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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인당 한해 46개 보내고 받는 택배 …파업 등으로 택배비 인상 판도라 상자 열리나

중앙일보 2018.12.05 19:42
국민 1인당 일년에 46개를 보내고 받는 택배.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없어서는 안될 서비스가 된 택배 시장에서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소속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연대)의 파업 여파로 울산과 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 택배 접수 중단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또 파업이 풀린 창원·경주·여주 등지에서도 택배 기사의 분류 작업 거부로 일부 택배 배송이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택배 시장은 한 해 물동량 23억 개, 시장 규모 5조2000억원, 택배 기사만 5만여 명에 달한다.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2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월성동 CJ대한통운 북대구지점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사이로 본사 대체 택배차량이 배송을 준비하고 있다. 2018.11.23. wjr@newsis.com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2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월성동 CJ대한통운 북대구지점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사이로 본사 대체 택배차량이 배송을 준비하고 있다. 2018.11.23. wjr@newsis.com

  
택배연대의 이번 파업을 촉발시킨 건 지난 10월 29일 CJ대한통운 대전 터미널에서 발생한 택배분류 작업자의 사망 사고다. 택배연대는 당시 본사의 사과와 사고방지대책, 부당 노동행위 근절 방안을 요구했다. CJ대한통운은 이후 물류터미널 안전 시설과 작업환경 개선 등에 300억원을 투자해 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양측은 노사 교섭 상대방 인정 여부 등을 놓고 여전히 대립 중이다. 
 
택배연대는 CJ대한통운이 교섭 당사자로 택배기사들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연대 소속 택배기사는 대리점들과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다. 택배연대가 노사교섭을 한다면 대리점과 해야지, 우리와 할 이유가 없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직고용한 930여 명의 택배기사는 노조도 따로 있고 한국노총 소속"이라고 말했다. 
 
반면 택배연대는 "택배현장에서 택배기사는 사실상 대리점의 지도·감독을 받지만, 대리점은 택배본사의 하도급업체에 불과한 만큼 본사와 교섭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택배기사가 대리점을 거쳐 본사의 관리하에 있는 노동자 성격의 신분이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견해도 이와 비슷하다. 조충현 고용부 노사법제과장은 "택배기사는 자영업자 신분이지만 대리점과 업무수탁관계가 있는 만큼 노조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택배연대노조가 설립신고필증을 받은 이후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첫 집회를 열었다. 여성국 기자

전국택배연대노조가 설립신고필증을 받은 이후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첫 집회를 열었다. 여성국 기자

 
하지만 고용부는 CJ대한통운과 택배연대간의 교섭 당사자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조 과장은 "택배연대에 CJ대한통운이 직접 고용한 택배기사가 속해 있다면 양측이 교섭상대가 맞다"며 "하지만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는 없고 대리점과 계약한 택배기사들만 있다면 전국 대리점주들과 교섭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택배기사의 신분을 놓고 견해 차이를 보이는 건 택배 물류망의 구조때문이다. 택배는 소비자-집배점(대리점)-서브터미널-허브터미널-서브터미널-집배점의 물류망을 타고 이동한다. 이 중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회사는 서브·허브터미널만 운영한다. 집배점은 택배회사와 위탁 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가 운영한다. 택배기사는 또 이 집배점들과 위탁계약을 한다. 이후 배송 구역을 할당받아 택배를 모아오기도 하고 각 소비자에게 배달하기도 한다. 
   
택배업계 주변에선 "이번 양측의 갈등은 결국 택배비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택배연대가 특히 문제삼는 게 '공짜노동 분류작업'이다. 택배기사들이 집배점에서 할당받은 구역에 배송되는 택배 물량을 일일이 분류하는 곳이 많은데 이 노동비용을 전혀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택배연대는 "하루 7시간 정도 걸리는 분류작업에 대해 전혀 보상받지 못하고, 그 때문에 하루 13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따라서 전국 집배점에 사실당 물류 도급을 준 CJ대한통운 같은 택배 본사가 나서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택배단가

택배단가

 
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쉽지 않다는 게 택배본사나 집배점주들의 생각이다. 서울의 한 집배점주는 "지금도 택배기사가 나보다 돈을 더 가져가는 데 더 줄 게 어디있겠냐"며 "택배 배송에는 분류작업도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시장은 온라인·TV홈쇼핑 증가로 2000년 초반부터 매년 7~9%씩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업계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택배비 평균 단가는 2002년 3265원에서 지난해에는 2248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택배회사의 영업이익률은 1.5~1.7% 안팎이다. 
 
<택배업 종사자>
 
년도(년)20022006201020152017
명수(명)60101만94373만14924만90005만 

자료=한국통합물류협회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자면 결국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노사가 낮은 택배비 때문에 싸운다는 걸 서로 알면서도 누구도 먼저 인상하잔 말은 꺼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선 분류작업 비용은 노사가 각각 부담하고, 택배기사는 소득을 좀 줄이더라도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월 매출 평균은 560만원, 제반비용을 제외한 순수입은 420만원, 1만8000명중 23% 정도는 연간 7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렸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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