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85세에 비밀경호원 따돌린 아버지”… 부시, 유머의 작별식

중앙일보 2018.12.07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추도사에서 ’자식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아버지였다“고 말하여 애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추도사에서 ’자식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아버지였다“고 말하여 애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통령 각하, 임무는 완료됐습니다. 시계 양호(CAVU)한 영원한 삶의 안식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1944년 태평양전쟁 조종사로 폭격임무 중 격추된 뒤 표류 끝에 구조돼 미국 41대 대통령에 오른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나온 추도사에서 나온 말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대성당에서 엄수됐다. 94세. 이날 장례식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 동갑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부부가 아들 조지 W 부시, 젭·닐·마빈과 딸 도로시 등 가족들이 참석했다.
 
부시 전 대통의 장례식에는 여느 장례식과 달리 고인에 대한 찬사뿐 아니라 유머로 가득 찼다. 평생 친구였던 앨런 심슨 전 상원의원은 추도사에서 “그의 묘비명은 충성심(loyalty)의 ‘L’ 한 글자면 된다. 그의 핏속에 나라와 가족, 친구,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항상 흘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좋은 농담하길 즐겼다”며 “치명적 결점은 농담의 핵심 구절을 항상 까먹는다는 거였다”고 회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멜라니아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미셸 여사,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왼쪽부터)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대성당에서 엄수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해 앨런 심슨 전 상원의원의 추도사를 듣던 중 웃고 있다. 심슨 전 의원은 추도사에서 고인에 대한 찬사와 유머를 언급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멜라니아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미셸 여사,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왼쪽부터)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대성당에서 엄수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해 앨런 심슨 전 상원의원의 추도사를 듣던 중 웃고 있다. 심슨 전 의원은 추도사에서 고인에 대한 찬사와 유머를 언급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부시 전 대통령도 언론의 많은 비난에 시달렸다며 “겸손함으로 올바른 길을 가는 사람은 워싱턴 DC의 교통체증(많은 비난)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맨 앞자리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와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또 다른 친구인 브라이언 멀로니 캐나다 전 총리는 부시 전 대통령이 1992년 재선 실패로 인한 좌절과 낙담이 퇴임 이후 8년 동안 열광으로 변했던 순간을 소개했다. 바로 자식들의 성공이었다.  
 
1995년 장남(조지 W 부시)이 텍사스 주지사에 당선됐고 1998년 차남 젭이 플로리다 주지사가 됐다. 이어 2000년 장남이 자신에 이어 43대 대통령에 당선돼 큰 기쁨을 줬다.  
 
부시 전 대통령이 생전 조종사들의 용어, ‘시계 양호’(CAVU)와 함께 했던 말도 소개했다. “내가 18~19살 태평양전쟁 조종사 시절 이륙 직전의 두려움 속에 완벽한 비행을 위해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시계 양호였다. 이제 인생도 똑같이 느낀다. 바바라와 나는 더 좋은 삶을 바랄 수 없을 만큼 진심으로 행복하고 평온하다.”
 
역사학자인 존 미첨은 “부시 대통령의 인생의 규범은 ‘진실을 말하고 남을 탓하지 말라. 굳건하게 최선을 다하고 용서하라, 끝까지 완주하라’였다”며 “가장 미국적인 신념”이라고 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이 5일 워싱턴 대성당에서 국장으로 엄수됐다. [EPA=연합뉴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이 5일 워싱턴 대성당에서 국장으로 엄수됐다. [EPA=연합뉴스]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43대)도 “나는 언젠가 사람은 최대한 늦게, 젊게 죽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농담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85세에 보트로 대서양을 날 듯 달려 비밀경호국 요원들을 따돌렸고 90세엔 스카이다이빙을 했고, 병석에서도 친구인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이 몰래 가져온 그레이 구스 보드카를 마시는 큰 기쁨을 누렸다”고 하면서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성실하게 봉사하며, 용기로 이끌며 조국과 국민에 대한 가슴 속 사랑으로 행동하는 대통령이 어떤 것인지 직접 보여줬다”며 “당신의 품격과 진실함, 따뜻한 영혼은 우리 곁에 영원히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식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아버지였다”고 눈물로 애도했다.
 
부시 대통령의 목사인 러셀 레빈슨 목사는 “최근 며칠 부시 대통령보다 설리가 언론을 많이 나오고 인기가 있었다”는 농담을 했다. 파킨슨병을 앓아 휠체어에 의지했던 부시 대통령을 위해 물건도 물어다 준 두 살배기 래브라도 리트리버 설리가 대통령의 관 앞을 지키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이날 장례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생존한 전직 대통령 전원과 나란히 한 자리였다. 트럼프는 취임 이래 워싱턴 전통을 멀리 하면서 국가 원로로서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지만 이날 만큼은 부시 전 대통령이 끌어모은 화합의 자리에 함께 했다.  
 
이날 워싱턴 대성당에서 장례식을 마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운구는 가족과 함께 에어포스원 편으로 고향 텍사스로 옮겨졌다. 텍사스 A&M대학교에 있는 조지 부시 기념관 부지에 지난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바버라 부시 여사 곁에 묻힌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김지아 기자 jjpol@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