대통령은 “언론이 마녀사냥을 벌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태정 장관은 취임 15일 만에 사임했고, 김 전 대통령도 결국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2년 차(2009년) 때 MB 최측근인 추부길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따라서 일각에선 ‘조국 경질론’을 “본인 비위도 아닌데 왜?”라며 단지 정치적 공방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조국 논란의 핵심은 청와대 혹은 청와대 특정 인사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국민적 인식”이라며 “문 대통령도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두둔만 할 게 아니라 과거 정권의 전례를 잘 보고 따가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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