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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든, 말랐든 오늘도 입고 싶은 옷 입고 사세요"

중앙일보 2018.12.06 01:00
"오늘도 입고 싶은 옷 입고 사세요. 그게 모든 다양성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직업을 ‘바디 포지티브 운동가’라고 소개한 박지원씨가 말했다.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자’는 일종의 '자기 몸 긍정주의'이다. 사회가 정한 획일화 된 아름다움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body positive' 해시태그를 찾아보면 780만 건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박씨도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목소리를 낸다. 때때로 강연도 다닌다. 현재 그의 팔로워 수는 1만2000명.
 
지난달 16일 박씨를 만났다. 그리고 플러스사이즈 모델 쑨에이(본명 전선아)와 아가타, 전가영씨도 함께 만났다. 국내에서 이미 플러스사이즈 모델로 활발히 활동 중인 사람들이다. 네 사람에게 듣고 싶었다. 내 몸을 온전히 사랑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일들과 그 후의 이야기들을.
 
지금 직업에 만족하시나요?
플러스사이즈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아가타(왼쪽)와 Soon-A(본명 전선아). [사진 인스타그램]

플러스사이즈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아가타(왼쪽)와 Soon-A(본명 전선아). [사진 인스타그램]

 
쑨에이=“그럼요. 모델 활동을 한 이후 인스타그램 댓글이나 메시지에 ‘언니 덕분에 처음으로 치마를 입어봤어요.’ 같은 글을 볼 때마다 뿌듯해요. 그런 시도를 나로 인해서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잖아요.”
 
전가영=“‘당신 덕분에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요. 그리고 일 자체가 너무 재밌어요. 사람들이 그래요. 카메라 앞에 서면 제 모습이 평소와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지난달 13일 플러스사이즈 모델 전가영씨(왼쪽)와 바디 포지티브 운동가 박지원씨가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미연 인턴기자

지난달 13일 플러스사이즈 모델 전가영씨(왼쪽)와 바디 포지티브 운동가 박지원씨가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미연 인턴기자

 
박지원=“전 바디 포지티브 운동을 하고나서부터 사(死)에서 생(生)으로 돌아왔거든요. 과거의 저처럼 사회가 정한 '미'의 기준에 맞지 않은 자신의 몸을 원망하고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 하고 있을 분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면 히어로 같은 마음이 생겨서 더 열심히 활동하게 돼요.”
 
외모 비하 등 악플에 시달려본 적 있나요?
지난달 13일 플러스사이즈 모델 Soon-A(본명 전선아)가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미연 인턴기자

지난달 13일 플러스사이즈 모델 Soon-A(본명 전선아)가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미연 인턴기자

 
쑨에이=“네. 몸에 대한 품평부터 성희롱, 그리고 제 가족까지 들먹였어요. 정말 상처 많이 받았고 고소까지 진행했어요. 저한테 달린 악플 내용 일일이 제가 손으로 써 가면서 고소장을 작성하는데 정말 많이 울었어요. 두 번 죽는 기분이었어요.”
 
전가영=“예전에 속옷 브랜드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악플을 좀 받았어요. 근데 저는 그냥 악플 보면 ‘내가 뚱뚱한데 이렇게 좋은 대우와 좋은 말을 듣고 있으니 저 사람들이 질투하나 보다’ 그러고 넘겨요.”
 
이 직업을 하길 잘한 것 같나요?
지난달 13일 만난 플러스사이즈 모델 아가타. 그는 리투아니아에서 한국으로 와 모델 활동을 하고 있다. 최미연 인턴기자

지난달 13일 만난 플러스사이즈 모델 아가타. 그는 리투아니아에서 한국으로 와 모델 활동을 하고 있다. 최미연 인턴기자

 
아가타=“전 리투아니아에서 왔는데 어릴 때부터 ‘뚱뚱하다’고 놀림을 많이 받아 상처가 좀 컸거든요. 억지로 30㎏ 넘게 뺀 적도 있고요. 그런데 플러스사이즈 모델 하고부터 오히려 자신감이 정말 많이 붙었어요. 예쁘다고 해주는 사람도 많고.”
 
쑨에이=“길에서 어묵을 먹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래요. ‘저렇게 X먹으니까 살이 찌지.’ 그런 말 들으면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거든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저와 비슷한 말을 들어본 누군가에게 '예쁘다'는 말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뚱뚱해도 확고한 스타일링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뚱뚱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사람들한테 말해주고 싶어요. 뚱뚱한 게 죄는 아니잖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플러스사이즈 모델로 활동 중인 전가영씨와 바디 포지티브 활동가 박지원씨. [사진 인스타그램]

플러스사이즈 모델로 활동 중인 전가영씨와 바디 포지티브 활동가 박지원씨. [사진 인스타그램]

 
전가영=“한국에서 제일 많이 했던 일이 다이어트 바이럴 영상 모델 같은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 플러스사이즈 모델은 일반 모델이 아닌, 특수한 모델로 인식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해외에 나가서 일해보고 싶어요. 거기서 정말 노력해 인정받는다면 플러스사이즈 모델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요?” 
 
쑨에이=“플러스사이즈라는 게 ‘틀린 게 아니라 조금 다른 거다’라는 생각을 널리 알리는 게 목표예요.”
 
박지원=“아직 바디 포지티브라는 개념이 낯선 분들 많으실 텐데, 좀 더 널리 알리고 싶어요. 그렇게 작지만 조금씩 세상을 바꿔나가고 싶어요. 여러분, 오늘도 입고 싶은 옷 입고 사세요!”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놀러오세요: https://youtube.com/add_contact?c=WOBzUgTzdlFDa-K6p9Y6pKz_unw9Bg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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