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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전력의 지하 공동구 세계, 테러와 사이버 공격 구멍

중앙일보 2018.12.07 00:02 종합 28면 지면보기
지난달 24일 아현동 통신구 화재 사건을 계기로 땅속 지하세계가 드러났다. 이런 통신구는 전국에 1000여 개인데 취약지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땅 밑에는 전력망·통신망·수도관이 터널로 만들어진 지하 공동구가 존재한다. 그물망처럼 뻗어있다. 좁은 터널에 몰려 있어 아현동 사고처럼 일부 구간만 파괴돼도 도시 전체로 피해가 번진다. 도시의 기초생활이 멈춘다. 통신은 물론 전력과 수도가 끊어진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아파트 자동출입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도 ‘동작 그만’이다. 화장실은 당연히 못쓴다. 군의 작전 및 정보와 관련된 통신체계도 손상돼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과 같은 마비사태가 처음이 아니다. 1994년 서울 종로 5가에서 통신구에 화재가 발생해 통신선로 32만 회선이 손상됐다. 이 사고로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전화·무선호출기(삐삐)·이동전화를 쓸 수 없었고 은행 전산망과 방송회선도 끊어졌다. KT는 뒤늦게 광케이블 피복제를 불연재로 바꿨지만, 그해 11월 대구의 통신구 화재는 막지 못했다. 2000년 여의도 사고땐 금융이 마비됐다. 국가 시스템이 멈출 수도 있다. 2003년 KT 혜화지사에 웜바이러스가 침투해 국가 기간통신망이 마비됐다. 인터넷 대란도 발생했다.
 
이렇다 보니 전·평시 테러의 주요 공격대상이다. 2013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사건 재판에서 공격대상으로 거론됐다. 정부는 혜화 기지국을 보안등급이 가장 높은 ‘가급’ 국가 보안목표시설로 관리한다. 지하 공동구 역시 통합방위법에 따라 국가중요시설로 분류했다. 주요 입구는 잠겨 있고, 일부 구간엔 CCTV·동작감지 센서도 달아 24시간 감시하게 돼 있다. 수도방위사령부는 유사시 지하 공동구 방어부대도 운영한다. 수방사 ‘독거미 부대’가 즉각 출동한다. ‘두더지 부대’라 불리는 52사단 용호부대도 지원에 나선다. 평상시 적을 찾아내 소탕하는 훈련은 월 1회 이상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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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급소’와도 같은 도시 기반시설에 대한 방호책은 크게 미비하다. 확인 결과 공동구의 일부 입구는 열려있고, 경계는 소홀했다. 전투력이 뛰어난 북한 특수부대나 사이버 공격 땐 속수무책이다. 북한 특수부대가 지하 공동구에 침투하면 찾기도 어렵다. 아현구 통신구 화재사건은 아직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진형 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은 “지하 공동구에는 통신과 전력망이 집중돼 있고 광케이블만 끊으면 재앙이다”고 말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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