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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여, 암탉을 배워라 … 통일의 알을 품어라

중앙일보 2018.12.07 00:02 종합 25면 지면보기
좌산 이광정 상사는 ’보수는 보수대로 가치가 있고, 진보는 진보대로 가치가 있다. 이 둘을 축으로 삼아야 바퀴가 굴러간다 “고 강조했다. [오종찬 프리랜서]

좌산 이광정 상사는 ’보수는 보수대로 가치가 있고, 진보는 진보대로 가치가 있다. 이 둘을 축으로 삼아야 바퀴가 굴러간다 “고 강조했다. [오종찬 프리랜서]

5일 전북 익산시 금마면 구룡길에 있는 원불교 상사원을 찾았다. 미륵사지에서 차로 5분 거리였다. 상사원 뒤에는 미륵산이 우뚝 서 있었다. 거기서 좌산(左山) 이광정(李廣淨·82) 상사를 만났다. 원불교 최고 어른이자 도인(道人)으로 불리는 좌산 상사는 최근 『국가 경영 지혜』(원불교출판사·작은 사진)라는 책을 냈다. 그에게 국가 경영의 지혜를 긷는 법을 물었다.
 
 
국가 경영 지혜

국가 경영 지혜

좌산 상사께서는 ‘마음공부 스승’이다. 왜 국가 경영에 대한 책을 냈나.
“소태산(少太山) 대종사(본명 박중빈, 1891~1943, 원불교 교조)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내가 이 교법, 이 회상(교단) 만들 때 우리만 잘살자고 만든 게 아니다. 온 세상 잘 살려고 만들었다.’ 그러니 정치가 잘 되게 하는 일에도 종교인으로서 책임을 느낀다. 지금껏 정치인들이 더러 찾아오면 격려도 하곤 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두고두고 참고할만한 게 없었다. 일종의 책임감으로 이 책을 냈다.”
 
무엇을 위한 책임감인가.
“우리 역사를 돌아보라. 그동안 겪은 세월이 기가 막힌다. 옛날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이런 지침서라도 하나 있으면 우리나라 정치가 좀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그런 책임감이다.”
 
책 제목이 『국가 경영 지혜』다. 국가 경영에 ‘지혜’라는 단어를 썼다. 원불교의 마음공부도 삶의 지혜를 구하는 일이다. 국가 경영과 마음 경영이 서로 통하나.
“그렇다. 통한다. 국가 경영을 누가 하나. 결국 사람의 마음이 한다. 마음이 어리석어봐라. 그럼 어떻게 되겠나. 국가 경영도 어리석어진다. 그러니 마음을 바로 세우는 일이 정치의 근본이다.”
 
좌산 상사는 고서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옛날에도 ‘수신천하지근본(修身天下之根本)’이라고 했다. 수신(修身) 이후에 가정을 다스리고(齊家), 이후에 국가를 다스리고(治國), 이후에 천하를 다스린다(平天下). 그러니 정치인은 자기 마음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어떻게 하면 정치인이 마음을 바로 세울 수 있나.
“수도자는 늘 스스로 물음을 던진다. 일에 대한 물음, 삶에 대한 물음이다. 암탉처럼 스스로 그걸 품고 산다. 나는 어떤 물음을 30년 동안 품은 적도 있다. 그렇게 품다 보면 알이 부화할 때가 온다. 어느 순간, 무릎을 ‘탁!’ 치면서 답이 번쩍 떠오른다. 지혜가 올라온다. 정치인도 그런 암탉이 돼야 한다.”
 
정치인이 암탉이 되면.
“가령 국가에 중요한 당면 과제가 있다. 그걸 푸는 게 정치인의 몫이다. 그런데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문제가 풀리겠나. 절대 안 풀린다. 그럼 어떡해야 하나. 정치인도 암탉이 돼야 한다. ‘남북통일을 어떻게 이룰 건가’ ‘빈부 격차를 어떻게 해결할 건가’. 그런 물음을 알처럼 품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지혜가 떠오른다. 그건 지식과 다른 차원이다. 상당수 정치인이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지식은 한계가 있다.”
 
지식은 왜 한계가 있나.
“지식이 뭔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거다. 거기에는 선입견과 잣대와 집착이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지식으로만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진영논리에 빠지기 쉽다. 그러므로 국가 경영의 지혜는 지식과 달라야 한다.”
 
어떠할 때 지식이 아닌 지혜가 올라오나.
“내가 아는 선입견과 잣대, 집착을 내려놓고 현실의 문제를 품을 때 지혜가 떠오른다. 내가 가진 잣대와 집착을 내려놓지 않으면 결코 지혜가 올라오지 않는다. 그럼 국가 경영이 어리석어진다.”
 
왜 기존의 잣대를 꼭 내려놓아야만 하나.
“해처럼 떠오르는 지혜가 어디에서 나오겠나. 우리의 근본 성품(진리의 자리)이다. 그 성품 자리에는 어떠한 선입견도, 잣대도, 집착도 없다. 그러니 우리가 선입견과 잣대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지혜가 올라온다. 그렇게 떠오른 지혜는 십중팔구 안타를 친다. 현실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어낸다. 때로는 홈런도 친다. 그게 이치다.”
 
좌산 상사는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갈등도 꼬집었다. 그는 “보수가 없으면 아름다운 전통을 틀스럽게 지켜갈 수가 없고, 진보가 없으면 발전지향의 새 영역을 일궈갈 수가 없다. 이 두 가치가 똑같이 있어야 한다. 하나라도 없으면 바퀴의 두 축 중에서 하나가 빠진 것과 같다. 두 축을 유지하다가 보수가 필요할 때는 보수를 쓰고, 진보가 필요할 때는 진보를 쓰는 거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 보수와 진보는 상대를 어떠한 관점으로 대해야 하나.
“서로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진보도 보수를 수용하는 아량을 갖고, 보수도 진보를 수용하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 현실 속에서 절대선, 절대악이 어디 있나. 다들 내 편은 절대선, 네 편은 절대악으로 볼 뿐이다. 그게 좋은 게 아니다. 보수-진보 경쟁을 하지 말고, 누가 더 합리적인지 경쟁을 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는 그런 ‘합리(合理) 경쟁’을 하라.”
 
마지막으로 좌산 상사는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인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내가 평생 수도생활하면서 얻은 결론이 있다. 진실이 충만한 세상, 서로가 서로에게 베푸는 은혜가 충만한 세상, 합리가 충만한 세상, 사람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게끔 유도해주는 세상, 절대 약자를 배려하는 세상. 이게 우리가 건설해야 할 이상 국가다. 그러니 국가를 경영하는 이들은 이 책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익산=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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