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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담배·술 줄이니 … 남성 수명 15년 늘었다

중앙일보 2018.12.07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직장인 박모(58·경남 밀양시)씨는 35년 담배를 피웠다. 매주 서너번은 한 자리서 소주 1병 이상 마셨다. 회식을 즐기고 육류를 자주 먹었다. 키 173㎝, 몸무게 85㎏였다. 고혈압 때문에 50세에 약을 먹기 시작했다. 박씨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지난해 초 보건소의 금연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석 달만에 담배를 끊었고 음주 횟수를 줄이고, 술자리에서 맥주 1잔만 마신다. 걷기 운동을 시작했고, 기름진 식단을 바꿨다. 지금은 몸무게가 78㎏로 줄었고, 혈압도 꽤 떨어졌다. 혈당 수치도 당뇨 전단계였는데, 지금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박씨는 “금연하면서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식이조절을 하니 몸이 가볍고 젊어진 기분”이라고 말한다.
 

남성흡연율 66%서 38%로 하락
폐암 사망률 감소 … 폭음도 줄어
기대수명, 여성에 비해 급상승
남녀 격차 9년 → 6년으로 좁혀져

박씨 같은 사람이 늘면서 남성의 기대수명이 여자에 비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의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남자 기대수명은 79.7세다. 1985년에 비해 15.1세 올랐다. 여자는 12.5세(73.2세→85.7세) 올랐다. 남녀 차이가 6년으로 줄었다. 70년 7.1년에서 점차 확대돼 85년 8.6년까지 벌어졌다. 남자의 수난시대였다. 그 이후 점차 격차가 줄었다. 80세 이상 초고령 남자 노인도 늘어 지난해 32%가 남자였다. 92년에는 25.9%였다(주민등록 인구 기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남녀 수명 격차가 작은 현상은 북유럽·서유럽 복지국가에서 두드러진다. 네덜란드가 3.2년으로 가장 작다. 노르웨이·스웨덴이 3.5년이다. 그외 이스라엘·뉴질랜드·영국·독일 등이 작은 편이다. 반면 리투아니아가 10.6년으로 가장 크고, 동유럽이 큰 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4년)보다 약간 크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남녀 수명 격차가 주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그동안 남자들이 건강관리에 신경을 덜 쓰고 살아오다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에 관심을 갖고 관리하고 생활습관을 바꾸면서 수명 연장이 눈에 띄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분명한 이유는 남성 흡연율 감소다. 정규원 국립암센터 암등록사업과장은 “암 사망 원인 중에서 흡연의 기여도가 23%에 달한다. 폐암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암의 원인이기 때문에 흡연율 감소가 남자 수명 연장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99년 66.3%에서 지난해 38.1%로 떨어졌다(국민건강영양조사). 여자(6.5%→6%)는 별 변동이 없다. 이 덕분에 2002~2015년 암 사망률이 남자는 연 평균 3.1% 감소하고 있다. 여자(2.2%)보다 감소 폭이 크다. 암은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다. 남성 암의 대표가 폐암이다. 같은 기간 폐암 사망률은 남자가 연 2.5% 주는 반면 여자는 1.5% 감소에 그친다. 위암도 비슷하다. 게다가 유방암은 1999~2015년 연 평균 1.7% 증가한다. 국립암센터 정 과장은 “선진국에서 여성 암 발생 1위가 유방암이다. 한국도 그리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폭음 등의 음주 습관도 남녀 차이가 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월간 폭음률이 남자는 2005년 55.3%에서 지난해 52.7%로 줄었지만 여자는 17.2%에서 25%로 늘었다. 최근 1년 동안 월 1회 이상 7잔(여자는 5잔) 넘게 술을 마시는 여성이 늘었다는 것이다. 걷기도 남자가 40.2%, 여자가 38%다. 박모(64·서울 서대문구)씨는 거의 매일 아침 아파트 단지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팔·다리 근육운동과 런닝머신 달리기를 반반 정도 한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85년 이후 남자의 간질환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 암 조기 검진과 조기 치료가 정착되면서 남성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며 “남녀 수명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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